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 이번엔 뜨려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습니다. 차세대 인터넷 5G의 상용화로 고질적인 기기 성능문제를 해결하면서 VR·AR 시장이 떠오를 거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이렇다 할 즐길 거리가 없는 데다 여전히 가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포켓몬고 말곤 뚜렷한 히트작도 없습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VR·AR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VR·AR 시장이 5G의 상용화로 급부상할 거란 분석이 나오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사진=뉴시스]
VR·AR 시장이 5G의 상용화로 급부상할 거란 분석이 나오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랭하다.[사진=뉴시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두 기술이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요? 2012년 4월 구글은 안경 하나로 AR 시장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물론 보통 안경이 아니었죠. ‘구글 글래스’는 음성인식으로 인터넷 검색은 물론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카메라를 통해 구현되는 증강현실(AR) 기능으로 큰 주목을 받았죠. 당시 업계에선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디바이스”라는 평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2년 뒤 정식 출시된 구글 글래스는 소비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습니다. 당시 구글은 구글 글래스의 가격을 1500달러(178만7250원)로 책정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줄을 이었습니다.

안경에 철판이 달린 다소 생소한 디자인도 소비자들의 거부감을 산 이유 중 하나였죠.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구글 글래스는 시장에서 빠르게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번엔 VR을 살펴볼까요? 2015년 6월 스타트업이었던 오큘러스 VR은 게임용 VR ‘오큘러스 리프트’의 티저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개발 당시 “사실상 최초의 현실적인 게이머용 VR”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오큘러스 VR은 페이스북에 인수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무거운 헤드셋, 느린 반응속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오큘러스 리프트의 인기는 금세 사그라들었습니다. 이렇듯 VR·AR 업계는 고질적인 문제로 발목을 잡혀왔습니다. 먼저 기기 성능입니다. VR·AR 콘텐트를 원활하게 즐기려면 기기가 약 25억개의 픽셀 정보를 초당 60~120프레임 수준으로 처리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고질적인 문제에 번번이 발목

하지만 4G로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때문에 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VR·AR기기 이용자 중 일부는 어지럼증·방향감각 상실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높은 가격대도 소비자의 주된 불만이었습니다. 가령, 앞서 언급한 오큘러스 리프트는 가격이 599달러(71만3708원)에 달했습니다. 더구나 이 기기는 PC에 연결해 사용해야 하는데, 요구 사양이 매우 높았습니다. VR·AR을 원활하게 즐기려면 이용자는 그래픽카드와 램 등 컴퓨터 부품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해야만 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선뜻 다가가기에 만만한 기기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이랬던 VR·AR 업계가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한 건 올 3월 5G가 상용화되면서입니다. 차세대 이동통신인 5G는 4G보다 전송속도가 20배(20Gbps) 빠르면서도 지연속도(1㎳)는 10분 1에 불과합니다. 5G의 ‘초저지연성’이 VR·AR 업계에 날개를 달아줄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5G 덕분인지 업계 전망도 밝습니다. 융합연구정책센터는 전세계 VR·AR 시장의 규모가 2018년 102억900만 달러(12조1640억원)에서 2020년 501억8020만 달러(59조7897억원)로 5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내 VR 시장도 같은 기간 2조8000억원에서 5조7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한국VRAR산업협회).

하지만 VR·AR에 ‘흥행 보증수표’ 딱지를 붙이기엔 아직 의문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시장을 견인할 대표 콘텐트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VR 게임업체 관계자는 “세계적 열풍이었던 포켓몬고를 제외하면 대표적인 히트작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소비자들이 값비싼 기기를 구매할 만한 값어치를 하는 ‘킬러 콘텐트’를 꾸준히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설문조사도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VR 콘텐트·VR 체험공간 인식’을 묻는 질문에 ‘아직은 콘텐트가 다양하지 않다’는 응답이 74.1%에 달했습니다(2018년 8월 기준).

물론 기업들도 VR·AR 콘텐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긴 합니다. 주요 분야는 게임입니다. 소니·베데스다 등 내로라하는 게임업체들이 기존 PC게임의 흥행작들을 VR·AR 버전으로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SK텔레콤이 넥슨과 손잡고 ‘카트라이더’ ‘크레이지아케이드’ ‘버블파이터’의 5G 스마트폰용 VR 게임을 상반기에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가성비 좋은 VR 통할까 

여전히 높은 가격대도 숙제입니다. 현재 대표적인 VR·AR 기기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44만8000원)’과 HTC의 ‘HTC 바이브(80만9000원)’ 등인데, 모두 별도 기기(플레이스테이션·고사양 PC)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삼성전자의 ‘기어VR’ 2019년형의 가격은 14만7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갤럭시 스마트폰을 부착해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갤럭시 유저가 아니면 쓸 수 없죠. 올 5월 페이스북이 내놓은 신제품 ‘오큘러스 퀘스트’는 그나마 위안을 삼을 만합니다. 가격이 400달러(47만6600원)인 데다 PC 없이 자체적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죠.

VR·AR은 크고 작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곧 대세가 될 것”이라는 업계의 기대를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때마다 냉정하게 등을 돌렸습니다. 차세대 인터넷 5G가 상용화된 요즘, VR·AR은 이번에야말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미완에 그친 작품으로 남게 될까요? 시장은 아직 답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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