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전선과 힘겨운 My Way 
화웨이 전선과 힘겨운 My Way 
  • 김다린 기자
  • 호수 343
  • 승인 2019.06.1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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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과 한국기업 

“화웨이, 쓸 것이냐 말 것이냐.” 한국 재계가 고민에 빠졌다. 미국 정부가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는데, 중국 정부는 “참여하지 말라”며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대중對中ㆍ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기업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득실을 따지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잃는 게 커서다. 한국경제가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다.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기업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기업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사진=뉴시스]

“5G 네트워크상의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요소다. 지금 내리는 결정이 수십 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지난 5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관 대사의 이 발언은 LG유플러스의 주가를 3.8%나 끌어내렸다. 

미국 정부가 “한국도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LG유플러스는 이통3사 중 유일하게 수도권 일대 5G 기지국 구축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8일에는 중국에서 섬뜩한 소식이 들려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공업정보화기술부는 주요 글로벌 기술 기업을 불러 “트럼프 정부의 요구대로 중국 기업에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기에 불려간 기업 명단에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있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가열되자 한국 기업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대중對中 무역을 통해 556억 달러(약 65조원)에 이르는 무역흑자를 거뒀다. 전자기기 품목에서만 311억 달러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대미對美 무역을 통해선 138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흑자는 169억 달러나 됐다. 

당장 수출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5월 기준 6개월 연속 하락세다. 수출 증감률이 지난 3월 -8.3%(이하 전월비)에서 4월 -2.0%로 떨어졌다가 ‘화웨이 때리기’로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은 5월엔 -9.4%로 하락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지난해 5월 대비 63.5% 급감했다. 우리나라가 두 나라로부터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당연한 결과다.

한국 기업에 심각한 문제는 또 있는데, 다름 아닌 ‘선택’이다. 당장 ‘화웨이 Yes or No’의 선택지가 기업들 앞에 놓였다. 그렇다고 섣불리 선택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어느 한쪽과 밀착하는 징후가 분명해지면, 다른 한쪽은 등을 돌릴 공산이 크다.

만약 화웨이 보이콧에 동참했다가 중국과의 관계가 삐끗하면 우리 기업들은 전방위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엔 미국의 압력을 받을 게 분명하다. ‘트럼프발發 자동차 관세폭탄’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으름장을 놓곤 했다. 이 관세폭탄이 터지면 한국 자동차업계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연간 50만대 수준의 현대ㆍ기아차의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어서다.

일부에선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가 우리나라에 득得이 될 수 있다. 특히 유력 경쟁자 화웨이가 흔들리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기회를 얻을 것”이라면서 낙관론을 펴지만 이는 근거가 약한 주장이다. 굳이 화웨이가 아니더라도 삼성전자의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243조7714억원) 가운데 17.7%(43조2069억원)를 중국에서 올렸다. 화웨이를 보이콧하는 순간, 중국의 거센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서 반독점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우리 편에 서라”

결국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그렇다고 G2 양측 눈치를 보며 대응을 미룰 수도 없다. 해법은 없을까. 정치경제연구소 대안의 유승경 부소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과 전략적 목표는 패권이다. 글로벌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양측은 피해가 막심하더라도 전쟁을 끌고 갈 공산이 크다.

경제를 넘어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며 접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럴수록 미국과 중국은 다른 나라들에게 줄 세우기를 강요할 공산이 크다. 개별기업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을 타면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련한 외교와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는 게 쉽지 않다. 청와대는 반反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라는 미국 측의 요구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될 부분이다. 정부로서는 국가 통신보안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관리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 기업이 잔인한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다. 정부는 강 건너에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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