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위기론

‘온라인 파발마’로 승승장구하던 트위터가 발목을 잡혔습니다. 허위 계정을 악용한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해킹 프로그램과 음란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트위터가 커뮤니티의 성격을 점점 잃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유명 인사의 ‘마이크’ 쯤으로 전락하고 있어서죠. 더스쿠프(The SCOOP)가 트위터의 현주소를 살펴봤습니다.

트위터가 가짜 뉴스와 커뮤니티의 방향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사진=뉴시스]
트위터가 가짜 뉴스와 커뮤니티의 방향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사진=뉴시스]

2006년 3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트위터는 SNS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주요 기능이라곤 사진 올리기와 글 입력이 전부였지만 이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죠. 2008년 2월 47만명에 불과했던 트위터 이용자 수는 이듬해에 700만명(2월)으로 불어나더니 3개월 만에 1820만명(5월)으로 급증했습니다(닐슨미디어). 같은해 1000만 달러(117억9500만원)에 이르는 투자금도 유치했죠. 창업한 지 3년 만에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셈입니다.

트위터의 특징은 ‘단순함’입니다. 이 공간에선 장문의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140자(한국 기준)만 쓸 수 있도록 글자수에 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꼭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겠다”는 트위터의 경영원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대신 트위터는 전파속도가 무척 빠릅니다. 게시물(트윗)을 자신의 계정으로 가져올 수 있는 ‘리트윗’ 버튼만 누르면 쉽게 공유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가 API(앱 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명령어·도구)를 공개하고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를 통해 외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트위터에 접근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기능도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가령, 네이버에서 키워드를 검색하면 해당 키워드가 포함된 트위터 글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볍고 편리한 트위터는 이용자들의 새로운 연락수단으로 떠올랐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2011년 당시 ‘트위터 가입 목적’을 묻는 질문에 ‘친구들·지인과의 소식을 교류하기 위해서(57.2%·복수응답)’가 1위에 꼽혔습니다. 

빠른 전파속도 덕분인지 트위터는 뉴스 못지않은 ‘소식통’ 역할도 해냅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사회적 이슈를 알리기 위해서’가 41.1%를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트위터 덕분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삽시간에 전세계로 퍼질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17년 9월 트위터는 140자였던 글자수를 280자로 늘렸는데(한국·중국·일본 제외),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월간활성이용자 수(MAU·월 1회 이상 앱을 이용한 이용자 수)’는 같은 해 3억300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면서 실적도 크게 올랐습니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중계할 수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광고 효율이 높아졌죠. 그 결과, 2017년 트위터는 영업이익 3874만 달러(456억7446만원)를 기록해 창업한 지 11년 만에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트위터가 주춤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가짜뉴스와 유해 콘텐트에 시달리면서입니다. 이메일만 있으면 손쉽게 계정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악용, 허위 계정을 만들어 이른바 ‘가짜 뉴스’를 올리는 이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트위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중간선거 때 4261개의 허위 계정이 중간 선거와 관련된 트윗을 7만3398건이나 작성했습니다. 이밖에 광고성 스팸이나 해킹프로그램·음란물을 유포하는 사용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는 곧 이용자 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2018년 1분기 3억3600만명이었던 트위터 MAU는 4분기에 3억2100만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러자 트위터가 내건 해결책은 ‘계정 삭제’였습니다. 자사 허위 계정을 솎아내 깨끗한 이용자 환경을 되찾겠다는 겁니다. 트위터는 지난해 5~6월에만 7000만여개의 허위 계정을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올 6월엔 가짜 뉴스를 선별할 수 있는 알고리듬을 개발한 스타트업 ‘파뷸라’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트위터 성장에 발목을 잡는 요인은 또 있습니다. 트위터의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친구와 소통하기 위해 만들었던 트위터가 언젠가부터 연예인·정치인 등 유명인사의 소식을 듣는 용도로 바뀌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트위터 이용자 수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만 해도 트위터 이용률은 2013년 13.1%에서 2017년 13.3%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죠(정보통신정책연구원). 비슷한 성격의 SNS 앱인 페이스북 이용률이 같은 기간 23.4%에서 35.8%로 12.4%포인트 높아진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김수미 고려대(미디어학) 교수는 “과거엔 소비자들이 TV나 뉴스기사를 통해 소식을 듣는 데 익숙했지만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이용자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SNS가 시장의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렇다고 트위터가 이런 문제들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은 건 아닙니다. 올 1분기 3억3000만 달러(38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3억3600만 달러)와 비슷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업계에선 라이브 스트리밍 같은 신규 서비스 도입으로 광고 효율이 높아진 게 실적을 지탱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트위터가 꾸준히 허위 계정을 삭제해온 게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도 반응은 부정적입니다. 2018년 43.6달러(6월 1일 이하 종가 기준)였던 트위터 주가는 올해 6월 3일 34.4달러로 하락했습니다. 한편에선 “트위터가 정체된 이용자 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도태될 것”이란 냉소적인 의견을 내놓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매출원의 핵심인 광고 수익이 늘려면 결국 광고를 시청하는 이용자 수가 꾸준히 증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트위터는 1분기 보고서에서 “올 1분기를 끝으로 MAU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MAU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수치가 아니란 게 이유인데, 어딘가 모르게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왜일까요? 허위 계정이란 리스크를 가까스로 모면한 트위터,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IT전문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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