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조치 성과 모니터링했나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가 마무리됐다. 정부는 5월 7일을 기점으로 유류세의 단계적 환원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정부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추진한 한시적인 정책을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으면서 그 성과를 두곤 단 한마디 말도 없다. 합동 모니터링을 한다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켰는지도 불투명하다. 유류세율 인하분이 제대로 반영됐는지를 확인한 다음 모니터링 자료를 발표한 곳은 한 시민단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정부가 유류세 인하조치의 성과를 철저하게 모니터링했는지 여부를 취재했다.  

정유사와 주유소는 유류세 인하분을 원칙대로 반영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손을 놨다.[사진=뉴시스]
정유사와 주유소는 유류세 인하분을 원칙대로 반영하지 않았지만, 정부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손을 놨다.[사진=뉴시스]

정책은 집행만큼이나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정책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지, 정책에 쏟아부은 비용과 노력이 효율적이었는지 등을 분석해야 더 좋은 정책을 만들 수 있어서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꺼내놓은 ‘유류세 인하책’은 기름값에 시달리는 서민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정책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6일부터 올해 5월 6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5% 낮췄다. 

평가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유류세 인하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숱했다. 유류세를 제때 인하하지 않은 주유소도 수두룩했다. 원하는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정부로선 이 정책의 모니터링을 통해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부는 유류세 인하책의 효과를 더듬어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석유감시단에 등록된 자료를 재분석해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월평균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은 휘발유 78.48%, 경유 47.66%였다. 유류세 인하분이 기름값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유가상승, 내수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자영업자ㆍ서민의 부담 완화를 위한 것”이라는 정책 효과도 달성하지 못했다. 전체 승용차의 42.8%(2018년 기준), 영세자영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1톤(t) 이하 트럭이 경유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유에만은 유류세 인하분이 잘 반영돼야 했지만 (반영률이) 50%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의문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긴다. 반영률이 이렇게 낮게 유지되는 동안 정부는 뭘 했느냐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은 “석유제품 가격은 기업들이 알아서 자율로 결정하는 것이고,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틀린 주장은 아니다. 현행법상 정부가 가격을 강제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합동 모니터링 했나 안 했나

그렇다고 온전히 맞는 주장도 아니다. 유류세 인하는 가격이 아닌 세금문제다. 정부가 일선 주유소에 세금을 깎아 받으라고 지시했는데, 듣지 않았다면 그건 탈세의 여지가 있다. 더구나 정부는 지난해 유류세 인하를 결정하면서 “합동 모니터링을 통해 유류세 인하분이 기름가격에 제대로 반영되는지 시장을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24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이런 내용들이 담겨 있다. ▲대책 발표일부터 관계부처ㆍ민생관련 정부기관 및 소비자단체 등 합동 모니터링 체계 가동 ▲(산자부) 정유사ㆍ주유소ㆍ충전소 업계 간담회를 통해 유류세 인하분의 신속한 반영 요청 ▲(산자부) 일별 가격보고제도를 통해 주유소ㆍ충전소 가격에 유류세 인하분이 적시에 반영되는지 모니터링 ▲(공정위) 정유사 간ㆍ주유소 간 가격 담합여부 모니터링 ▲(민생관련 정부기관 등) 석유류 부당이득 방지, 유통질서 확립 등을 위한 범정부적인 협력체제 유지 ▲(소비자물가 감시활동 강화) 소비자단체 등과 협력해 석유류 가격 감시 강화 등이다. 

문제는 기재부가 보도자료에 담은 내용처럼 ‘합동 모니터링’을 제대로 했느냐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스쿠프는 먼저 산자부에 합동 모니터링 자료가 있는지 물었다. 산자부 관계자는 “모니터링은 했지만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 “에너지석유감시단의 보도자료와 비슷할 것”이라 말했다. 에너지석유감시단은 국내 석유시장을 감시하는 유일한 시민단체로, 이번 정책과 무관하다. 

하지만 에너지석유감시단의 보도자료엔 경유의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이 평균 47%에 그친 걸로 나와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경유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이 평균 90%였던 걸로 안다”면서 “감시단 기준이 우리와 다른 것 같다”며 말을 바꿨다. 유류세 인하분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됐는지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합동 모니터링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시민단체가 매월 내놓은 보도자료와 산자부의 내부자료 내용이 다를 리 없어서다. 에너지석유감시단 관계자는 “산자부에선 우리가 유류세 인하분 반영률을 어떻게 계산하고 있는지를 묻는 전화 한통 외에 협조를 구한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럼 기재부는 어떨까. 독자 편의를 위해 1문1답으로 정리해봤다.

취재팀 : “유류세 인하 후 당초 예상한 성과가 있었다고 보는가.”
기재부 : “가격이 낮아진 것만으로도 성과다.”

취재팀 : “에너지석유감시단의 자료에 따르면 경유의 경우 유류세 하락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기재부 : “수요가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반영률이 낮을 수도 있다. 더구나 가격은 시장 자율로 결정되는 것이니 강제할 방법은 없다.”

취재팀 : “수치화된 합동 모니터링 결과를 갖고 있는가.”
기재부 : “산자부 소관이고 거기서 모니터링을 하니까 그쪽에 문의해보라.”

 

취재팀 : “합동 모니터링이니 기재부도 뭔가 자료가 있을 것 아닌가.”
기재부 : “산자부에서 갖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취재팀 : “산자부는 자체 조사한 자료가 에너지석유감시단의 자료와 다르다는데, (시민단체와) 합동 모니터링을 제대로 했다면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되는 것 아닌가.”
기재부 : “산정방식이 다를 수도 있고, 주유소도 워낙 많으니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취재팀 : “두곳 모두 오피넷 자료를 토대로 했다. 주유소가 많고 적음이 문제될 수 없다. 더구나 산자부는 에너지석유감시단 측에 산정방식을 문의했고, 감시단은 매월 보도자료를 냈다. 모니터링을 제대로 했다면 수치가 달랐을 때 바로 잡지 않았겠나.”
기재부 : “알아보겠다.”

취재팀: “모니터링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 
기재부: “담당자가 얼마 전에 바뀌었고, 지금은 유류세율 단계적 환원(유류세를 원래 수준으로 올리는 작업)에 따른 모니터링이 현안이다. 계산을 직접 해보면 금방 나오는 거니까 직접 해보라.”


유류세만 낮춰 놓고 ‘나 몰라라’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는 지난 5월 6일 ‘유류세율 단계적 환원 이후 후속조치계획’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1차 환원일인 5월 7일을 전후해 가격담합ㆍ판매기피를 비롯한 불공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자부ㆍ공정위 등 관계부처와 함께 합동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중이다.” 

이런 와중에 유류세를 내릴 땐 ‘2주간의 시간차’를 강조하던 정유사들은 5월 첫째주 유류세가 오르자 고작 일주일 만에 인상분을 모조리 가격에 반영했다. 정부는 이번에도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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