페북 메신저 전략 통할까

페이스북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충성고객이었던 10대 이용자들은 줄고, 개인정보 유출로 몸살도 앓고 있습니다. 페북은 해결책으로 메신저 기능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의문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미 시중에는 같은 기능의 메신저 앱이 즐비하기 때문이죠. 더스쿠프(The SCOOP)가 페북의 새 전략을 짚어 봤습니다.

페이스북이 메신저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페이스북이 메신저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2006년 9월 하버드 기숙사 방에서 탄생한 페이스북은 그야말로 ‘혁명’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간편하게 사진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새로운 소통방식에 금세 매료됐습니다. 대학교를 장악한 페북은 순식간에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전세계로 전파되기 시작했습니다. 페북은 창업한 지 6년 만에 이용자수 5억명을 돌파했고 지난해 4분기엔 23억2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전 세계인 3명 중 1명이 페북을 쓰고 있는 셈입니다.

페북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개방성입니다. 페북이 등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전화·문자·온라인 메신저 등 주로 ‘1대1’로 소통해 왔습니다. 페북에선 ‘친구’를 맺었다면 누구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페북에 글·사진·동영상 등을 올리면서 지인들과 공유하기 시작했고, 이런 소통방식은 이들 일상의 일부분이 됐습니다. 페북이 전 세계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바꿔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데, 최근 페북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페북에 흥미를 잃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페북의 가파른 성장을 견인했던 젊은층 이용자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페이퍼 제프레이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60.0%였던 페북 10대 소비자 이용률은 지난해 3분기 36.0%로 24.0%포인트나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선호하는 SNS’를 묻는 질문에 ‘페이스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5.0%(복수응답)에서 5.0%로 감소했습니다.

IT 업계 관계자들은 페북이 인기를 잃는 이유로 “페북의 개방성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그도 그럴 게 페북은 이용자의 타임라인(콘텐트가 노출되는 공간)에 ‘친구’의 게시물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속한 그룹, 기업 광고, 추천 게시물 등도 노출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엔 이용자가 읽어야 할 내용이 너무 많다는 거죠.

그 때문인지 페북의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페북 이용자 수는 13억4000만명으로 전년(1억2300만명) 대비 8.8%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용자 수 증가율이 10%대를 밑돈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내에서도 페북은 빛을 잃고 있습니다. 온라인마케팅업체 스마트스포팅이 국내 스마트폰 20만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0월 페이스북 활성이용자(한달에 한번 이상 방문한 이용자)수는 약 740만명으로 전년 동기(1104만명) 대비 32.9% 줄었습니다.

페북이 당면한 문제는 또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약 5000만개의 회원정보가 유출되면서 취약한 보안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페북이 해킹당한 계정 중 한국 계정이 3만4891개에 이른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름·메일주소·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는 물론 친구목록까지 유출돼 많은 이용자들의 반감을 샀죠. 이쯤 되면 ‘페북 위기론’이 거세질 만합니다. 페북이 서둘러 방책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페북 내 서비스인 ‘페이스북 메신저’입니다. 4월 30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사내 연례 행사에서 “앞으로 페북은 사생활을 보장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고, 이를 위해 페북 메신저의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페북 메신저는 페북 내에서 특정 대상에게만 글·사진 등을 전송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기능 면에선 카카오톡과 비슷하죠. 페북에 글을 올리면 원하지 않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지만 메신저에선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페북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을 메신저로 붙잡겠다는 겁니다. 페북은 메신저 내에서 이용자가 친구와 함께 게시물을 감상하고 공유하는 기능을 올해 안에 추가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페북의 전략에 혁신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미 메신저 시장에는 위챗·스카이프·라인 등 내로라하는 메신저 앱이 수두룩합니다. 더구나 페북은 자사 메신저인 ‘왓츠앱’도 갖고 있습니다. 2014년 2월 220억 달러(25조9600억원)를 주고 인수했는데, 이용자수는 16억명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스태티스타·4월 기준). 이런 상황에서 페북 메신저를 키우려는 전략은 되레 ‘제살 깎아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혁신 없는 변화

페북만의 장점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양재수 단국대(정보미디어학) 교수는 “페북은 수많은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성장한 플랫폼”이라면서 “기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페북은 앱의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사진=뉴시스]
페북은 앱의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사진=뉴시스]

실제로 페북이 이용자를 기만하는 듯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 3월 14일 자정에 국내 페북에 접속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당시 페북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9시30분이 지나서야 페북 측은 “가능한 조속한 해결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페북이 기존 이용자들을 소홀히 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입니다.

앱 하나로 전세계를 흔들었던 페북. 하지만 출시한 지 15년 만에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페북은 강점을 강화하는 대신 ‘은밀함’을 새로운 카드로 꺼내 들었습니다. 페북은 과연 ‘환골탈태’에 성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별 장점 없는 메신저로 전락하게 될까요? 결과는 올해 안에 나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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