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OLED 우위론의 그림자

LG전자의 OLED TV를 두고 찬사가 쏟아졌다. 해외 유력 매체들은 ‘최고의 TV’라며 엄지를 치켜세웠고, 각종 박람회와 학회에선 혁신상과 최고상을 몰아줬다. LG전자가 “삼성전자의 QLED TV와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주장한 데엔 이런 자신감이 깔려있다. 하지만 웬일인지 시장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일부에선 “패널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간다”고 주장하지만 그 이유만으론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많다. 더스쿠프(The SCOOP)가 ‘OLED TV 강자’ LG전자가 유독 삼성을 견제하는 이유를 취재했다.  

LG전자의 OLED TV는 세계 가전박람회 CES에서 2013년 이후 7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사진=연합뉴스]
LG전자의 OLED TV는 세계 가전박람회 CES에서 2013년 이후 7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사진=연합뉴스]

“QLED TV는 OLED TV가 아닌 나노셀 TV와 비교돼야 한다.” 지난 14일 LG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이정석 HE마케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는 LG전자의 OLED TV가 삼성전자의 QLED TV와 경쟁구도를 그리고 있는 것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이렇게 말했다. 

LG전자가 이런 반응을 보인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27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QLED TV는 퀀텀닷을 이용한 LCD TV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3월 6일엔 권봉석 MCㆍHE사업본부장이 “QLED TV와 OLED TV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은 LCD와 OLED가 어떻게 다르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LG전자의 주장은 틀리지 않다. 실제로 OLED TV와 QLED TV의 기술은 서로 다르다. 먼저 OLED TV는 말 그대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 패널을 탑재한 TV다. OLED의 가장 큰 특징은 스스로 빛을 낸다는 점이다.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인 LCD와 달리 빛을 내는 백라이트유닛(BLU)을 따로 탑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는 상당한 장점이다. TV를 더 얇게 만들 수 있고, 다양한 형태(롤러블ㆍ폴더블 등)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픽셀별로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어 명암비도 높다.

반면 QLED TV의 기반은 LCD다. 대신 OLED의 발광소재가 유기물인 것과 달리 QLED는 무기물인 퀀텀닷을 쓴다. 무기물 소재를 썼을 때의 장점은 수명이 길고, 번인현상(장시간 TV를 켜놨을 때 생기는 얼룩)이 발생할 우려가 적다는 점이다. 색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QLED TV의 장점이다.[※참고 : 학계에선 퀀텀닷 소재와 OLED를 결합한 패널을 QLED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QLED는 LCD에 퀀텀닷 필름을 입힌 브랜드명이다.]

LG전자가 두 제품의 비교를 거부하는 건 QLED TV의 기반이 LCD라는 점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LG전자의 심중엔 OLED TV의 기술과 혁신성이 QLED TV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LG전자의 OLED TV는 해외에서 숱한 찬사를 받아왔다.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에선 2013년 이후 7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다. 최근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에서 최고상 2관왕을 거뒀고, 미국 소비자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에서 ‘최고의 TV’로 꼽혔다. 많은 전문가들이 QLED보다 OLED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그럼에도 OLED와 QLED의 비교 논쟁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LG전자가 주장하는 ‘비교불가론’이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어서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숱한 찬사에도 OLED TV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팔린 OLED TV는 총 251만4000대다. 그 중에서 LG전자가 판매한 OLED TV는 약 156만대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QLED TV의 판매량은 총 268만8000대, 삼성전자가 판매한 건 259만9000대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OLED TV의 혁신성에 손을 들어줬지만 시장의 평가는 달랐다는 얘기다. 

그럼 OLED TV가 시장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LG전자 관계자는 “수급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V용 대형 OLED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의 생산량이 부족해 시장의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는 거다.

LG디스플레이의 생산시설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할 수 있는 대형 OLED 패널은 8.5세대 파주공장에서 만드는 월 7만장이 전부다. LG디스플레이가 중국 광저우廣州와 파주에 짓고 있는 추가 생산시설의 완공 및 정상가동을 서두르는 이유다.

하지만 OLED TV 판매실적이 저조한 이유를 패널 공급이 부족한 탓으로만 돌리긴 힘들다. 무작정 공급 때문이라면 OLED TV가 QLED TV의 판매량을 앞선 사례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가령, 지난해 1분기 OLED TV의 판매량은 총 47만대로, 당시 QLED TV(36만7000대)보다 10만대가량 더 팔렸다. 하지만 올 1분기 OLED TV와 QLED TV의 판매량은 각각 61만1000대, 91만2000대로 뒤집혔다.
 
IHS마킷이 내놓은 판매량 전망치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IHS마킷은 OLED TV 판매량이 올해 340만대에서 2020년 600만대, 2021년 71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할 거란 장밋빛 전망이지만 QLED TV의 판매 예상치보다는 적다.

IHS마킷이 예상한 QLED TV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각각 417만대, 657만대, 847만대다. 시장이 패널 공급 부족 문제와는 별개로 OLED TV보단 QLED TV에 더 많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LG전자의 기술적 우위론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 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OLED와 QLED 중 어떤 제품의 기술이 우위에 있다고 말하긴 힘들다. 두 제품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LCD TV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봐야 한다. OLED는 발광형태를 개선한 것이고, QLED는 소재를 개선한 것이다. 장단점도 서로 다르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이기 때문에 뭐가 더 잘 팔리든 이상하지 않다.”

남 연구위원의 말처럼 두 제품이 동일선상에서 비교가 된다면 가격이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QLED TV의 판매량이 높은 건 당연한 결과다. 통상 QLED TV의 가격이 OLED TV보다 20%에서 많게는 40%까지 저렴하기 때문이다.

남상욱 연구위원은 “OLED의 이름이 갖는 프리미엄은 상당히 크지만 가격적인 면에서 QLED TV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OLED TV의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 해도 LCD를 기반으로 하는 QLE D의 낮고 탄탄한 가격을 따라가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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