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上

30대 중반에 결혼에 골인한 신혼부부가 있다. 남들보다 늦었기에 신혼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자녀 계획이 없어 양육비·교육비 걱정도 없다. 부부가 “번 만큼만 쓰면 문제될 게 없다”는 신조를 가진 이유였다. 정말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한 딩크족 부부의 생활패턴을 들여다봤다. ‘실전 재테크 Lab’ 28편 첫번째 이야기다.

신혼부부의 문제점 중 하나는 결혼 전의 소비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신혼부부의 문제점 중 하나는 결혼 전의 소비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신혼 2년차를 맞은 최지성(35·가명)씨와 한은영(37·가명)씨. 주변 친구들에 비해 결혼 시기가 늦어서인지 두 사람은 아직 신혼생활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둘만의 약속도 있다. 주말엔 외식, 한달에 1~2번 영화관·공연 등 문화생활은 필수다. 1년에 한번은 꼭 해외여행을 가자는 계획도 세웠다.

부부는 전형적인 ‘딩크족(Double Incom e No Kids)’이다. 참고로 딩크족은 자발적·비자발적 유형으로 나뉜다. 육아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은 자발적 유형, 건강·경제적 여건 등의 문제로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이들은 비자발적 유형에 속하는데, 부부는 전자에 해당한다.

흔히 “딩크족은 앞날을 걱정하지 않고 흥청망청 돈을 쓴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딩크족이라 자처하는 부부의 상당수는 신혼 초기부터 10~20년의 장기 플랜을 갖고 있다. 미래에 의지할 자녀 없이 두 사람의 힘으로만 노후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 부부도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월세 주택(서울 송파구 문정동·월세 150만원)이 올 6월 만기가 되는데, 부부는 인근의 전셋집으로 이사하려고 최근 1억5000만원(연이율 2.60%) 대출을 받았다. 월세 낼 돈을 저축해 노후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2년 동안 신혼생활을 즐겼으니 이제는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며 “월 150만원이면 노후자금은 충분할 것 같다”며 자신만만해 했다.

하지만 최씨 말대로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물 쓰듯 낭비하는 부부의 소비습관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부부는 주말이면 무조건 외식을 한다. 휴일에는 쉬는 데만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부부의 용돈은 50만원씩 총 100만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상담 내내 두 사람은 용돈을 줄이는 걸 반대했다. 부인 한씨는 “취미·여가생활을 유지하려면 그 정도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혼자 지내다 결혼하다 보니 부부는 혼자 살 때의 생활패턴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볼 때도 부부의 씀씀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3월 상담 당시 부부는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집 인근의 월세 오피스텔(105만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조식을 제공해준다는 게 이유였다. 1층의 식당이 화려하다는 점도 두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음을 다잡고 전셋집에 계약하긴 했지만, 부부가 아직 화려한 신혼생활을 포기하지 못했다는 걸 엿볼 수 있었다. 이래서는 150만원의 잉여자금도 지출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부부가 수입이 적은 건 아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두 사람의 월소득은 총 638만원으로 최씨가 310만원, 한씨가 328만원을 번다. 자녀 계획이 없는 만큼 교육비 등 추가비용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부부가 주택청약(10만원) 외에 별다른 저축을 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부부는 먼 미래에 자녀의 도움 없이 노후를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지금부터 소득의 상당 부분을 저축에 투자할 필요가 있었다.

이쯤에서 부부의 지출내역을 하나씩 살펴보자. 소비성지출로 부부는 월 29만원씩 공과금을 낸다. 통신비는 20만원이다. 앞서 말했듯 월 150만원의 월세도 있다. 교통비로는 65만원씩 지출한다. 보험료는 총 44만원을 낸다.

두 사람의 생활비는 월 60만원이다. 최씨와 한씨는 용돈으로 각각 50만원씩 쓴다. 외식비(50만원)를 합하면 소비성지출은 총 518만원이다. 비정기지출은 경조사비(25만원), 의류비·미용비(45만원), 명절비(10만원), 여행비(30만원) 등 110만원이다. 주택청약저축(10만원)까지 합하면 총 지출은 638만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월 65만원에 달하는 교통비인데, 과한 택시비(약 50만원)가 원인이었다. 부부는 퇴근 후 집 근처의 번화가에서 종종 저녁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신다. 자차가 없는 부부는 집에 돌아갈 때 택시를 이용한다. 회사에서 야근을 해도 무조건 택시를 타고, 주말에 서울 외곽에서 외식 후 귀가할 때도 택시를 탄다.

두 사람은 앞으로 대중교통을 우선적으로 활용하기로 약속했다. 택시는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타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교통비는 65만원에서 20만원으로 45만원 줄었다.

의류비·미용비(45만원)도 가볍게 줄였다. 아내 한씨는 네일아트·속눈썹 연장 등을 즐겼다. 최씨도 1년에 3번 이상 미용실에서 펌을 받는다. 부부는 아직 30대인 만큼 자신을 꾸미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횟수를 좀 줄여보기로 했다. 각자 미용실 방문 횟수를 1번씩 줄이기로 해 전체 비용도 45만원에서 30만원으로 15만원 줄었다.

이로써 1차 상담이 끝났다. 부부는 교통비(45만원), 의류비·미용비(15만원) 등 6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 한씨 부부의 지출 내역에는 줄여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50만원이나 되는 외식비는 물론 통신비(20만원)·보험료(44만원)도 줄이기 대상이다. 부부가 완강히 거절했지만, 용돈(각 50만원)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앞으로 내야 할 32만원의 대출금 이자도 고려해야만 한다. 어떻게 하면 부부가 효과적으로 지출을 줄여나갈 수 있을지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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