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보고서 공개 타이밍 맞지 않았다”
“유통보고서 공개 타이밍 맞지 않았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342
  • 승인 2019.06.1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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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만든 보고서 미발표 이유 물으니… 

“선진국은 도시계획 단계에서 대규모점포의 진입을 막고 있다. 골목상권 뿐만 아니라 환경ㆍ교통ㆍ고용 등 다양한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서울시가 국민 세금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해 만든 ‘대규모점포 도시계획적 입지규제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대기업의 확장으로 쇠락하는 골목상권에 힘을 실어줄 자료였다. 하지만 이 자료는 사실상 미공개 처리됐다. 왜 일까. 더스쿠프(The SCOOP)의 질문에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엉뚱한 답변을 늘어놨다.  

서울시는 세금 8000만원을 들여 대규모점포 도시계획적 입지규제방안을 발간했지만 발표하지 않았다. 사진은 국내 한 복합쇼핑몰의 내부 전경.[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세금 8000만원을 들여 대규모점포 도시계획적 입지규제방안을 발간했지만 발표하지 않았다. 사진은 국내 한 복합쇼핑몰의 내부 전경.[사진=연합뉴스]

2017년 10월, 서울시는 한국법제연구원에 ‘대규모점포 도시계획적 입지규제방안’이라는 이름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해외의 대규모 유통점포 규제 사례를 보기 위해서다. 세금 8000여만원이 투입됐고, 연구는 지난해 5월 끝났다. 하지만 이 자료는 사실상 공개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서울시 담당 공무원과의 대화를 풀어봤다.

✚ ‘대규모점포 도시계획적 입지규제방안’이라는 연구용역을 맡긴 계기는 무엇인가.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규모 유통점포가 들어선 이후에 규제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건물을 다 짓고 영업을 앞둔 상황에서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거였다. 규제 대상의 형평성 문제를 두고 갈등이 심한 것도 문제였다.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대규모 점포 입지를 사전에 제한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고 싶었다.”

✚ 연구용역은 지난해 5월 완료가 됐다. 자료를 볼 수 있는가.
“30여권이 책자로 인쇄됐다. 지금 부서 내부에서는 찾을 수 없다. 서울도서관ㆍ국회도서관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 도서관에 비치된 자료는 열람용이다. 자료 대출은 불가능하다. ‘대규모점포 도시계획적 입지규제방안’을 서울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시정간행물 납본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인쇄가 완료된 간행물을 서울도서관이 수집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나.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았다.”

✚ 세금으로 발주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다.
“입법 참고용으로 진행된 연구용역이었다. 외부 공개가 적절치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해명도 이상하다. 이 연구용역의 최종보고회 자료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국회 차원의 토론회 등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활용방안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계획도 세웠다. 중간보고회 결과에서도 “용역결과가 보도자료로 배포될 수 있음을 전제로 최종보고시에는 정책 제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개를 염두에 두고 연구용역이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서울시 담당 공무원은 “당초 계획은 그랬다”면서 말의 뉘앙스를 조금 바꿨다. 

“하지만 결과가 문제였다. 해외 사례를 분석한 건 좋았지만, 연구기간이 짧았던 탓에 시사점이 빈약했다. 국내 법체계에 적용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세금으로 발주한 용역보고서가 내용이 미흡하단 이유로 사장됐다는 뜻이다. 

✚ 살펴보니 나름 의미 있는 분석도 있다. 특히 도시계획단계에서 대규모점포를 어떻게 규제했는지 국가별로 정리한 자료는 이 용역보고서가 사실상 최초였다. 
“자료를 발표한들 시 차원에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리는 입법기관이 아니지 않나. 도시계획 관점에서 대규모 유통시설을 입점을 막으려면 국토계획법이나 건축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없다. 선진국처럼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골목상권과 상생을 꾀하는 건 더 많은 자료 조사와 시간이 필요한 일이란 걸 깨달았다.”

✚ 도대체 무슨 말인가. 그럼 왜 연구용역을 맡겼는가. 이유가 그렇다면 자료를 더더욱 공개해 공론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 차원에서 먼저 거론됐어야 하는 이슈였다. 타이밍이 맞질 않았다.” 

✚ 미공개 자료로 놔두겠다는 건가. 
“현재 시 내부에서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방안을 찾고 있다.”

✚  당시 담당 공무원은 어디 있는가. 
“다른 부서로 옮겼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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