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기 신도시 철도망 분석해보니 …

“교통 대책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면 오히려 강남 가격만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다.” 최근에 나온 지적이 아니다. 1989년 1기 신도시 추진 계획이 발표되자 각지의 대학교수와 전문가들이 평가한 내용이다. 결국 신도시의 핵심은 접근성이란 얘기다. 30년이 된 신도시의 역사에서 교통 대책은 얼마나 성공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철도를 중심으로 여태까지의 신도시 교통성적표를 되짚어봤다.

신도시 계획은 매번 교통 정책이 늦었다.[사진=뉴시스]
신도시 계획은 매번 교통 정책이 늦었다.[사진=뉴시스]

3기 신도시의 핵심 목표는 ‘서울 30분 출퇴근’이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 편도 통근 시간은 35분. 2016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서울 시민의 평균 출퇴근 소요 시간은 편도를 기준으로 약 48분이었다. 일단 철도만 놓이게 된다면 3기 신도시 주민들은 서울 시민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게 된다. 꿈같은 이야기다.

국토교통부가 7일 발표한 3기 신도시에는 부천·고양·안산 등이 포함돼 사실상 경기도 전역이 대상이 됐다(지난해 12월 발표한 남양주·과천·하남 등도 포함).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통 대책도 함께 발표됐다. 기존 전철을 연장하거나 신설하고,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을 운영하겠다는 게 골자다.

매번 연기되는 것이 당연했던 교통 대책을 더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방안도 추가됐다. 국토부의 계산에 따르면 교통 대책 수립은 최대 2년까지 앞당겨진다. 교통 대책 수립이 지구계획 수립단계에서 지구지정 제안단계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30년간 전문가들의 평가도 늘 한결같았다. 교통 대책 없이는 신도시도 실패한다는 것이다.[사진=뉴시스]
30년간 전문가들의 평가도 늘 한결같았다. 교통 대책 없이는 신도시도 실패한다는 것이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3기 신도시는 또 다시 논란에 휘말렸다. 당연히 집값 문제가 갈등을 부추겼는데, 2기 신도시에서 많은 불만이 터져나왔다. 교통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집값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매일 출퇴근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또 신도시인가”라는 이유에서였다. 1·2기 신도시에 입주한 사람들이 여전히 통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1기 신도시의 때늦은 교통 시스템 = 그렇다면 한번 되짚어보자. 여태까지 신도시의 교통 정책은 대체 얼마나 달성된 걸까. 먼저 신도시의 역사부터 살펴보자. 신도시의 출발점은 30년 전인 1989년이다. 정부가 급등하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발표한 것이 시작이었다.


집값 상승을 부추긴 것은 올림픽이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강남 개발이 본격화했다. ‘영동(영등포의 동쪽)’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지역은 ‘강남’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새로운 정체성을 얻으며 강남으로 인구가 몰리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정부로선 또 다른 강남이 필요했다. 1기 신도시(성남 분당, 고양 일산, 안양 평촌, 군포 산본, 부천 중동)의 탄생 배경이다. 당시에도 많은 전문가가 신도시의 성공을 위해선 서울과의 접근성을 높이고 강남을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입주 따로 개통 따로

핵심 교통 대책은 ‘지하철 신설’이었다. 신도시가 발표된 당시 서울에 있는 지하철 노선은 총 4개였다. 1989년 첫 그림이 그려진 분당선은 강남 선릉역까지 이어질 예정이었지만 서울시가 2호선이 혼잡해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왕십리까지 연장해주길 요구했다. 개통 목표시점은 1992년이었다.

[※참고: 고건 서울시장은 1989년 청와대 주택장관회의에서 “일산의 경우에는 경의선 철도와 전철이 연결돼 교통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양재·잠실과 연결되는 분당은 교통량이 많은 2호선의 연결이 효율적이지 않아 왕십리와 잇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은 어그러졌다. 일단 노선이 짧아졌다. 애초 계획했던 왕십리가 아니라 선릉역까지 이어지는 데 그쳤다. 개통 시점은 1994년으로 2년 미뤄졌다. 1991년 첫 입주가 시작된 분당신도시의 주민들은 분당선이 개통하던 시점까지 교통지옥을 호소했다. 서울 출퇴근을 위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성남을 거쳐 잠실로 뻗는 송파대로를 이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이었던 양재역까지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 했다. 입주 후 지하철이 운행할 때까지 3년이 걸린 셈이다. 초기 계획이었던 왕십리까지 이어지는 분당선은 결국 1989년에서 23년이나 흐른 2012년에야 개통됐다.

