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Insight 풀무원] 매운맛 알릴까 매운맛 볼까
[Company Insight 풀무원] 매운맛 알릴까 매운맛 볼까
  • 심지영 기자
  • 호수 341
  • 승인 2019.06.0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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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 뜬금없는 김치수출전략

풀무원이 김치 세계화에 나섰다. 전북 익산의 국가 식품클러스터단지에 수출용 김치공장을 세우고 ‘글로벌 NO.1’ 김치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풀무원의 난데없는 해외 김치시장 진출엔 이상한 점이 숱하다. 풀무원 김치의 시장점유율이 미미한데다, 해외수출시장의 상황도 녹록지 않아서다. 김치의 매운맛을 알리겠다는 풀무원이 되레 매운맛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풀무원의 김치수출전략을 취재했다. 

풀무원은 5월 24일 전북 익산의 글로벌 김치공장 준공식을 열고 해외 김치시장 진출의 포부를 밝혔다. [사진=풀무원 제공]
풀무원은 5월 24일 전북 익산의 글로벌 김치공장 준공식을 열고 해외 김치시장 진출의 포부를 밝혔다. [사진=풀무원 제공]

풀무원이 전북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단지에 ‘글로벌 김치공장’을 세웠다. 포기김치·백김치 등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하루 30만톤(t)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김치맛의 표준화를 위해 모든 제조과정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도입하고, 공장 전체에 쿨링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각종 기술력도 쏟아부었다. 

풀무원 측은 “미국의 월마트, 중국의 허마센셩·샘스클럽에서 우리가 만든 김치가 활발하게 판매 중”이라며 “풀무원 김치를 세계 1위 제품으로 만들어 김치 세계화를 실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지난 3월 ‘김치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하며 김치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반길 만한 일이었다. 

그 때문인지 지난 5월 24일 열린 준공식에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송하진 전북도지사,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 등 각종 인사가 참여했다. 하지만 풀무원의 김치수출 전략엔 의아한 점이 숱하다. 우선 풀무원의 식품사업에서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풀무원은 1999년부터 김치사업을 했지만 지금까지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방식을 이용했다. 김치사업에 진출한 지 20년이 흘렀음에도 자체 공장 하나 없었다. 풀무원의 한 관계자는 “1987년부터 김치박물관인 ‘뮤지엄김치간’을 운영했지만 이는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이라며 “김치사업은 구색 맞추기에 가깝지 주력사업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사업 규모가 작은 만큼 시장점유율도 업계 하위권이다. 현재 국내 가정용 김치시장은 종갓집김치의 대상㈜(점유율 46.7%)과 비비고의 CJ제일제당(34.6%)의 2강 구도다. 풀무원의 김치 ‘찬마루’는 올 1분기 기준 소매점 매출액 순위 11위(FIS식품산업통계정보·닐슨)에 머물러 있다. 풀무원이 자체 김치공장을 세우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풀무원은 미국의 월마트, 중국의 허마센셩·샘스클럽에 김치를 유통해 현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사진=풀무원 제공]
풀무원은 미국의 월마트, 중국의 허마센셩·샘스클럽에 김치를 유통해 현지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사진=풀무원 제공]

그렇다고 김치가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김치산업은 수출보다 수입이 훨씬 많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9750만 달러, 수입액은 1억3821만 달러에 달했다. 물량으로도 수입이 29만742t을 기록할 동안, 수출은 2만8197t에 그쳤다. 이는 풀무원이 ‘수출용’이란 타이틀을 붙인 김치공장의 하루 생산가능물량인 30만t에도 못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김치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해도 실제 현지인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멀었다”며 “김치를 먹는 외국인은 늘었지만 서구권에서 김치는 아직도 특식特食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100억원대에 불과하다. B2B를 제외한 국내 가정용 김치시장(2527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그런데도 풀무원 측은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에서 출혈경쟁을 하는 것보다 해외진출이 성장성이 있다고 봤다”면서 “한인시장이 아닌 현지인이 소비하는 주류시장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장의 시각은 풀무원과 다르다.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수출만으로 해외에서 주류시장을 공략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거다. 균류가 포함된 김치는 국가별로 수입 규정이 매우 까다롭다. 식문화가 다른 현지인의 입맛에 맞추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괜히 기업들이 현지로 나가 공장을 짓는 게 아니다.”

풀무원이 김치공장 준공식을 진행한 지난 5월 24일 주가는 전일 대비 800원 상승한 1만2700원에 그쳤다. 5월 31일 주가는 1만1900원으로 더 떨어졌다. 지난 4월 30일 10대1 주식액면분할 이슈(5월 7일 재상장)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치 못한 결과다. 

풀무원이 야심차게 선포한 김치 프로젝트에 시장이 냉랭한 반응을 보낸 셈이다. ‘글로벌 NO.1 김치로 성장해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강화한다’는 풀무원의 위풍당당한 선언 뒤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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