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상담 下

부동산을 가진 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저축을 하지 않는 것이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세만 있으면 된다는 단순한 심산에서다. 그러다 막상 목돈이 필요하게 되면 자금을 모으느라 분주해지고, 그제야 지출을 줄일 생각을 한다. 무엇을 어떻게 줄여야 여윳돈을 만들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의 ‘실전재테크 Lab’ 27편 두번째 이야기다.

자신의 소비패턴을 꼼꼼히 살피면 지출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의 소비패턴을 꼼꼼히 살피면 지출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40대에 오피스텔을 갖게된 이현세(45·가명)·박현숙(43·가명)씨 부부. 두 사람은 8년 전 이씨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주택(2억500만원)으로 꿈을 이뤘다. “목감지구가 뜰 것”이라는 분양사의 말을 믿고 아버지 집을 판 돈의 일부(1억3000만원)에 대출금(1억2000만원)을 더해 오피스텔(시흥시 목감동) 2채를 매입했다.

겉보기에 부부의 생활엔 여유가 흐르는 듯했다. 맞벌이인 부부의 수입(남편 월 375만원·아내 314만원)은 총 689만원. 여기에 오피스텔 월세(총 100만원)까지 합하면 두 사람의 소득은 789만원에 달했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부부는 ‘자녀 교육비 마련’ ‘대출금 상환’을 재무목표로 잡았는데, 부부의 소득만 놓고 보면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부부의 지출 내역을 보자 얘기가 달라졌다. 부부는 월소득 789만원을 남김없이 쓰고 있었고, 저축도 전혀 하지 않았다. 부동산 외의 자산은 현금 700만원이 전부였다. 이씨는 “나중에 오피스텔을 팔아 노후자금에 보탤 생각이다”고 말했지만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목감지구의 오피스텔 시세가 좀처럼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소폭 하락하면서 부부의 불안감을 부추겼다. 펀드·주식 등 다른 재테크에 눈을 돌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 “원금은 절대 손해보면 안 된다”는 게 두 사람이 지금껏 지켜온 재테크 철칙이었기 때문이다. 부부는 현재 소득에서 최대한 지출을 줄여 노후자금과 교육비를 마련해 보기로 결정했고, 이를 위해 재무상담을 신청했다.

지난 1차 상담에서 부부는 워밍업할 겸 지출을 간단히 줄였다. 스마트폰·인터넷·TV의 요금제를 가성비 좋은 최신 요금제로 갱신해 22만원이었던 통신비를 12만원으로 줄였다. 술약속 때마다 대리기사를 부르던 이씨는 술자리 횟수를 줄였고, 꼭 나가야 할 날엔 차를 집에 두기로 했다. 월 55만원씩 지출하던 교통비·유류비도 35만원으로 20만원 절감됐다. 난방비·전기요금 등도 꼼꼼히 체크해 월 30만원씩 나오던 공과금을 23만원까지 줄이기로 했다. 그 결과, 부부는 총 37만원의 잉여자금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노후 대비는커녕 무럭무럭 커가는 자녀들의 교육비를 감당하기도 벅차다. 현재 부부는 초등학생인 아들들을 위해 월 120만원씩 교육비에 지출하고 있는데, 중학교·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금액도 불어날 게 뻔하다. 가장 큰 문제는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다. 부부는 등록금까지는 지원할 생각을 하고 있다. 제법 큰돈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4년제 대학생의 1년 등록금은 평균 671만1800원에 이른다(2018년 기준).

이 통계대로라면 부부는 두 아들의 4년치 대학 등록금으로 5369만4400원을 마련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잉여자금(37만원)을 10년간 꼬박 모아도 4440만원에 불과하다. 수익률 높은 펀드·주식에 투자해 원금을 불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기회가 흔한 것도 아니다. 이씨 부부는 지출을 더 과감히 줄여야만 했다.

그럼 본격적으로 지출 다이어트를 시작해 보자. 먼저 월 75만원의 보험료다. 이씨 부부의 보험은 가족 전체에 적용되는 통합보험(35만원)과 이씨의 보장성보험(40만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씨는 “아내와 자녀들이 각각 따로 보험을 드는 것보다 더 싸다고 해서 통합보험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통합보험 대부분의 특약이 3년 갱신형으로 설정돼 있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가 급격히 올라가는 구조여서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보장성보험도 이씨에게 불리했다. 이 보험엔 추후에 연금처럼 돌려받을 수 있도록 연금전환 특약이 붙어있는데, 가입시점이 아니라 전환할 당시의 경험생명표(보험사가 가입자의 사망률·사고율·평균수명 등을 예측한 자료)가 반영되도록 설정이 돼있다. 연금성 보험은 평균수명이 길어질수록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줄어든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경험생명표 속 남성 평균수명은 1989년 65.7세에서 2019년 83.5세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씨가 받을 연금액이 기대했던 것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부부는 기존 보험들을 해지하고 새로 보험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씨와 박씨는 각각 1만5000원·2만원짜리 실손보험과 7만원·9만5000원짜리 건강보험을 새로 들었다. 모두 보험료가 오르지 않는 비갱신형이다. 두아들의 보험은 실손보험이 포함된 비갱신형 건강보험(5만원)으로 변경했다. 이씨는 최고 2억5000만원까지 지급해 주는 사망보험금(9만원)에 추가로 가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총 보험료는 75만원에서 39만원으로 36만원 줄어들었다.

다음으로 생활비(145만원)다. 부부는 평소 장을 볼 때 식재료를 대량으로 산다. 소량으로 샀을 때보다 더 싸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맞벌이인 부부는 대부분의 식사를 밖에서 해결했고 주말에는 외식으로 끼니를 때웠다. 자연히 식재료의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무분별하게 지출했던 아이들 간식비(30만~40만원)도 부담이었다. 부부는 일주일에 한번만 외식을 하고 자녀들 간식도 정해진 예산 안에서만 쓰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생활비는 145만원에서 105만원으로 40만원 절감했다.

이런 노력을 곁에서 지켜본 박씨의 어머니도 뜻밖의 도움을 주었다. 부부는 맞벌이인 자신들 대신 자녀들을 돌봐주는 박씨 어머니에게 감사의 뜻으로 매월 30만원씩 드리고 있었는데, 박씨 어머니가 이를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 잉여자금 30만원이 더 확보된 셈이었다.

월 50만원씩 나가는 의류비·미용비도 조정하기로 했다. 운동을 좋아하는 이씨는 종종 인터넷에서 농구·축구·야구 등의 체육복을 주문해 자녀들과 커플로 맞춰 입는데, 축구공·야구배트 등 각종 장비를 구입하고 염색까지 하면서 액수가 커졌다. 귀여운 자녀들에게 이것저것 입혀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부부는 의류비·미용비를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절반 줄이기로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여행비(30만원)도 10만원 절감했다. 여름휴가 외에는 인근 야영장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여행횟수를 줄였다.

이제 지출 다이어트가 끝났다. 이씨 부부는 1·2차 상담을 통해 소비성지출(143만원), 비정기지출(35만원) 등 총 178만원을 줄였고, 이를 고스란히 잉여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부부에겐 돈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과정만이 남았다. 어떻게 해야 두 사람의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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