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정부도 기업도 경상수지 경계심 가져야
[양재찬의 프리즘] 정부도 기업도 경상수지 경계심 가져야
  • 양재찬 편집인
  • 호수 342
  • 승인 2019.06.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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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의 경상수지 적자
과거에도 경상수지 적자는 있었지만 산업과 기술 경쟁력 강화로 돌파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사진=연합뉴스]
과거에도 경상수지 적자는 있었지만 산업과 기술 경쟁력 강화로 돌파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 이유다.[사진=연합뉴스]

우리에겐 경상수지에 얽힌 아픈 기억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최대 국란으로 불리는 1997년 말 외환위기다. 한국 경제의 세계화를 부르짖던 1996년,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다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그러나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인 23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듬해 초부터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금융회사의 외화 차입이 막혀 외화곳간이 비었다.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아픈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86년은 한국 경제사에서 기념비적인 해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비록 46억 달러 규모였지만, 당시 ‘외채 망국론’이 대두됐고 외채위기가 경상수지 적자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경상수지 흑자는 경사慶事였다. 이후 저달러ㆍ저유가ㆍ저금리의 ‘3저低 호황’을 구가하던 경제가 1990년대 들어 어려워졌고, 경상수지도 다시 적자늪에 빠져들면서 외환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란다’고 외환위기 이후 경상수지 적자는 ‘경계 대상 1호’ 지표였다. 4월 경상수지가 6억6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4월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반도체 수요 급감으로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수출입 차이인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4월 외국인 배당이 집중된 데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5월부터는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4월에 외국인 배당이 많았다. 배당소득수지가 49억9000만 달러 적자였다. 그러나 지난해 4월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63억6000만 달러의 배당소득수지 적자에도 경상수지는 흑자였다. 수출이 잘 돼 상품수지가 올해보다 훨씬 큰 폭의 흑자를 낸 덕분이다.

알다시피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우리나라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국가에선 외부 충격을 완화하고 국내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적정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는 필수적이다. 정부는 지금 일회성 적자라는 변명에 급급하거나 이런 인식에 안주해 대응을 소홀히 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여러 위기 시나리오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마땅하다. 

4월 경상수지 적자의 핵심 요인인 미중 무역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고율관세와 보복관세 부과 난타전에 이어 미국의 중국 통신장비 기업(화웨이) 태클,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선언, 환율 전쟁 등 양국간 전쟁은 무역을 넘어 첨단기술ㆍ금융ㆍ군사 분야로 확산하고 있다. 틈새에 낀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은 양국의 외교 압박에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산업계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반도체ㆍ무선통신기기ㆍ자동차ㆍ조선 업종에서 추가로 수출 감소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IMF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2020년도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이 0.5%포인트(450 0억 달러)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WB)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2.9%에서 2.6%로 하향조정했다. 특히 동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성장률이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과거에도 경상수지 적자는 있었지만 산업과 기술 경쟁력 강화로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주력산업과 수출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반도체ㆍ전자ㆍ자동차ㆍ철강ㆍ석유화학을 비롯한 주력산업에서 개발도상국들의 추격을 받는 가운데 2차전지ㆍ전기차ㆍ바이오헬스 등 새로운 수출성장동력 개발과 신시장 개척은 더디다.  

어려운 때일수록 민관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민간과 무역분쟁 정보를 공유하면서 긴밀한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 부처와 민간의 통상 전문인력을 결집해 보호무역의 최대 당사국인 미중을 설득하는 체제 구축이 긴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 내 차관급 조직인 통상교섭본부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고 인력을 보강하자.

지나치게 겁먹을 일은 아니다. 유사시 동원할 수 있는 외화곳간, 외환보유액으로 4040억 달러를 쌓아놓았다. 당장 경상적자가 조금 나더라도 대외신인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7년 만의 위험 경고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

외화곳간은 물론 나라곳간도 늘 잘 지켜야 한다. 우리가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상처를 덜 입은 것은 건전재정 덕분이었다. 경제가 어려우니 확장재정을 편성하자며 꼼꼼히 관리하지 않았다간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겼다’고 체념하거나 허둥대지 말고 정신 바짝 차리고 할 일을 하자.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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