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의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 47%, 정부는 ‘불구경’

6개월간(지난해 11월 6일~올해 5월 6일) 정부가 실시한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가 끝났다. 정부는 15% 내렸던 유류세 인하폭을 7%로 줄여 연장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8월 31일이면 종료된다. 그렇다면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내놓을 당시 예상했던 ‘기대효과’는 나타났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내놓은 통계를 재분석해봤다. 

정부가 6개월간의 유류세 인하를 통해 얻은 효과는 생각만큼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정부가 6개월간의 유류세 인하를 통해 얻은 효과는 생각만큼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유가상승, 내수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자영업자와 서민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유류세를 15% 한시적으로 인하한다. 전체 승용차(1만8525대ㆍ2018년 9월 기준) 중 2500㏄ 미만이 84.24%, 전체 화물차(358만대) 중 1t 이하 트럭이 80.44%다. 총지출 대비 유류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민계층이 수혜를 볼 것이다.”

지난해 10월 24일 기획재정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의 기대효과다. 하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에 유류세 인하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서다. 

에너지석유감시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5개월간 매월 초 국제 석유제품 가격의 변동폭과 유류세 인하율을 고려해 인하가격을 산정하고, 주유소들이 인하된 유류세를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12월 24.05%에 머물러 있던 휘발유의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은 80.10% (1월), 92.62%(2월), 96.87%(3월), 98.79% (4월)로 꾸준히 올랐다.[※참고 : 이 역시 평균치는 78.48%로 높지 않다.] 

반면 같은 기간 경유의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은 16.52%, 27.65%, 41.59%, 84.48%, 68.07%로 반영률이 매우 낮았다. 평균치는 47.66%에 불과했다. 2018년 기준 전체 승용차의 42.8%(국토교통부)가 경유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승용차의 절반’ ‘1t 이하 트럭을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는 유류세 인하 혜택을 절반도 누리지 못한 셈이다.

다른 누군가가 혜택을 가져갔다는 얘기인데, 정유사나 주유소 같은 공급자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자동차용 경유는 주로 화물차 연료로 쓰인다. 따라서 가격 탄력성이 휘발유보다 낮고,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하지 않아도 수요가 줄지 않는다. 국제가격도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싸다. 공급자 입장에선 경유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하지 않을수록 남는 장사인 셈이다.

에너지석유감시단 관계자는 “감시단이 경유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이 낮다는 점을 계속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면서 “휘발유에 쏠린 감시의 눈을 경유로 돌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이 이처럼 낮은데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당초 “대책 발표일부터 관계부처ㆍ민생관련 정부기관, 소비자단체 등과 합동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유류세 인하분이 적시에 반영되는지 모니터링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공수표에 그쳤다. 

 

합동 모니터링 자료가 있는지 문의하자, 산업통상자원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모니터링은 했지만 자료는 따로 공개할 수 없다. 어차피 오피넷 자료를 쓸 텐데 감시단이 내놓은 결과와 비슷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취재진이 ‘감시단 자료에 따르면 경유의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이 평균 47%에 그쳤다’고 지적하자, 그는 금방 말을 바꿨다. “우리 모니터링에는 경유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이 평균 90%였다. 감시단의 기준이 우리와 다른 것 같다. 사실 공급자들이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정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가격은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모니터링 무용론을 스스로 인정한 거다. 

여기까진 빙산의 일각이다.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고 일부에선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가 형평에 어긋난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 숙제가 켜켜이 쌓였음에도 뒷전으로 밀어놨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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