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통상조직 정비하고 기술 경쟁력 키우자
[양재찬의 프리즘] 통상조직 정비하고 기술 경쟁력 키우자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339
  • 승인 2019.05.20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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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고래 싸움’에 ‘한국 새우등’ 터진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나 무역전쟁이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사진=연합뉴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나 무역전쟁이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대비해야 한다. 홍남기 경제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지난 8~9일 무역협상 결렬 뒤 보복과 재보복의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인상하자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미국은 또 다른 추가 고율관세 부과 제품 리스트 공개로 맞섰다. 

관세전쟁만으론 부족했는지 미국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기업이 만든 통신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명분은 국가안보이지만 중국의 기술굴기堀起에 대한 태클이자 세계적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미중의 패권 다툼이나 정치지도자간 자존심 대결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G2(미중)간 분쟁은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증시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경기 부진에 기진맥진하던 한국 경제는 금융시장 혼란이 가세하며 내우외환에 빠져들었다. 주가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했다. 지난 4월 초 1130원대였던 환율이 5% 가까이 급등하며 1200원선을 넘본다. 신흥국 통화 중 터키 리라, 아르헨티나 페소 다음으로 큰 변동폭을 기록했다. 그만큼 우리 돈 원화가 외부 충격에 취약함을 입증했다.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7%, 이 중 80%가 중국산 완성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다.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중국의 대미 對美 수출이 타격을 입으면 한국 기업들에도 연쇄적 피해가 돌아간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면 한국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갉아먹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중은 고율관세 적용 시기를 6월부터로 미루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양측의 고위 추가협상에 이어 6월말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담판으로 타결되리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이후 협상’을 언급하는 등 장기화 가능성도 적지 않다.

타협이 이뤄져도 일시 휴전에 그칠 수 있다. 양국 간 충돌이 단순히 무역 불균형 문제가 아닌 글로벌 패권 경쟁이기 때문이다. 양국간 전쟁은 무역을 넘어 첨단기술, 금융, 군사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당장 미국이 동맹국에 화웨이 배제를 압박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화웨이에 대한 부품 납품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나 무역전쟁이 초래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해 치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중간재 수출과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우리 수출시장의 다변화도 꾀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국가를 방문하며 신남방정책에 공을 들인 것은 의미가 있다. 

현실로 닥친 달라진 글로벌 통상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가 자국의 특정 제품을 보호하고자 특정 국가를 직접 때리는 전략을 쓴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최고 25%인 ‘수입차 관세폭탄’을 맞을까 전전긍긍했다.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대상에 한국 제품이 끼지 않도록 통상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자유무역주의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간의 통상교섭 방식이나 국제 통상규범이 먹혀들기 어렵다. 각 부처의 통상 자원을 결집해 G2를 설득하는 체제 구축이 긴요하다. 지금처럼 산업통상자원부 내 차관급 조직으론 한계가 있다. 통상교섭본부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고 전문 인력도 보강해야 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배경이 기술패권 다툼인 만큼 우리도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술역량 강화에 매진해야 한다. 조선ㆍ자동차 등 전통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반도체도 중국이 맹추격하는 판이다. 우리가 미중 무역전쟁 틈바구니에 낀 샌드위치가 되지 않고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는 관건은 제품과 기술 경쟁력이다.

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만 있지 않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도 있다. 정부, 특히 경제팀의 존재 이유는 변명거리를 찾는 게 아닌 선제적 정책 대응에 있다. 정부는 산업과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고, 기업은 도전정신으로 신산업에 투자하고 기술개발에 힘써야 한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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