분당신도시 다음으로 큰 신도시였던 일산 역시 핵심 교통 대책은 지하철이었다. 1기 신도시 계획 당시 일산신도시에는 지하철 3호선을 연장한 ‘일산선’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개통 예정시점은 1992년. 실제 일산신도시의 첫 입주가 시작된 시점과 동일했다.


그러나 일산 역시 분당처럼 적기에 지하철이 개통되지 못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통과하기 전 착공을 했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사가 중단됐고 철도청과 서울시가 예산을 놓고 다툼을 벌이면서 공사기간은 하염없이 연장됐다. 일산신도시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지하철을 탈 수 있게 된 것은 1996년이 돼서였다. 입주 후 4년이나 흐른 시점이었고, 그 기간 일산 주민들은 교통지옥에 시달렸다.

■ 2기 신도시와 GTX의 간극 = 2003년 정부는 서울 중심의 개발 방향을 바꾸고 균형 발전의 일환으로 1기 신도시보다 서울에서 더 떨어진 지역에 2기 신도시를 지정했다. 1기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교통 대책이 따라 나왔다. 정권이 바뀐 이후에는 개념만 있었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계획이 구체화했다. GTX 3개 노선이 2009년 제안되면서 ‘수도권 30분대 이동’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3기 신도시의 목표와 비슷했다.

GTX 빠지니 무용지물

GTX 3개 노선 중에서도 2기 신도시와 밀접한 관련을 맺은 것은 A노선이었다.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시작해 일산을 거쳐 서울 도심을 통과해 강남 삼성역, 동탄으로 이어지는 코스다. 운정신도시에서 삼성역까지 20분 만에 돌파할 수 있는 속도로 ‘수도권 30분대’ 도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발표 당시 GTX 3개 노선의 개통 목표 시점은 2016년이었다.
 

2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입주가 이뤄진 곳은 동탄1신도시였다. 2007년부터 입주한 동탄을 시작으로 판교(2008년), 파주 운정(2009년), 광교(2011년), 위례(2013년), 동탄2(2015년) 순으로 입주가 이뤄졌다.

2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됐지만 입주 시점과 비슷하게 계획됐던 철도 교통의 개통은 매번 미뤄졌다. 2011년 정부가 계획했던 GTX의 2016년 개통은 2023년 이후로 연기됐다. 판교(2008년)와 강남을 연결하는 신분당선도 2009년 개통에서 2011년으로 미뤄졌다. 역이 추가되고 노선이 수차례 변경된 탓이었다.

광교신도시(2011년) 역시 비슷했다. 신분당선은 2011년에 개통됐지만 정자역에서 광교역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2016년에야 개통하게 됐다. 입주 시점부터 5년이 미뤄졌다. 5년이 미뤄진 곳은 또 있다. 위례신도시(2013년)다.

지하철 8호선에 추가될 예정이었던 ‘우남역’은 2017년으로 다시 2019년으로 개통 시기가 미뤄졌다. 국토부의 새로운 주택 정책이 발표되면서 토지 이용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었고, 보상 문제 등이 얽혔다.


동탄신도시(2007년)는 2기 신도시 중 가장 먼저 입주가 시작됐지만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철도 교통인 GTX A노선은 2023년에야 개통할 예정이다.

서울행 고속 철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16년 SRT 동탄역이 개통돼 수서역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게 됐고 50% 할인되는 정기권까지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동탄에서 수서를 오가는 차량이 충분하지 않아 동탄신도시 주민들은 매번 예매를 위해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포 한강신도시도 뒤늦게 철도 교통을 이용하게 됐다. 김포 한강신도시와 서울을 연결하는 핵심 철도는 ‘김포도시철도’다. 애초 2018년 개통 예정이었지만 2019년으로 연기됐다. 김포 한강지구의 끝에서 출발해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까지 운행하는 경전철로 전체 구간은 30분, 다시 김포공항역에서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까지는 30분이 걸린다. 김포 한강신도시 주민들은 입주 후 8년 만에 서울까지 1시간이 걸리는 철도를 타게 됐다.

지각병 고쳐질까

신도시 첫 입주라면 몇년간 갖춰지지 않은 인프라와 교통수단으로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공식처럼 여겨졌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인프라가 완성되는 시기에 입주하는 ‘마지막 분양 단지’가 오히려 메리트로 통할 정도였다. 국토부가 3기 신도시를 발표하며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파격적으로 생략한 것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진단은 제대로 했다. 문제는 계획대로 되느냐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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