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人의 분석 “반도체 위기론 다소 과장” 
전문가 4人의 분석 “반도체 위기론 다소 과장” 
  • 고준영 기자
  • 호수 341
  • 승인 2019.06.04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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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반도체 호황 꺾였지만
시스템반도체 기회 있어
중국 기술력 아직은 …
장기적 안목으로 반도체 키워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매출이 급감했다.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한풀 꺾인 탓이다. 시장 안팎에선 위기론이 흘러나온다. 하루빨리 시스템반도체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반도체의 과한 위기론이 한국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 반도체는 정말 위기일까. 중국은 어디까지 따라온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전문가들에게 반도체의 현주소를 물어봤다. 뜻밖의 답이 나왔다.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저물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위기론이 흘러나온다.[사진=연합뉴스]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저물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에 위기론이 흘러나온다.[사진=연합뉴스]

지금 한국 경제를 관통하는 주요 화두 중 하나는 ‘반도체 위기론’이다. 업계에선 곡소리를 높이고, 시장 안팎에선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에선 “10년 만에 최악의 불황”이라는 주장까지 내뱉을 정도다.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없어서 못 팔았던 메모리반도체의 재고가 켜켜이 쌓인 데다 한껏 치솟았던 가격이 원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9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공개한 ‘올 1분기 반도체 매출 현황’은 한국 반도체의 위기론에 부채질을 했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감소세가 유독 가팔랐기 때문이다. 두 기업의 매출 증감률(전년 동기 대비)은 각각 -34.6 %, -26.3%로, 반도체 기업 평균 -12.9%보다 감소폭이 훨씬 컸다.

문제는 반도체 위기론이 한국경제의 빨간불까지 점등點燈시켰다는 점이다. 반도체의 수출 비중(금액 기준)이 우리나라 전체의 약 20%(1267억611만 달러ㆍ약 151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4일 시스템반도체를 키우겠다고 나선 삼성전자를 정부가 두팔 벌려 환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삼성전자는 당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삼성전자 사업장을 찾아 “적극 돕겠다”고 화답했다. 이는 말의 성찬盛饌에 그치지 않았다. 정부는 곧장 지원사격에 나섰다. 시스템반도체를 집중육성사업으로 선정, 10년간 1조여원의 투자금과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우리가 냉정하게 살펴봐야 할 게 있다. 한국 반도체가 정말 위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느냐다. 우리나라의 두 반도체 공룡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짜 위기에 빠졌느냐다. 

 

실적부터 보자.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반도체 사업으로 26조12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4조1224억원이다. 메모리반도체가 초호황을 누린 지난 2년간의 1분기 실적보단 적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호황이 시작되기 직전인 2016년 1분기 실적(매출 21조8877억원ㆍ영업이익 2조6316억원)과 비교하면 한참 높은 수준이다. 2016년에도 삼성전자의 효자는 반도체였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7727억원, 1조3665억원. 호황 이전엔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변변치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만족스러운 성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수출 실적으로 봐도 위기를 논하기엔 이르다. 4월 누적금액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올해 반도체 수출실적은 금액으로나 비중으로나 지난해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다(한국무역협회 1977년 이후 통계). 

그럼 지금의 반도체 침체 분위기가 진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문제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기존의 메모리반도체도, 새로운 시스템반도체도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메모리반도체 전망 = 먼저 메모리반도체의 상황을 보자. 지금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침체된 가장 큰 이유는 재고 증가와 수요 둔화다. 주요 메모리업체들이 감산계획을 밝힌 상황에서 관건은 수요의 회복 여부다.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지만 업계는 이르면 올 2~3분기, 늦어도 하반기 안에는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쌓였던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올해 안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4차산업시대로 접어들수록 반도체 수요는 증가할 공산도 크다. 더구나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특성상 신규공급자가 진입할 가능성은 적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를 만들려면 수십조원의 투자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감수하고 과점 구조가 견고한 메모리반도체에 진입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면서 “이게 가능한 건 중국 정도인데, 중국은 기술 수준이 떨어져 아직 첨단 제품에 탑재할 만한 반도체를 만들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반도체 실적에 일희일비하는 이유 중 하나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반도체의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반도체 실적에 일희일비하는 이유 중 하나다.[사진=연합뉴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도 “한국 메모리반도체에 여전히 기회가 남아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4차산업시대가 다가올수록 메모리반도체 수요처가 다양해질 공산이 크다. 반면 공급자는 정해져 있다. 이는 갈수록 가격등락폭이 줄어 국내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안정화될 거란 얘기다.”

■파운드리 전망 = 시스템반도체는 크게 설계 분야와 생산 분야로 나뉜다.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곳을 팹리스(Fabless),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파운드리(Foundry)라고 부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설계도 하고, 위탁생산도 한다. 다만, 두 기업 모두 시스템반도체가 주력은 아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흔들리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안팎에서 위기론이 쏟아진 건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후하게 평가했다. 특히 고도의 공정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파운드리에 높은 점수를 줬다. 메모리반도체와 유사한 공정이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시스템반도체공학) 교수는 “파운드리는 공정기술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작고 빠른 공정기술을 이미 갖췄다”면서 “파운드리에선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팹리스 전망 = 설계 분야는 품종이 다양한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CPU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차량용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시장은 인텔과 퀄컴, 인피니온(독일) 등 기존의 강자들이 꽉 잡고 있다. 팹리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시장점유율을 넓히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긍정론이 나온다. 박재근 한양대(융합전자공학)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우리나라가 반도체로 돈을 벌 수 있었던 건 시장을 잘 봤기 때문이다. 컴퓨터 등장 이후 메모리반도체를 팔았고,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자 AP와 이미지센서를 최초로 개발했다. 미래가 있으려면 새로운 시장이 생겨야 한다. 이제는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시대가 열린다.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기술에서 강한 우리나라가 충분히 유리하다.”

다만, 팹리스 부문의 한계는 뚜렷하다. 팹리스의 경쟁력이 삼성전자에 국한된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종환 교수는 “시스템반도체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면서 “결국엔 설계에서 승부가 나는데, 이는 실력을 갖춘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삼성전자와 일부 중소 팹리스를 제외하곤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곳은 없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뜻하는 건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그만큼 두 기업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두 기업의 실적이 오르내릴 때마다 시장 전체가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 때마다 불거지는 한국 반도체 위기론도 이런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말 반도체 호황이 저물면서 반도체 위기론이 고개를 들었고, 올해 실적이 떨어지자 시장 안팎에선 위기론이 현실로 다가왔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 분기에 수조원의 매출을 영업이익을 올리는 공룡기업이다. 기술력도 잠재력도 여전히 높다. 

반도체 업황이 워낙 안 좋은 탓에 전문가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대부분 “조만간 반도체의 진가가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지금 필요한 건 반도체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다. 반도체의 과장된 위기론은 한국 경제에 ‘공포’만 심어줄 뿐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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