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새로 쓴 U-20월드컵 대표팀

젊은이들이 문화ㆍ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제나 정치외교 활동의 성과는 형편 없다.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워할 일이다.[사진=연합뉴스]
젊은이들이 문화ㆍ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제나 정치외교 활동의 성과는 형편 없다. 젊은이들에게 부끄러워할 일이다.[사진=연합뉴스]

역사는 계속 새로 쓰인다. 냉철한 현실 분석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하고 도전하는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서. 그 일을 이번에 우리 한국인이 해냈다. 나이 스물 이하 젊은이들 21명이 하나로 뭉쳐서. 

축구사를 새로 쓴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은 탄탄하고 끈끈한 ‘원팀(One Team)’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 팀이 결승에서 10계단 위 우크라이나와 당당히 맞섰다. 슛돌이 이강인이나 ‘빛광연’으로 불리는 골키퍼 이광연이나 인터뷰할 때마다 경기를 뛴 선수들이나 뛰지 않은 선수들이나 한마음으로 뛴 성과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랬다. 코리아 원팀은 스타플레이어 한둘의 팀이 아니었다. 정정용 감독은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벤치에 있던 선수들을 승부처에 과감히 투입했다. 에콰도르와의 4강전에서 후반, 체력이 떨어진 이강인을 주저하지 않고 교체했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골짜기 세대’로 불렸다. 2년 전 20세 이하 팀보다 약체라는 평가 때문이었다. 이강인을 제외하곤 스타급이 없었다. 정 감독 또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아니다. 묵묵히 유소년 선수를 지도해온 인물로 선수들에게 ‘감독’보다 ‘선생님’으로 불린다. 

21명 선수들과 5명의 감독ㆍ코치진 등 원팀은 정 감독 표현대로 ‘꾸역꾸역’ 나아갔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기량이 향상되고 조직력이 돋보였다. 이들의 신바람 나는 ‘흥興 축구’는 정치권의 태업과 막말, 경기침체에 지친 국민에게 위로와 희망을 안겼다.  

한국 젊은이들의 ‘새 역사 쓰기’는 비단 축구에 그치지 않는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팝의 본고장 영국을 대표하는 경기장이자 스포츠와 대중문화의 성지인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성황리에 공연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는 젊은 태극낭자들의 독무대다.

밀레니얼 세대 등 젊은이들이 문화ㆍ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달리 기성세대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제나 정치외교 활동은 약화되고 있어 걱정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해 평가하는 국가경쟁력에서 올해 한국은 전년보다 한 계단 낮은 28위를 기록했다. 4대 분야 평가 중 기업 효율성을 제외한 나머지 3개 분야-경제성과, 정부 효율성, 인프라-모두 하락한 결과다.

경제성과 분야 순위 하락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ㆍ수출ㆍ투자와 취업자 증가율이 2017년보다 둔화한 탓이다. (이는 올 들어서도 1분기 마이너스 성장과 6개월 연속 감소한 수출, 부진한 기업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졌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 신성장동력에서도 앞서지 못한 상태다.    

정부 효율성 저평가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려놓고 재정으로 기업의 부담을 지원하는 식의 재정정책과 여전한 기업 관련 규제 때문이다. 인프라 저평가의 주된 요인은 기술 및 (대학)교육의 순위 하락에 있다.

GDP나 교역규모에서 세계 10위권인 한국이 정부 효율성이 낮고(IMD 올해 평가 31위), 국제 정치외교 무대에서 경제력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데는 정치권과 정부 책임이 크다. 청와대, 국회와 여야 정당들,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며 국민을 안심시켜야 할 텐데 정반대다.

대한민국은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지 않고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특이한 나라다. 국회에서 법안이나 예산안을 어찌 심의할지보다 국회를 여느냐 마느냐가 더 큰 이슈다. 선거제도 개편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 논란으로 국회를 석달째 공전시키면서 여야 정당은 서로 네 탓이다. 2016년 5월 20대 국회 개원 이래 접수된 의안 2만939건 중 계류 중인 것이 1만4820건, 본회의 처리율이 30%에 못 미친다. 오죽하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과 국회의원 소환제도 도입이 거론될까.

정부, 특히 경제팀도 무기력ㆍ무책임하다. 국민 세금인 재정으로 쓰레기 줍기 등 단기 노인알바 자리를 쏟아놓고선 “정책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런 식으로 보고 싶은 통계만 내세우며 현실을 왜곡해선 국민 공감은커녕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다. 

U-20 태극전사들은 큰소리로 애국가를 불러 경기 전부터 기 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정치권과 경제팀, 새 역사를 쓴 젊은이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할 일 좀 제대로 하자.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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