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삼킨 글로벌 브랜드 성적표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했다가 쓴맛을 보는 기업이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했다가 쓴맛을 보는 기업이 적지 않다.[사진=연합뉴스]

물 건너온 브랜드가 현지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끄는 예는 뜻밖에도 숱하다. 대표적 사례는 미국의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다. 1991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써브웨이는 최근 4~5년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 100개를 갓 넘겼던 매장 수는 356개(이하 2019년 5월 기준)로 크게 불어났다.

맥도날드 매장 수(420여개)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 써브웨이가 하락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CNN비즈니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써브웨이가 2018년 미국 내 매장을 1000개 이상 폐점했다”면서 “이는 당초 계획보다 많은 수준이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밀크티 브랜드 공차도 써브웨이와 비슷한 사례다. 2011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공차는 2017년 한국법인이 아예 인수해버렸다. 공차에 매력을 느낀 한국 소비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현재 대만 내 공차 매장 수는 33개(이하 2018년 12월)에 그친 반면 국내 매장 수는 448개에 이른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공차의 경우 틈새시장을 잘 공략한 사례다”면서 “당시 커피ㆍ치킨 일변도이던 프랜차이즈 시장에 새로운 대만 브랜드를 들여와 급속도로 성장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반면, 글로벌 본사를 인수했다가 되레 부메랑을 맞은 곳도 있다. 이랜드월드가 2013년 인수했지만 지난 2일 재매각한 ‘케이스위스(K-SWISS)’가 단적인 예다. [※참고: 이랜드월드 인수 당시부터 국내 판권은 화승이 가지고 있었다.]

정 교수는 “글로벌 브랜드를 인수할 때에는 기획ㆍ생산ㆍ유통ㆍ마케팅 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브랜드가 쌓아온 역사와 노하우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을 만큼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일본 브랜드에 뿌리를 둔 미스터피자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미스터피자(MP그룹)는 1990년 일본 피자 브랜드 미스터피자와 상표권 계약을 맺고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 미스터피자와 달리 MP그룹은 미스터피자를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키웠다. 2010년에는 사실상 사장된 일본 미스터피자의 상표권까지 사들였다.

하지만 미스터피자는 외식업계 트렌드 변화, 오너리스크 등으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 미스터피자의 매장 수 2016년 367개에서 지난해 277개로 감소했다. ‘한국 새우가 글로벌 고래를 삼켜도 소화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브랜드 인수 ‘그 후’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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