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냐 신주냐 … 아시아나항공 M&A 세가지 시나리오
구주냐 신주냐 … 아시아나항공 M&A 세가지 시나리오
  • 김다린 기자
  • 호수 339
  • 승인 2019.05.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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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M&A 경제학

“최종 매각되면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에 수천억원의 자금이 생긴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한 박삼구 전 회장과 금호그룹의 기대다. 채권단이 제시한 매각 가이드라인의 예상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수 시나리오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방만한 경영으로 아시아나 사태를 불러일으킨 경영인에게 막대한 현금을 돌려줄 정도로 인수ㆍ합병(M&A) 시장이 순진하진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아시아나항공 M&A에 숨은 경제학을 취재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어떻게 팔리게 될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어떻게 팔리게 될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초대형 매물’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놓고 시장이 잠잠하다. 인수후보로 꼽혔던 기업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면서다. SKㆍ한화ㆍCJ 등은 “인수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인수 의향이) 100% 없다”며 아예 선을 그었다.

하지만 속내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 대한항공과 더불어 양대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가진 매력이 작지 않아서다. 70여개 국제선 노선을 갖춘 글로벌 항공사인 데다 취득이 까다로운 항공운송사업면허도 보유하고 있다. 항공산업이 여전히 성장 중이란 점도 매력적이다. 정상화만 된다면 이만한 캐시카우도 없다. 지금의 차분한 시장 분위기는 인수전 과열을 막기 위한 ‘표정 관리’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아시아나항공이 어떻게 매각될지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단 이 회사 지분구조부터 살펴보자. 주요 주주는 금호산업(33.47%)과 금호석유화학(11.98%)이다.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아시아나항공 기업의 주식을 금호산업보다 많이 확보하면 아시아나항공을 거머쥘 수 있다. 물밑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잠재적 인수 후보 기업들은 지금 어떤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을까.

■시나리오➊ 금호산업 보유 지분+신주 인수 = “구주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 채권단이 밝힌 M&A 가이드라인이다. 이렇게 인수가 진행될 경우, 구주에는 시가 대비 상당금액의 프리미엄이 붙는 게 일반적이다. 시가총액(15일 종가 1조3230억원)을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 구주의 지분가치는 4405억원이다. 통상 20~30%를 더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최대 57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신주발행 유상증자도 추진한다.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일부 갚기 위해서다. 발행 규모는 오리무중이지만, 33.47%의 구주만 인수해도 경영권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생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가장 원하는 시나리오다. 금호산업의 모회사 금호고속의 최대주주인 박 전 회장이 매각자금을 쏠쏠히 챙길 수 있어서다. 최근 M&A 이슈가 불거지며 주가가 이상급등한 점도 호재다. 그룹 차원에서 인력 구조조정 등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이 알짜가 될수록 박 전 회장 측이 챙겨가는 자금이 불어나기 때문이다. 

박삼구의 출구전략

하지만 시장은 이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점친다. M&A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M&A 후보자들은 인수금액이 ‘실패한 경영인’이란 낙인이 찍힌 박 전 회장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보단 아시아나항공의 회생에 쓰이길 바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은 심각하다. 3조원이 넘는 차입금 가운데 1조2000억원 이상이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이다. 여기에 저비용 항공사(LCC)의 성장으로 항공시장까지 치열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이 노후 항공기 교체에 막대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건 업계 상식이다.

부실경영으로 ‘아시아나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박삼구 전 회장에게 수천억원의 현금이 고스란히 유입되는 것도 문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사태는 대우건설ㆍ대한통운 인수 등 박 전 회장의 경영실책에 뿌리가 있다. 뿔뿔이 흩어진 그룹을 재건하기 위해 무리한 M&A를 강행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을 자금줄로 삼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자들은 구주에 돈을 덜 들이는 방향으로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 실패가 이들에게 좋은 명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나리오➋ 금호석화 지분+신주 인수 =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을 노리는 기업들은 금호산업 지분 매입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주도권을 박삼구 전 회장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전략에서다. 이때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타깃은 2대주주인 금호석화의 보유지분 11.98%다. 여기에 신주발행 비율을 높여 사들이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차지할 수 있다. 신주자본금을 활용해 부채비율을 큰폭으로 낮춰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SK그룹이 2012년 하이닉스를 사들일 때와 흡사하다. 당시 SK그룹은 하이닉스가 실시하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14.7%)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확보했다. 채권단 입장을 감안해 구주(6.4%)도 취득했지만, 구주 인수에 들어간 돈은 1조800억원에 불과했다. 신주 인수가액 2조34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는 당시만 해도 대형매물에선 생소했던 M&A 방식이었다. SK그룹은 “신주 인수 방식이어야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명분으로 채권단을 압박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신주 자본금을 활용해 시설투자에 쏟았고, 이는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경영실적의 발판이 됐다. 물밑에서 아시아나항공을 노리는 후보자들 역시 이때의 SK그룹의 전략을 모를 리 없다.

■시나리오➌ 순수 유상증자 = 물론 알짜배기 회사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게끔 금호석유화학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경우 100% 순수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태 시나리오 카드가 있다. 신주물량이 워낙 많아 기존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자연스레 경영권이 상실되는 시나리오다. 다만 이미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산업과의 경영권 분쟁은 걸림돌이다. 넘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돌리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어서다.

구주에 제값 줄 필요 있나


이럴 경우엔 박 전 회장의 경영책임론이 부각될 수 있다. 대형 사모펀드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채권단 입장에선 박 전 회장의 욕심으로 인수전이 공전할 경우 부실경영의 책임을 묻고 압박할 수도 있다”면서 “과거 산업은행이 부실기업 대주주에게 차등감자를 요구했던 것처럼 금호산업 지분을 희석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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