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사랑 이야기

과자든 떡이든 과식하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과자든 떡이든 과식하면 살이 찔 수밖에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칼럼(더스쿠프 337호·수박 한통 먹으면…)에 이어 강의 도중 필자가 받는 질문이 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좀 더 살펴보자. 언급했던 과자를 끊지 못하는 남자는 과자를 술·담배 등 기호품처럼 여겼다. 해악의 대명사인 음주나 흡연보다 차라리 과자를 먹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지론도 갖고 있었다.

핑계를 즐기는 사람들의 특징은 퇴로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선함과 정당함을 악함과 부당함에 견주곤 한다. 과자를 즐기는 남성이 자신의 습관을 싱싱한 채소를 즐기는 여성 대신 음주·흡연에 비교했듯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덜 나쁜 것은 나쁜 쪽에 가깝지 좋은 게 아니다.

이번엔 여성의 사례를 들어보자. 60대로 보이는 그 여성은 청중과 흉금 없이 고민을 나눈 남성과 달리 자신을 비만으로 이끈 원인을 털어놓지 않았다. 살이 찐 사람은 식습관이 잘못됐거나 운동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강의가 끝난 후 강사대기실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필자에게 그녀가 다가왔다.

그녀의 문제는 다름 아닌 떡이었는데, 봄쑥을 갈아 넣고 만든 찰떡을 냉동실에 넣어둔 후 전자레인지에 돌려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고 했다. 떡소리만 들으면 흥분해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떡을 좋아한다는 말도 곁들였다.


떡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 형언하기 어려운 행복감이 피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인간이 추구하는 원초적 쾌락의 순위에서 식탐은 결코 밀리지 않는다.

자신이 탐닉하는 음식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누구의 훼방도 받지 않는 공간에서 입에 넣었을 때 그 음식이 주는 질감과 행복감은 당사자 외에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음식이 혀에 닿는 촉감은 온몸의 신경계를 깨워, 먹는 자의 존재감을 느끼게 할 정도라고 하니, 맛있는 음식의 힘은 인간을 위대胃大하게 만든다.

이 때문인지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강한 충성심을 표현한다. 떡을 좋아하는 여성은 떡이 우리의 전통음식이기에 좋다고 말한다. 과자를 좋아하는 남성은 기업이 대중을 상대로 만들었으니 까다로운 검증을 거쳤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기호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독특한 향기나 맛이 있어 즐기고 좋아한다.” 문제는 잔치 때나 맛보던 떡이나 과자를 비롯한 기호식품들이 희소성을 상실해 상시 음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떡을 한말씩 뽑아 냉동보관함으로써 장기 저장성을 확보했으며 남성은 거주지 옆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에 자신의 간식을 상시 보관(?)하고 있다. 모두 살이 찔 수밖에 없는 환경들이다.

다음번엔 베지테리언을 자처하는 남성을 소개할 생각이다. 그 역시 뱃살을 줄이고 싶어 한다. 육식을 전혀 하지 않는 그의 문제는 대체 뭔지 다음호에서 살펴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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