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전 ‘데자뷔’
아시아나항공 M&A,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전 ‘데자뷔’
  • 고준영 기자
  • 호수 339
  • 승인 2019.05.22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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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 줄이고 신주에 집중
역대 최고의 M&A로 불려

아시아나항공 매각 이슈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어디 하나 인수 의사를 내비치는 곳은 없다. 한편에선 매각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흥미로운 건 지난 2012년 SK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때의 그림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당시 SK는 마지막까지 버틴 끝에 구주 인수 비율을 낮췄고, 이는 최고의 M&A 사례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시나리오는 재현될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전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M&A 과정을 내다봤다. 

SK하이닉스 M&A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건 구주 매입 비율이 낮았기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M&A가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건 구주 매입 비율이 낮았기 때문이다.[사진=연합뉴스]

보기 좋은 떡이 늘 먹기 좋은 건 아니다.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선 특히 그렇다.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탈이 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경우가 숱하게 많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잇따라 인수했다가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공중분해된 건 너무나 유명한 사례다. 웅진그룹도 극동건설과 새한을 사들였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았다.

그렇다고 M&A가 참담한 결과만 낳는 것도 아니다.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를 품은 SK(인수기업 SK텔레콤)는 승자의 저주를 겪지 않았다. 되레 SK하이닉스가 핵심 계열사로 성장하면서 SK그룹은 인수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SK그룹 자산총액의 28%를 차지했고,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 가운데선 무려 68%를 벌어들였다. SK하이닉스의 성장에 힘입은 SK그룹은 재계 2위 현대차그룹과의 격차도 바짝 좁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33조원가량 벌어졌던 두 회사의 자산총액 차이는 이제 6조여원에 불과하다. 

SK가 승자의 저주를 피해간 건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통상 인수기업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사거나, 피인수기업을 감당하기엔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SK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당시에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거란 우려는 있었다. 무엇보다 하이닉스반도체가 매물로 나왔던 2008 ~2011년엔 반도체 시장이 극심한 불황기를 거치고 있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연간 3조~5조원의 투자를 감행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굴지의 반도체 기업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좀처럼 인수에 나선 곳이 없었던 이유다. 

 

그럼에도 SK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고 나서도 별 탈이 없었던 건 간단한 M&A 전략을 통해서다. 이 전략이란 ‘주주에게 돌아갈 돈은 줄이고, 기업(하이닉스반도체)에 남는 돈은 늘리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선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지분을 늘려야 한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기존 주주가 가진 지분(구주)을 인수하는 것, 또다른 하나는 새로 발행하는 주식(신주)을 사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구주를 인수할 때 쓴 돈은 해당 주주에게 돌아가지만, 신주를 산 돈은 회사에 남는다. 회사에 남은 돈은 인수한 뒤에 투자금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인수자 입장에선 신주 비중을 높이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란 얘기다.

반대로 구주를 보유한 채권단(정책금융공사ㆍ외환은행ㆍ우리은행 등 9곳) 입장에선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하는 게 최우선이다. 실제로 SK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할 때도 구주를 보유한 채권단과의 눈치싸움은 치열했다. 

당시 매각 과정을 보자. 당초 구주 매각 방식을 고수하던 채권단은 2008년과 2010년 두차례 매각에 실패하자 노선을 바꿨다. 2011년 6월 낸 3차 매각공고에서 “채권단이 보유한 구주 약 15% 중 7.5% 이상을 인수하면 나머지는 10% 이내까지 신주 인수를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SK와 STX 두 회사가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말은 교묘히 바뀌었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당시)은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과정에서 ‘구주매입 가점’ 논란을 빚었다.[사진=연합뉴스]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당시)은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과정에서 ‘구주매입 가점’ 논란을 빚었다.[사진=연합뉴스]

그해 8월 당시 채권단을 대표했던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구주 매입에 따른 가점은 없다”면서도 “시가 대비 프리미엄을 얼마나 제시하는지가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주는 주가와 연동된 가격으로 사야 하지만 구주는 웃돈을 얹어줄 수 있다.

다시 말해, 더 많은 구주를 더 비싼 값에 사는 곳에 하이닉스반도체를 팔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참고 : 인수후보기업인 SK텔레콤은 지주회사 SK의 자회사다. ‘지주회사는 손자회사의 지분을 20%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 때문에 SK는 STX보다 더 많은 하이닉스반도체의 구주를 매입해야 했다.]

이를 놓고 인수후보기업과 채권단이 줄다리기를 거세게 했고, 그 때문인지 한달 만에 상황이 다시 뒤바뀌었다. STX가 자금 조달 문제로 돌연 인수를 포기하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비자금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무산될 거란 우려가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채권단이 SK와 STX의 경쟁을 통해 가격을 높이려고 입찰을 여러 차례 미뤘는데 되레 이게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은 SK의 단독입찰로 진행됐다. SK가 최종적으로 인수한 지분은 신주 14.7%와 구주 6.4%. 각각 2조3426억원(1주당 2만3000원), 1조841억원(1주당 2만4500원)에 사들였다. 이 중 신주를 사는 데 투입한 2조3426억원은 하이닉스반도체에 유보됐으니 사실상 1조841억원에 산 셈이다. 반면, 채권단은 15%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6.4%의 지분을 매각하는 데 그쳤다. 

STX가 인수를 포기하지 않았거나, 채권단이 입찰을 미루지 않았으면 결과가 달랐을 지도 모른다. SK가 구주 매각 방식을 감수하고서라도 인수에 좀 더 적극 나섰으면 승자의 저주에 빠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양한 시나리오 가운데 SK와 하이닉스반도체로선 최상의 그림을 완성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가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건 전무후무한 딜이었다”면서 “SK로선 속내를 감추고 마지막까지 버틴 게 가장 성공적인 M&A 사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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