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의무수납제 없애면…

신용카드를 대신할 ‘○○페이’ 결제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결제 비중의 70%를 차지하는 신용카드의 높은 벽을 넘어서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30년 전 도입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사업자가 신용카드 결제 거부할 수 없는 제도)를 폐지·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사업자가 신용카드를 거부했을 때, 소비자가 페이를 사용할 것이냐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의 허와실을 짚어봤다. 

제로페이 등 새로운 결제수단의 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로페이 등 새로운 결제수단의 활성화를 위해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로페이’를 시작으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페이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도 국내 16개 은행과 공동 모바일 직불서비스인 ‘한은페이’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페이들이 새로운 결제서비스로 자리를 잡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금융감독원의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간편결제의 종류는 50종에 이른다. 결제금액은 80조1453억원으로, 2016년(26조8808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결제금액 중 신용카드가 차지한 금액이 73조1000억원에 달했다. 간편결제의 91.2%가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진 셈이다.


사실 신용카드도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했다. 정부가 1987년 세원투명화를 이유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신용카드 소비자의 결제를 거부할 수 없다. 소비자에게 신용카드 이외의 다른 결제수단을 권유하거나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제수단의 다양화를 위해 신용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강경훈 동국대(경영학) 교수는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면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결제비용이 저렴한 현금이나 각종 페이 등을 권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영세가맹점의 카드수수료 협상력이 높아지고, 페이서비스가 활성화하는 부수효과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결제인프라 수준과 소비자의 카드결제 선호도가 높다”며 “제로페이 등 결제서비스가 신용카드와 대등한 결제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 가맹점 의무가입이나 의무수납제 완화 등의 제도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완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은 한두개가 아니다. 우선 이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카드수수료 재산정(3년에 한번) 이슈가 뜨거웠던 지난해 “카드 의무수납제의 폐지·완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금융규제혁신 통합 추진회의’ 개최 결과를 발표하면서 카드 의무수납제 완화에 해당하는 ‘소액(1만원 미만) 신용카드 결제 거절 허용’을 수용하기 어려운 과제로 분류했다.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교수는 “카드 수수료 이슈가 잠잠해지니 굳이 일을 키우지 않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면 카드사에 미치는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카드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면 각종 페이가 활성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업자와 달리 소비자가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공산이 커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등은 간접적인 지원책에 불과하다”며 “외상·할부 등 신용거래에 익숙한 소비자가 직불형태가 대부분인 페이 결제를 사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는 “각종 포인트 등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혜택이 필요하다”며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폐지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불편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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