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누굴 위한 구조조정인가

매각을 앞둔 아시아나항공이 노선축소ㆍ인력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조직 슬림화ㆍ비용 절감 통해 수익성 확보”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다른 속내가 깔려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다. 바로 ‘몸값 올리기’다. 아시아나항공이 알짜가 될수록 금호그룹과 박삼구 전 회장이 챙겨가는 자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박삼구 전 회장의 출구와 애먼 직원들의 눈물을 취재했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의 희생을 강요해왔다는 지적이 많다.[사진=연합뉴스]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의 희생을 강요해왔다는 지적이 많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허리띠 조이기에 나섰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1일 사내 인트라넷에 ‘희망퇴직 신청접수’ 공지를 올렸다. 대상자는 2003년 12월 31일 이전 입사자로 근속 15년 이상, 국내에서 근무하는 일반직ㆍ영업직ㆍ공항서비스 직군이다. 구체적인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라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미래 비전을 확신할 수 없는 만큼 동요하는 직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회사는 앞서 운항직과 정비직, 캐빈승무원을 제외한 일반직 직원 전원(2016년 이후 희망휴직 미신청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신청도 받았다. 휴직기간은 최소 15일부터 최대 3년이다. 

구조조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인천발 노선 가운데 러시아 하바롭스크, 사할린, 인도 델리 등 3개 노선이 9월부터 비행을 멈춘다. 미국 시카고 노선은 10월부터 운휴하기로 결정했다. 38개 부문 224개 팀으로 구성된 기존 조직도 38개 부문 221개 팀으로 줄였다. 20년 이상 된 19대의 노후 항공기를 2023년까지 10대로 줄인다. 최고의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대형항공사(FSC)의 상징 ‘일등석’도 9월에 폐지한다. 수요가 적은 일등석을 없애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과감한 혁신을 통한 수익구조 개편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하고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항공업종 내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수익성까지 악화한 상황에서 이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거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률ㆍ부채비율 등 경영지표가 악화하면서 ‘부실기업’이란 낙인이 찍혀있다.

하지만 업계가 보는 이유는 한 사장의 설명과 다르다. “경영 상태를 양호하게 만들어 회사 몸값을 끌어올리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더 많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자 아시아나항공의 실질적 오너였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입장에선 매각자금을 최대한 챙기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매각 대상으로 공포된 구주(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가 최대한 비싼 값에 팔려야 한다. 채권단은 ‘구주+신주(제3자 배정 증자) 매각’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이대로라면 박 전 회장은 보유 지분만큼 매각자금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의 진짜 이유

연초만 해도 주당 3000원 수준이던 아시아나항공의 주식가치는 인수ㆍ합병(M&A) 이슈로 6000~8000원 수준으로 급등했다. 덕분에 구주의 시가도 4000억원을 넘겼고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조직슬림화로 재무제표가 개선된다면 시장은 이보다 더 높은 몸값을 쳐줄 게 분명하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박 전 회장 출구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이 박 전 회장의 의도대로 흘러갈 때의 얘기다. 재계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은 혼란스러운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론과 채권단 의중 등 여러 변수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각 이해관계자의 셈법이 복잡하다. 섣불리 ‘인수전 참여’를 선언하는 기업이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확실한 건 인수 후보자 모두 구주 값을 높게 쳐줄 리 없다는 거다.”

증자를 통해 발행한 신주를 사들이면 인수기업에 유입된다. 반면 구주 매각대금은 고스란히 박 전 회장의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구주 매각대금을 두고 금호그룹과 후보자가 온도차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럴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은 공전을 거듭하고, 박 전 회장을 둘러싼 상황도 복잡해질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의 빠른 정상화를 원하는 채권단은 금호그룹에 날을 세울 수 있다. 구주 중 일부만 팔거나 구주 매각조건을 완화하는 식이다. 

인수 후보자들도 다른 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금호산업 지분 대신 2대주주 금호석유화학(11.98%)의 지분을 취득하는 거나 협력하는 건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M&A 시나리오가 ‘구주’가 아니라 ‘신주’ 쪽에 맞춰진다면 구조조정을 통해 몸값(구주 가치)을 끌어올리려던 그룹의 목적은 사라진다. 이는 되레 시장경쟁력 측면에서 독이 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끝낸 아시아나항공은 자칫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나친 전망이 아니다. 국내 LCC의 최근 5년간 국제선 여객 증가율은 연평균 40%대에 이른다. 중국ㆍ일본ㆍ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여행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다 높은 가격경쟁력 등은 LCC의 주요 무기다.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마치면…

몸집을 줄이는 데 한창인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LCC 업계는 투자에 적극적이다. 올해만 해도 신규 항공기 20대 안팎을 도입한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 규모에 따라 항공기를 확대하고 있는 LCC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며 “아시아나항공이 노후 화물기를 매각하는 것도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 물량 확보 측면에서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사태를 만든 건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경영 실책이었다. 회사가 누구에게 팔려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박 전 회장과 금호그룹이 ‘몸값 올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면 큰 문제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어떤 심정으로 이를 헤아려야 할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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