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도 없는 안전검사 수수료
안전검사기관이 부르는 게 값

타워크레인 안전검사는 사고 예방을 위한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검사기관이 늑장을 부리고, 법에도 없는 ‘급행료’라는 비용까지 받아서다. 검사를 대충 하고도 합격점을 내줘도 처벌할 법적 근거도 없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구조를 개선하기는커녕 장관의 말 한마디에 수수료까지 올려줬다. 대체 뭔가. 더스쿠프(The SCOOP)가 타워크레인 안전검사 급행료 논란을 취재했다. 

돈벌이에 급급한 검사기관이 타워크레인 안전검사를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사진(가운데)은 검사 수수료 인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뉴시스]
돈벌이에 급급한 검사기관이 타워크레인 안전검사를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사진(가운데)은 검사 수수료 인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뉴시스]

“2008년 타워크레인 안전검사 업무가 고용노동부(산업안전관리공단)에서 국토교통부로 이관됐다. 이때부터 서서히 급행료가 생겨났고, 대부분 이런 급행료를 내고 검사를 받았다. 검사기관이 기업이나 다름없는데, 안전이 담보되겠나.” 20여년 간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을 해온 업계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얘기다. 

도대체 급행료란 뭘까.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모든 건설기계는 현장에 투입되기 직전에 안전검사를 받는다. 타워크레인도 마찬가지다. 검사를 받을 땐 해당 검사기관에 수수료를 낸다. 정기검사인지 수시검사인지 혹은 몇 톤(t)짜리인지에 따라 금액이 조금씩 다른데, 지난해 6월 28일 이전까지는 타워크레인 1대당 8만5000~9만8000원(건설기계관리법 시행규칙)이었다.

중요한 건 한달 전에 신청을 해놔도 제때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사기관은 15일 이내로 명시돼 있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는다. 임대업자나 타워크레인 자영업자로선 난감하기 짝이 없다. 공사기간 단축이 최우선인 건설현장에서 공기 지연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어서다. 

검사기관들은 ‘사전검사’를 해주고 검사료를 받았다. 그게 바로 급행료다. 급행료를 내면 현장검사도 빨리 해줬다. 법에도 없는 검사 항목을 만들어 ‘일종의 뒷돈’을 받은 거다. 일부 타워크레인 임대업자들이 한국노총 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에 제공한 세금계산서에 따르면 이런 급행료는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이었다. 검사기관과 검사명이 같아도 가격은 천차만별, 부르는 게 값이었다.

물론 인력이 부족하거나 갑작스럽게 업무가 많으면 검사를 제때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검사기관이 급행료를 받기 위해 일부러 검사를 지연해도 도리가 없다는 거다.

 

더 황당한 건 국토교통부다. 2017년 12월 27일 타워크레인 안전 간담회 자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수료를 올려라”고 지시했다. 수수료를 현실화하면 검사가 미뤄지지 않고 제때 이뤄지지 않겠냐는 거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28일 건설기계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돼 수수료는 기존의 두배(16만~28만6000원)가 됐다.

하지만 타워크레인 임대업자의 의견을 듣지 않은 탓에 이상한 결과가 초래됐다. 한 타워크레인 임대업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6개월마다 받는 정기검사는 2~3시간이면 끝난다. 지연될 이유가 없다. 더구나 우리가 민원인이고, 안전을 위해 좀 더 세밀한 검사가 필요하다면 정확한 검사기간을 산정해서 그 기간 내에 검사를 마치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검사 의뢰인이 애걸복걸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마디 상의도 없이 수수료까지 올리니 할 말이 없다.”

급행료는 사라졌을까. 지난해 11월로 표기된 또다른 타워크레인 임대업자의 세금계산서엔 여전히 1대당 150만원의 급행료가 ‘안전검사’ 라는 항목으로 찍혀 있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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