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전망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키워드는 ‘메모리 편중’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이면서도 그만큼 의존도가 높다. 메모리 업황이 좋지 않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이 하락하는 이유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2030년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1위’ 전략을 꺼냈다. 고질적인 약점을 해결해 반복적인 위기론을 타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삼성 특유의 추격자(Fast Follower) DNA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반도체 위기를 맞은 삼성전자에 필요한 DNA를 취재했다. 

정부가 삼성전자의 2030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1위 전략에 적극 돕기로 약속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전략을 적극 돕기로 약속했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이 복잡하다. 반도체 사업이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불안함 때문이다. 실적에서 잘 드러난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3855억원, 영업이익 6조233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5%, 영업이익은 60.2% 감소한 수치다. 2016년 3분기(5조2000억원) 이후 영업이익으론 최저치다. 부진의 원인은 당연히 반도체다. 반도체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4%, 64.3% 감소했다.

반도체 연간 매출 1위 타이틀도 인텔에 내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2017년과 지난해 2년 연속 매출 1위를 달성하며 ‘글로벌 반도체 권좌’를 꿰찼다. 하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인텔에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인텔이 2017년과 지난해 삼성전자에 뺏겼던 1위 자리를 올해는 쉽게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불황을 이유로 댔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약점이다. 이 회사 반도체 사업을 두고 업계가 호들갑을 떠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도체 시장의 갈래는 크게 전자기기 저장장치 역할을 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시스템 반도체로 나뉘는데,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메모리에 있다. 시장점유율이 40%가 넘는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위기론이 감돌았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어긋나면서 제품가격이 떨어진 탓이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대표제품인 D램의 하락세가 가파르다. 올해 4월 PC용 DDR4 8Gb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3월(4.56달러)보다 12.3% 하락한 4달러로 조사됐다. 4달 연속 하락세인 데다 감소율도 두자릿수다. 지난해 말(7.25달러)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일시적인 흔들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하반기께 가격 반등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내년까지 가격 상승이 힘들다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삼성전자 위기론에 불을 지피는 한 축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반도체 산업에 최대 1조 위안(약 170조원)을 투자한다. 반도체 자급률을 20%에서 70%까지 늘리기 위해서다. 중국 정부 정책 지원을 받는 산업의 성장 속도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미 팹리스(fabless) 분야와 시스템 반도체 제조공정 분야에서는 경쟁력을 갖췄다. 삼성전자가 강세인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고개 숙인 메모리 반도체

하지만 전문가들은 호들갑 떨 것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도체 특허법률회사인 JM인터내셔널 유영준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중국 기업들은 이제 막 D램 양산에 돌입하는 수준이다. 냉정하게 보면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는 시장에서 유통되기 어렵다. 점유율과 기술력 모든 측면에서 이미 삼성전자가 압도적이라서다.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다고 단숨에 추격당할 수준이 아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기회가 공존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 여파로 시장 미래가 여전히 밝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무인차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해서다.

삼성전자가 총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1위’라는 목표를 세운 점도 호재다. 사실 삼성전자가 강세인 메모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30% 수준이고, 나머지 70%가량이 시스템 반도체의 몫이다. 이 시장에서도 삼성전자가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메모리 편중’이라는 약점은 사라진다. 정부도 등을 떠밀어주고 있다. 정부의 ‘중점 육성 3대 산업’ 중 하나로 시스템 반도체가 선정됐다. 10년간 연구ㆍ개발(R&D)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역사에서 메모리ㆍ시스템 시장을 동시에 주도한 단일기업은 없었고, 시스템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걸림돌이 많다”면서 “하지만 메모리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출발해 1위로 역전한 삼성전자의 역량이라면 역사를 새로 쓰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삼성전자 혼자만 커서는 위기론이 시장 사이클에 따라 반복돼서 나올 공산이 크다는 거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만 커서야… 

IBK경제연구소가 작성한 ‘반도체 산업 호황의 그림자’ 보고서를 보자.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던 2017년,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 5곳 중 1곳은 적자였다. 국내 부품소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미미한 상태다. 세계 10대 반도체 장비 업체 가운데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유영준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의 경쟁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설계능력이 핵심인데다 대ㆍ중소기업의 시장 생태계도 탄탄해야 하는데 한국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면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을 위해서라도 반도체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의 단독 성장만으로는 산업의 질적ㆍ양적 성장이 힘들다는 얘기다. 신사업을 개척하고 생태계도 챙겨야 하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막중한 시점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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