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파트1] 철강업계 판도 뒤집는 M&A

▲ 일본을 대표하는 두 철강업체가 인수합병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철강업계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산업이 진화할수록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게 마련이다. 철강업계 또한 M&A가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세계 철강업계 1위는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이다. 2011년 기준 아르셀로미탈사의 철강 생산량은 9720만t에 이른다. 2위 허베이사와 3위 바오스틸사의 생산량을 합친 것보다도 1000만t가량 많다.

그런데 아르셀로미탈이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세계 1위의 아성을 지키고 있는 건 아니다. 이 회사의 성장동력은 인수합병(M&A)이었다. 인도 출신 사업가인 락시미 미탈 회장은 1976년 창업 이후 약 20여개 회사를 M&A하며 몸집을 불렸다. 가장 큰 M&A는 2006년 있었던 룩셈부르크 철강사와의 합병이었다. 당시 업계 2위였던 아르셀로(Arcelor)사를 집어삼키며 미탈사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강업계 최강자로 우뚝 섰다.

M&A로 판도 바뀌는 철강업계

 
최근 철강업계에 또 다른 매머드급 M&A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철강업체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은 10월 1일 공식 합병을 선언했다. 아르셀로미탈을 위협하는 공룡철강사의 탄생이 임박한 것이다.

2011년 기준 신일본제철의 조강생산량은 세계 6위, 스미토모의 생산량은 세계 27위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조강생산량이 4610만t에 달한다(신일본제철 3340만t•스미토모금속공업1270만t). 지난해 2•3위였던 중국 허베이(조강생산량 4440만t)사와 중국 바오스틸(조강생산량 4330만t)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는 생산량이다.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 철강생산이 위축됐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이 본격화되는 2013년부터는 신일본제철•스미토모 합병사와 다른 업체의 물량격차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이런 생산력을 바탕으로 합병 3년 뒤부터 발생하는 시너지 효과는 연간 1500억엔(약 2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의 합병은 경제효과 상승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 철강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중국의 견제 세력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 세계 철강생산량은 14억90 00만t이다.

이중 중국은 약 6억8000만t을 쏟아내며 전 세계 철강생산량의 약 46%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만 따로 놓고 보면 중국의 입김은 더 강하다. 2011년 기준 아시아권의 연간 철강생산량은 약 9억5000만t이다. 이중 중국은 약 70%의 점유율을 가진다. 따라서 일본 업체의 합병은 중국을 견제할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체로선 부담스런 적수가 등장한 셈이다. 국내업체는 중국의 물량공세에 ‘고급화 전
▲ 락시미 미탈 회장은 M&A를 통해 철강사를 키운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뉴시스>
략’으로 맞서 왔다. 그러나 일본 업체는 국내업체와 기술격차가 거의 없다. 오히려 일부 품목은 기술력이 앞서 있다.

따라서 일본 철강업체들의 합병은 국내 업체에게 적지 않은 압박을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박기홍 부사장은 지난 7월 있었던 기업설명회에서 “(두 회사의 합병으로) 대형 철강사가 동아시아 지역에 출현하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며 “자동차 강판 수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 말했다. 포스코는 세계 철강업계 4위다. 2011년 기준 조강생산량은 3910만t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의 경계심이 기우라는 반응도 있다. 일본 철강사들의 합병은 포스코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평가다.

우리투자증권은 8월 3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의 일본 내 자동차강판 점유율은 60%에 달하는데, 이처럼 한 철강사에 구매비율이 집중되면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물량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국내 철강사에 득인가 실인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가 합병을 기점으로 일본 내 자동차강판 판매를 늘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우리투자증권 변종만 연구원은 “일본에서의 포스코의 자동차강판 판매량은 현 100만t에서 오는 2015년까지 250만t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2011년 2월 신일본제철과 스미토모금속공업의 합병이 결정된 직후 포스코의 경쟁력 확대를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당시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잉생산으로 침체에 빠진 일본 철강업계가 합병으로 인해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포스코의 투자 포트폴리오 개선을 가져와, 일본 고객사를 확보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ssue in Issue 철강업계 달구는 세기의 소송

삼성-애플 소송 빼닮은 ‘신일본제철 vs 포스코’ 전쟁

▲ 최근 산업계에서는 대형 소송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철강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사진: 뉴시스>
최근 애플과 삼성의 특허재판이 전 세계를 달궜다. 철강업계에서도 그와 버금가는 소송전이 한창이다. 지난 6월 신일본제철은 포스코에 소송을 제기했다. “포스코가 영업비밀 기술정보를 이용해 방향성 전기강판을 제조•판매했다”는 이유에서다. 소송 금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 사건은 애플•삼성 소송과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삼성과 애플이 그랬듯,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소송이 제기되기 전까지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신일본제철은 1968년 포항제철 설립 당시, 기술을 전수해 주며 포스코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최근까지 포스코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재 포스코와 신일본제철은 상호 지분을 각각 3.5%, 5.0% 보유하고 있다.

그런 파트너끼리 특허침해를 이유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기술을 지키려는 근원적인 몸부림일 수도 있지만 경쟁사에 대한 견제가 소송의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이 또한 애플•삼성 케이스와 유사하다.

사건의 발단인 ‘방향성 전기강판’은 일반 강판보다 3~4배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마진율도 높다. 최근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에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수요도 크게 늘었다. 이 매력적인 시장을 그간 일본이 독점해 왔다.

그러나 최근 포스코가 전기강판 기술을 개발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아직까지는 신일본제철이 1위지만 포스코가 턱밑까지 추격해 온 것이다. 두 업체 모두 점유율은 20%대다. 신일본제철 측은 “포스코가 전기강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신일본제철 퇴직자를 통해 불법적으로 특허 기술을 획득했다”고 주장한다. 포스코 측은 “전기강판은 포스코가 오랜 기간 자체 연구를 통해 개발한 것으로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으며, 굳이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결백함을 증명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향후 양사 간 전략적 제휴관계는 계속될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신일본제철과 소송전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협력관계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또한 애플• 삼성 케이스와 비슷하다. 삼성과 애플 또한 서로 싸우면서도 부품 공급 등 기존 협력관계는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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