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타워크레인 안전대책
관련 부처는 강 건너 불구경
노조가 사고 분석해야 하는 이상한 현실

요즘 건설현장은 공포 그 자체다. 한달에 한두번 꼴로 타워크레인 사고가 일어나니 불안해서다.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이 들어온다고 하면 주민들도 겁에 질린다.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대책을 세우겠다는 정부는 실효성 없는 것들만 잔뜩 내놓는다. 사전에 안전사고를 차단할 대책은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허술한 타워크레인 안전대책을 취재했다. 

정부가 사고원인 분석 없이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만들려니 대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사고원인 분석 없이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만들려니 대책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사진=연합뉴스]

8건. 올해 일어난 전체 타워크레인 사고 건수다. 이 가운데 2건의 사고로 3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모두 3톤(t) 미만의 소형 타워크레인(무인)에서 일어난 사고다.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가 자체 집계한 통계여서 정확한 수치가 아닐 순 있다. 

분명한 건 알려지지 않은 일까지 더하면 사고 건수가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거라는 점이다. 올해 1월 1일 “건설현장 고강도 점검으로 타워크레인 중대재해(사망사고)가 0건”이라던 정부(국토교통부) 발표를 무색하게 만드는 통계다. 게다가 지난해 사망사고는 없었지만, 총 10건(유인 3건, 소형 무인 7건)의 사고가 있었다.

정확한 사고 건수는 누가 알까. 사실 아무도 모른다. 타워크레인은 현장에서 작동되기 전까지는 국토교통부 관할이고, 작동 후부터는 고용노동부 관할이다. 총괄부서가 없다 보니 사고가 나면 경찰이 나서서 원인을 밝히기 전까진 책임을 지는 부처가 없다.

그나마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거나 다쳐서 신고가 접수된 사고만 노동부가 파악할 뿐이다. 경찰이 건설기계 사고를 집계하고 있어 공조를 통해 충분히 사고 건수를 집계해 볼 만하지만 건설기계 안전을 책임지는 국토부는 ‘법적 공백’의 뒤로 숨기 바쁘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가 끼어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의원입법 발의로 근거를 만들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누군가 법을 만들어주면 그때 움직이겠다는 건데, 이전까지 ‘사람이 다치거나 죽지만 않으면’ 그만이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중대재해 0건’ 발표는 이런 사고방식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는’ 타워크레인 사고가 올해만 매월 평균 1건 이상 터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부처가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과 검증된 통계가 나올리 없다.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한목소리로 이렇게 꼬집었다. “원인 분석을 되레 노조가 하고 있다. 정부는 노조의 주장을 들어보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국토부는 효과도 없는 대책을 발표해 삽질만 하고 있다.”

■ 황당한 연식 제한 = 국토부가 발표한 의미 없는 대책은 뭐가 있을까. 대표적인 사례는 2017년 11월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타워크레인 연식 제한’이다. 20년 이상 된 장비는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건데,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반박했다.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계 수명도 다르기 마련인데 연식 제한이 말이 되는가. 그런 식이면 자동차도 사고 예방을 위해 연식 제한을 둬서 강제로 못 타게 하고, 타워크레인보다 더 위험한 원자력발전소도 연식 따져서 가동을 중단해야 할 것 아닌가. 특히 타워크레인은 한두푼 하는 건설기계가 아니다. 임대업자뿐만 아니라 기계 1대로 먹고사는 자영업자들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부적합 크레인 받아준 게 국토부

연식이 오래된 장비가 번번이 사고를 일으켰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현재까지 노후 장비 때문에 발생한 사고는 거의 없다. 국토부의 연식 제한 조치에 한국노총이 지난 4월 “최근 5년간 20년 된 타워크레인에서 노후화를 이유로 사고가 난 사례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국토부가 제출한 답변 자료에 따르면 ‘20년 된 타워크레인에서 일어난 사고’는 있어도 ‘노후화에 따른 장비 결함’은 단 한건도 없었다. 대부분 작업절차 미준수, 안전조치 미흡, 와이어로프 불량, 조립불량이었다. 국토부가 대책을 내놓기 전 최소한의 통계조차 집계해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 불법개조의 덫 = 지난해 10월 발표한 3t 미만 소형타워크레인 불법 개조 전수 조사는 ‘황당한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다. 당시 국토부는 이렇게 설명했다. “8t 크레인을 고의로 말소하고 3t 미만 무인장비로 불법 개조한 후 연식을 조작한 사례(33건)들을 적발했다. 사고 발생 위험성이 높음에도 비용절감만을 생각한 탓이다. 3t 미만 장비를 건설기계로 편입하면서 등록절차 간소화 조치를 악용한 사례도 있어 전수조사 방식 단속을 실시한다.” 문제는 불법개조를 부추긴 곳이 사실상 국토부라는 점이다. 

3t 미만 소형 타워크레인이 건설기계로 등록된 건 2014년 건설기계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된 이후다. 당시 국토부는 “소형 크레인의 제작과 안전기준을 일원화해 효율적인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력이 불분명한 장비들이 등록됐다. 그렇다면 시장에 들이지 않으면 그만인데, 국토부는 이상한 대책을 펼쳤다. 국토부가 2016년 대한건설기계협회에 보낸 공문 내용을 보자. “제원표(제조사ㆍ연식ㆍ치수ㆍ무게 등이 적힌 표)가 없는 경우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안전관리원)을 통해 제원표 작성을 지원해 등록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 등록에 치중한 나머지 ‘이력이 불분명한 장비’를 솎아내는 시스템을 허술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크레인 수입업자가 진짜 노후 장비를 싸게 들여와 등록을 말소하고, 불법으로 개조해 3t 미만 장비로 등록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2013년 13대였던 3t 미만 소형 타워크레인은 2018년 1808대까지 늘었다. 오희택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장은 “제원표가 없으면 현장에 들이지 않는 게 상식”이라면서 “정부가 사용하면 안 되는 장비를 승인해준 셈”이라고 꼬집었다. 

■ 허술한 안전점검 시스템 = 국토부는 201 8년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대책 후속조치로 안전검사 시스템을 개편했다. 이 역시 패착이었다. 총괄검사기관을 둬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취지였는데, 당시 총괄검사기관으로 선정된 곳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이다. 안전관리원은 그해 2월 기타공공기관에 지정됐고, 올해 2월 준정부기관이 됐다. 

하지만 안전관리원이 컨트롤타워에 적합한 조직인지는 의문이다. 타워크레인 검사 인력이 고작 10여명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국토부의 통제가 원활한 것도 아니다. 안전관리원 내부에 국토부 출신 공무원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전관리원은 철밥통을 방불케 한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인사 관련 지적이 숱했지만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관리원이 총괄기관에 선정될때부터 자격 논란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원희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홍보국장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을 탁상에서만 논의하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사실 타워크레인 안전사고에 가장 민감한 건 그 누구도 아닌 현장 노동자다. 그래서 노조가 사고 원인을 조사했고, 불법 개조된 3t 미만 소형 타워크레인이 문제라는 주장도 하는 거다. 어느 누가 20시간 교육을 받고 리모콘으로 움직이는 크레인 밑에서 작업하고 싶겠는가. 국토부가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마음으로 타워크레인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토부 장관과 관계자들이 새겨들을 얘기다.
김정덕ㆍ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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