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닷컴의 생활법률] 일당 수천만원 노역, 죗값인가 놀이인가
[변호사닷컴의 생활법률] 일당 수천만원 노역, 죗값인가 놀이인가
  • 방명기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 호수 341
  • 승인 2019.06.06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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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노역

지난해 8월 국정농단 혐의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만원, 추징금 약 70억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 하지만 최씨가 그만한 벌금을 낼지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다. 최대 3년 이하인 노역형을 택하면 벌금을 안 낼 수도 있어서다. 노역형을 일당으로 계산하면 약 1800만원으로 이른바 ‘황제노역’을 하는 셈이다. 그러자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와 변호사닷컴이 황제노역의 민낯을 해부해봤다. 방명기 IBS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조언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황제노역’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사진=뉴시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황제노역’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사진=뉴시스]

한때 ‘청담동 주식부자’로 이름을 떨치던 이희진씨. 그는 지난해 4월 불법 주식거래와 투자유치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 벌금 200억원과 추징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벌금(200억원)을 낼 돈이 없다는 이유로 ‘3년간의 노역형’을 받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일당이 1826만원이다. 현실에서 일반인이 이런 일당을 받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노역형에서는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황제노역’이다. 

‘황제노역’은 심심찮게 발생한다. 지난해 8월 국정농단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70억5281만원을 선고받은 최순실씨 역시 ‘황제노역(일당 1826만원)’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비상식적인 노역형이 생기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벌금을 내지 못했을 때 선고할 수 있는 노역장 유치기간이 3년으로 제한돼 있어서다. 우리나라 현행 형법은 벌금을 선고할 때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 노역장 유치기간을 정해 함께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벌금형을 받고도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노역장에 유치하는 형벌로 대신한다. 법원에서는 일반적으로 1일 10만원을 기준으로 삼아 노역장 유치를 선고한다. 하지만 기간이 딱 3년 이하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벌금형이 높으면 높을수록 ‘황제노역’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

노역형 규정은 그동안 많이 고쳐진 게 이 정도다. 지난 2010년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은 수백억원을 탈세하고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허씨에게 벌금을 낼 수 없으면 49일간 노역을 할 것을 지시했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고 막상 벌금을 낼 때(2014년)가 되자 허 전 회장은 벌금을 낼 돈이 없다고 버텼고, 결국 일당 5억1837만원짜리 노역형이 시작됐다. ‘황제노역’이란 게 큰 사회이슈로 부각된 것도 이 때다. 

노역형의 비현실성이 문제로 지적되자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고, 2014년 5월 개정됐다. 그렇게 개정된 법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선고하는 벌금이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 300일 이상,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 500일 이상, 50억원 이상인 경우엔 1000일 이상의 유치기간을 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높은 벌금을 받고도 유치기간을 짧게 정해 ‘황제노역’을 하지 않도록 어느 정도 장치를 마련한 거다. 

문제는 황제노역 산정 방식이 국민감정과는 큰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일당 수천만원짜리 역시 ‘황제노역’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어서다. 50억원 이상 벌금형의 경우, 벌금 액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황제노역’ 일당도 커진다. 

‘황제노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회에선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개정안은 노역장 유치의 상한을 기존 3년에서 최대 5년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벌금형이 실효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고 있다. 법원이 범죄인의 재산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관계행정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거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벌금이 커지면 커질수록 1일 수백만원 혹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황제노역’이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더구나 벌금형을 강제 집행할 수 있는 방안이 갖춰져 있지도 않다.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이 요구되는 이유다.

일부에선 ‘1일 10만원’이라는 기준에 따라 노역 기간을 산정하고, 최고 노역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벌금을 안 내고는 못 배기게 만들자는 얘기다. 다만 이런 방안이 법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에도 일당 상한선을 두자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방명기 IBS법률사무소 변호사 mkbang@ibs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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