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사랑 이야기

가공식품은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공식품은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칼럼(399호·그게 뭐든 많이 먹으면…)에 이어 특정음식을 즐기는 식습관을 가진 이들의 얘기를 이어가보자. 과자를 못 끊는 남성, 떡으로 고민하는 여성 외 필자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이는 채식을 고집하는 60대 초반의 남성이었다. 1m 줄자로 허리둘레를 잴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복부 비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즐기는 음식은 채소와 두부 등 사찰 음식류라고 했다.

사찰식은 마늘·파·달래·부추 등을 넣지 않아 맛이 담백하고 정갈하며 영양이 우수하다. 여기에 음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기본적으로 소식을 고집하므로 건강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탁발만 안 했을 뿐이지 스님처럼 먹고산다는 그에게 필자는 본인만이 알고 있는 문제를 이실직고할 것을 넌지시 권했다. 그러자 그는 면류를 좋아하는 자신의 식습관을 고백했다.

필자는 밀가루 옹호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면을 반대하지도 않는다. 밥숟가락 위에 김치를 올릴 것인가, 면젓가락 사이에 김치를 끼울 것인가의 문제는 지극히 개인의 선호와 관련된 것이다.


필자 역시 면을 즐기는 편으로 냉면과 고기 몇점을 함께 주는 식당에서 점심 또는 저녁을 해결하기도 한다. 밥이든, 면이든 그저 한끼 식사에 불과할 뿐이니 반찬을 쌀과 먹든, 밀과 먹든 뭔 상관이 있겠나. 그래도 여기서 잠깐. 쌀과 밀의 차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나.

왕겨와 겨층을 벗겨내 먹을 수 있도록 가공한 벼의 열매가 쌀이다. 볏과 밀 속의 풀로 낱알을 빻아 주로 가루로 이용하는 것이 밀이다. 밥이든 면이든 한끼 식사는 맞지만, 그 차이는 뭘까. 공기에 담겨 정형화돼 있는 밥과 달리 면은 그 양을 가늠하기 힘들다.

배가 쉬 꺼지는 특성상 많이 먹어둬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슬슬 퍼담아 공간이 있는 쌀밥과 달리 면류는 뽑아내기 위해 강제로 좁은 틈 속을 통과했으므로 치밀한 구조를 가진 농축된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에게 고민을 호소한 세 사람은 공통으로 자신의 뱃살 원인을 쌀과 밀의 가공품인 과자·떡·면에서 찾고 있었다. 소화와 흡수가 용이하도록 가공돼 정제된 백색 탄수화물이 비만의 1차 원인이라면 그것에 소금·설탕·기름을 더해 만든 가공식품의 음용횟수가 2차 원인이었던 것이다.

회에 걸쳐 몇 사람의 고민과 그 식습관 사례를 소개하며 원인을 분석했지만, 여기서 도출된 결과를 법처럼 따를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늘 언급하지만 인간은 기호에 맞는 음식을 먹거나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언제나 자신의 주관적 신념을 가지고 신앙을 선택하듯 먹거리를 취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

우리가 스스로의 박약한 의지를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우리를 유혹하는 가공식품 업계의 현란한 전략이 있음을 간과해서 안된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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