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노동전문 변호사 AI

노동자가 기업에 부당한 피해를 당하는 ‘직장갑질’은 한국 사회에서 신조어로 굳어질 만큼 만연해 있다. 그렇다고 노동자가 합리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게 쉬운 것도 아니다. 소송의 문턱이 높고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한 법률회사는 이런 노동 관련 소송 절차를 쉽게 만들었다. 인공지능(AI)을 통해서였다. 

브라질의 한 IT 기업은 IBM 왓슨을 활용해 독창적인 소송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브라질의 한 IT 기업은 IBM 왓슨을 활용해 독창적인 소송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브라질은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넓은 국토 면적과 2억명의 인구,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춘 신흥국이다. 시장 규모도 크고 인건비도 저렴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진출했다. 그럼에도 브라질 내 기업 경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장 큰 애로사항은 브라질의 노동법이다. 1943년 제정된 이 법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인 법으로 꼽힌다. 노동자 보호주의에 입각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세부적인 규정이 많다. 채용에서부터 해고까지 어렵고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노사 관련 소송이 연평균 200만건을 넘을 정도다. 

2007년 설립된 이로테크놀로지아(Elaw Tecnologia S.A)는 노동 관련 소송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과 노동자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복잡한 노동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어서다. 상파울루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무려 5만명에 달하는 고객과 약 220만건의 노동 관련 소송을 진행했다. 지금도 4만~5만건의 소송을 맡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방대한 양의 소송을 일일이 관리하는 건 IT 회사라 해도 쉽지 않았다. 이로테크놀로지아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AI 도입을 위해 IBM 클라우드 개러지(IBM Cloud Garage)를 파트너로 선정했다. 개러지는 쉽게 말해 클라우드 컨설팅 서비스다. 기업들이 IBM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필요한 기술만 골라 빠르게 솔루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로테크놀로지아는 이를 활용해 대량의 소송 과정을 자동화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과정은 이렇다. 먼저 이로테크놀로지아는 IBM의 AI 왓슨을 통해 노동자들이 회사로부터 바라는 점을 파악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추가수당, 추가 근로시간에 대한 보상, 임금체불 해결 등의 순이었다. 왓슨이 이 정보를 확인하고 솔루션에 입력하면서, 기업들은 소송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브라질의 법률 체계는 노동법만큼이나 복잡하다. 92개의 법원 시스템이 있고, 각각 다른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왓슨은 각각의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습득했다. 덕분에 고객의 소송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가령, 판사의 판결이 나온 직후 소송 결과를 고객에 즉각 알리는 식이다. 

왓슨은 수많은 소송을 중요도에 따라 분류했다. 고객이 곧바로 중요한 사안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판례 수천건을 수집해 분석한 뒤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골라낼 수도 있다. 

물론 걸림돌이 없진 않았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데, 지역에 따라 발음 차이가 심했다. 이로테크놀로지아는 이 문제 역시 AI 기술로 해결했다. 자연어를 듣고 텍스트 내용, 개념, 핵심 키워드 등을 분석하는 ‘왓슨 내추럴 랭귀지 언더스탠딩’, 말의 의도를 이해해 정보를 의도에 맞게 분류하고 관련성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왓슨 내추럴 랭귀지 클래시파이어’ 등을 통해서였다.  

덕분에 이로테크놀로지아의 업무 효율이 크게 증대했다. 왓슨은 정보처리에서 80% 정확도를 보였다. 일일이 수기로 확인하던 과거에 이 정확도는 평균 65%에 불과했다. 또한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도 대폭 절감할 수 있었다. 일찍 종결할 수 있는 사건을 왓슨이 미리 파악해줬기 때문이다.

왓슨은 이런 소송 내용을 파악하는 데 95%의 정확도를 보였다. 길헤르메 보던 이로테크놀로지아 CEO는 이렇게 설명했다. “노동 관련 소송을 간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AI에서 찾았다. 이 솔루션은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시장에서 우리 회사를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도움말 | 한국IBM 소셜 담당팀 blog.naver.com/ibm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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