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 | 시들해진 해링턴

효성중공업은 ‘백년가약’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해링턴’으로 전격 교체했다. 고급화를 꾀하겠다는 의지에서였다. 2017년엔 용산역 앞 재정비 사업지를 분양해 이름값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효성은 용산 분양 이후 2년째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효성 해링턴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효성중공업은 용산을 교두보로 삼아 강남에 진출할 목표를 세웠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효성중공업은 용산을 교두보로 삼아 강남에 진출할 목표를 세웠다.[사진=더스쿠프 포토]

태릉·홍제·청량리. 효성중공업이 2019년 상반기 동시에 분양한 3개 사업지다. 모두 서울 강북에 있는 재건축·재정비 아파트로 소위 말하는 ‘필승’ 요소를 갖추고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홍제 해링턴 플레이스의 첫 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계약에서 발생한 미분양은 174가구였다. 전체 일반 분양 물량의 40%에 달했다. 아파트 불패 신화가 꺼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어쨌거나 효성은 5월 모든 ‘해링턴’의 분양을 힘겹게 끝마쳤다. 내부에서는 분양 시기를 잘못 골랐다는 자평이 나왔다. 효성 관계자는 “원래는 2018년 말에 분양하려고 했던 사업장들”이라면서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 분양했다면 결과가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높은 분양가를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홍제 해링턴 플레이스의 경우, 3.3㎡당 분양가가 시세보다 600만원 더 비쌌다. 99㎡(약 3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한다면 1억8000만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었다.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3.3㎡당 1898만원)도 시세보다 200만원가량 비쌌다. 새 아파트라고는 하지만 수요자가 덥석 계약하기엔 부담스러운 가격대였다.

이런 평가는 효성중공업에 뼈아픈 타격이 됐다. 기존 브랜드 ‘백년가약’을 2013년 ‘해링턴’으로 바꾸고 고급화를 꾀하던 효성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셈이었기 때문이다. 효성으로선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했다. 서울 용산역 국제빌딩 주변 제4구역에 용산 센트럴파크 해링턴 스퀘어를 분양한 2017년 이후 별다른 실적이 없었던 탓이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효성의 계획은 용산을 교두보로 강남 재건축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었지만 여의치 않았다”면서 “과열 양상을 띠던 재건축 시장이 규제 등을 원인으로 얼어붙은 탓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2019년 상반기 기대치를 밑도는 성과를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근 1년간 효성이 수주한 사업장은 대부분 대전·대구 중심의 도시재정비 사업이다. 서울에서도 청량리 3구역 재정비 사업, 효성빌라 재건축 등 2개 사업을 맡았다. 하지만 효성 측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효성이 새로운 브랜드로 내세운 ‘해링턴’과 별 상관이 없어서다. 효성은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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