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 부진에 빠진 화장품 사업

KT&G의 사업 포트폴리오엔 ‘화장품 사업’이 포함돼 있다. ‘꽃을든남자’ ‘다나한’ 등의 브랜드로 알려진 ‘코스모코스(옛 소망화장품)’가 KT&G의 화장품 자회사다. 2011년 한방 화장품 시장을 개척한다며 야심차게 나섰지만, 한방도 시장도 잡지 못한 채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담배회사 KT&G는 꽃을 들었나 독배를 들었나. 더스쿠프(The SCOOP)가 답을 찾아봤다.  

KT&G의 화장품 자회사인 '코스모코스'는 수년째 호실적을 내지 못한 상태다. 사진은 뷰티크레딧 뉴욕 매장. [사진=코스모코스 제공]
KT&G의 화장품 자회사인 '코스모코스'는 수년째 호실적을 내지 못한 상태다. 사진은 뷰티크레딧 뉴욕 매장. [사진=코스모코스 제공]

안정환이 모델이었던 화장품 ‘꽃을든남자’를 기억하는가. 꽃을든남자는 옛 소망화장품의 대표 브랜드였다. 브랜드명처럼 현빈ㆍ김재원 등 미남배우를 등장시켜 인지도를 높였다. 안정환의 인기에 매출도 1년새 41.3%(2001년 542억원→2002년 766억원)나 늘어날 정도로 히트를 쳤다. 

그로부터 17년, 소망화장품은 KT&G의 자회사가 됐고(2011년ㆍ지분 60% 인수), 사명도 코스모코스로 바꿨다(2016년). KT&G로선 외산 담배로 국내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상황(2002년 80%대→2010년 58%대)에서 화장품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셈이었는데,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인수된 지 2년 만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소망화장품의 실적은 갈수록 악화했다. 매출은 쪼그라들었고(인수 전인 2010년 1220억원→2018년 783억원), 영업이익은 들쭉날쭉했다. 2016년 해외시장을 겨냥하겠다며 이름까지 바꿨지만 별 소용 없었다. 

KT&G는 화장품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T&G는 화장품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지금이다. 코스모코스 브랜드 중 실적을 낼 만한 게 없다. 4개 브랜드(다나한ㆍ꽃을든남자ㆍ플로르드망ㆍ비프루브) 가운데 2017년 대비 매출이 늘어난 건 비프루브뿐이다(2017년 55억9700만원→ 2018년 56억3300만원). 유통채널도 협소하다. 코스모코스의 제품은 자체 멀티브랜드숍인 ‘뷰티크레딧’이나 마트ㆍ시장ㆍ동네화장품 가게 위주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매장 수는 145곳에 불과하다. 멀티브랜드숍 ‘아리따움’의 매장은 1200여개,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 1세대 로드숍 매장도 600~800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편이다. [※ 참고: 코스모코스 측은 “뷰티크레딧 매장 수는 적지만, 각종 유통 경로를 종합하면 판매처는 2000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화장품 사업에 출사표를 던진 KT&G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소망화장품을 인수하기 직전에 M&A했던 프리미엄 한방화장품업체 KGC라이프앤진의 실적도 부진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2012년 이후 영업손실만 내다가 2016년 한국인삼공사에 편입됐고, 그제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KT&G의 자회사로 있던 시기엔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코스모코스는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근 멕시코에 비프루브 제품을 유통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엔 뉴욕에 뷰티크레딧 1호점을 열었고, 올해 하반기엔 미국 내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코스모코스 측은 “합리적인 가격과 동양의 이국적인 성분, 멀티기능성 제품 등으로 까다로운 미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실적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국내 시장이 포화돼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해외시장서 수익을 내긴 쉽지 않을거다. 미국·유럽은 소비층이 탄탄한 고급 화장품 브랜드가 많다. 게다가 중국마저 한국 ODMㆍOEM 업체를 통해 생산하는 자국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KT&G는 수차례에 걸친 자금수혈로 코스모코스의 지분율을 98.56%까지 늘렸다. KT&G 측은 “화장품 시장은 여전히 전망 있는 분야”라면서 “사업을 접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배회사의 화장품 사업은 국내나 해외나 쉽지 않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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