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디바이스의 그림자

뷰티디바이스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관련 규정조차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뷰티디바이스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관련 규정조차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집에서 피부를 관리하는 ‘홈케어족’이 증가하면서 뷰티디바이스 시장이 고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뷰티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5000억원대(업계 추정치)로, 2013년(800억원) 대비 500% 이상 성장했다. 뷰티디바이스의 인기는 세계적인 추세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뷰티디바이스 시장 규모는 35억 달러(약 4조2387억원)로 추정된다. 뷰티업계에선 뷰티디바이스가 스킨케어ㆍ메이크업과 함께 3대축으로 성장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국내에서 뷰티디바이스 열풍을 불러일으킨 건 LG전자가 2017년 9월 출시한 LED마스크 프라엘(Pra.L)이다. 이 제품은 출시가격이 79만9000원으로 고가임에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전제품 양판점 전자랜드에선 올해 1분기 프라엘 매출 신장률이 138%(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뷰티디바이스가 인기를 끌자 화장품 업체부터 렌털업체까지 뛰어들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 기존 뷰티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의 신제품 ‘스킨라이트 테라피Ⅱ(LEDㆍ미세전류 케어)’를 출시했다. 미샤도 지난해 11월 ‘갈바닉 이온 & LED 마사지기’를 내놨다. 

렌털 서비스 출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교원웰스는 LED마스크 업체 셀리턴과 제휴해 렌털상품을 선보였다. 89만~170만원대(5월 9일ㆍ셀리턴 홈페이지 판매가격 기준)에 달하는 LED마스크를 구입하기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노린 셈이다.

하지만 뷰티디바이스가 가격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2019년) 응답자의 54.0%가 “집에서 하는 관리만으로 드라마틱한 피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 64.1%는 “피부관리기의 기술이 안전한 것인지 의심된다”고 응답했다.

뷰티디바이스 사용 후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사용자 10명 중 1명(11.0%ㆍ2017년 기준)은 뷰티디바이스 사용 후 부작용을 겪었다. 증상별로는 가려움(54.5%), 홍반(52.7%) 등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뷰티디바이스의 정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허가ㆍ관리하는 의료기기와 달리 뷰티디바이스는 공산품에 해당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미용기기(뷰티디바이스)는 피부질환이나 주름개선 등을 목적으로 개발된 의료기기와는 다르다”면서 “미용기기라는 별도의 분류가 없고, 식약처 관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015년 미용기기를 별도로 구분하기 위해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추진했다.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기 중 안전성이 인증된 기기를 미용기기로 분류하고, 미용기기의 사용범위ㆍ기준규격ㆍ안전관리 등 규정을 신설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시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유야무야됐다. 100만원을 호가하는 뷰티디바이스를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합리적인 관리 규정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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