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의 빛과 그림자

공유형 전동킥보드 서비스가 국내 도로에 안착했습니다. 빠르고 편리한 킥보드에 매료된 이용자들 덕분에 사업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부작용도 부쩍 늘었습니다. 이 새로운 교통수단을 오토바이와 함께 분류한 탓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공유킥보드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최근 서울 도심에서 공유형 전동킥보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카페로 가득한 홍대 상수거리. 차 한대가 간신히 지날 정도로 좁아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이곳에선 최근 전동킥보드(이하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시속 20~25㎞인 전동킥보드의 가장 큰 장점은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을 문제 없이 달릴 수 있다는 겁니다. 전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 이동할 수 있고, 이용자가 타면서 ‘재미’를 느낀다는 점도 킥보드가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요즘은 ‘공유형 킥보드’도 인기가 많습니다. 이용방법은 간단합니다. 킥보드에 부착된 결제장치에 스마트폰을 대면 결제가 이뤄지고 킥보드를 탈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에 전용앱을 설치하면 킥보드의 위치와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타고난 뒤엔 아무 데나 세워두면 됩니다. 요금도 저렴한 편입니다. 기본료 1000원으로 5분간 탈 수 있고, 이후엔 1분당 100원의 추가요금이 적용됩니다(킥고잉 기준).

해외에서 공유형 킥보드는 대세입니다. 가령, 미국의 공유킥보드 스타트업인 ‘버드’의 이용건수는 2017년 창업한 지 1년 만에 100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또다른 스타트업 ‘라임’은 지난 1월 3억1000만 달러(3693억원) 투자를 유치했죠. 투자자들로부터 공유킥보드 사업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국내에서도 공유킥보드는 빠른 속도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트업 ‘킥고잉’입니다.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를 선보인 킥고잉은 창업한 지 8개월 만에 가입자 수 1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강남·마포·송파·영등포구 등 서울 중심이었던 서비스 지역도 경기·부산을 비롯한 지방으로 꾸준히 넓히고 있습니다. 킥고잉은 현재 800대인 킥보드 수를 올해까지 2만대로 늘릴 계획입니다. “공유킥보드가 머지않아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타당해 보입니다.

대세로 떠오른 공유킥보드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닙니다. 공유킥보드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면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5년 14건에 불과했던 킥보드 사고는 지난해 233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 10월엔 킥보드에 치여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국내 공유킥보드 사업을 운용하는 업체는 10여개에 이르지만(한국교통연구원) 사고 발생 시 이용자에게 보험혜택을 제공하는 업체는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5월 공유서비스를 시작한 ‘고고씽’이 유일하게 이용자에게 보험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도로교통법상 킥보드는 오토바이와 함께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이용자는 운전면허가 있어야 킥보드를 탈 수 있고, 헬멧도 착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헬멧을 쓰지 않은 채 킥보드를 타는 이용자가 수두룩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선 킥보드를 타기 위해 헬멧을 들고 다녀야 하니 불편할 수밖에 없죠. 킥보드 업체들이 헬멧을 따로 제공하기도 어렵습니다. 오토바이·자동차와 다르게 킥보드에는 헬멧을 비치할 만한 수납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킥보드는 오토바이처럼 도로에서만 달려야 합니다. 자전거도로·인도에선 이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킥보드의 강점인 ‘접근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킥보드가 도로를 다니는 게 오히려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호근 대덕대(자동차학) 교수는 “시속 20㎞에 불과한 킥보드가 도로를 달리면 교통체증을 야기할 수 있고, 자칫 교통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킥보드 주차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타고난 뒤 아무렇게나 세워둔 킥보드가 미관을 해치거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유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안전하게 킥보드를 보관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면서도 “특정 지역으로 주차공간을 한정하면 어디서나 탈 수 있다는 킥보드의 장점을 잃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앞서 킥보드가 깔렸던 해외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예는 벤치마킹할 만합니다. 이곳에서 킥보드 업체는 이용자를 위한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사업자당 킥보드 수도 500대로 제한돼 있습니다. 급격히 늘어나는 킥보드 수를 조절하기 위해서입니다.

샌프란시스코 벤치마킹할 만

또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월 캘리포니아 의회는 킥보드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최고속도 시속 32㎞를 넘지 않는 킥보드의 경우 이용자가 헬멧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법안을 발의했죠. 시민들이 유연하게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겁니다.

국내에도 이런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닙니다. 지난 3월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간담회를 열고 ▲자전거도로 통행 ▲운전면허 규제 완화 ▲제품안전성 및 주행안전성 기준 마련 ▲거치공간 확보 등 킥보드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습니다.

그 사이 킥보드는 어느샌가 도로 한편을 점령했습니다. 누군가는 킥보드를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평가하는 반면, 어떤 이는 도로 위의 애물단지라며 손가락질합니다. 공유킥보드의 미래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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