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재테크를 하는 이유는 단연 원금을 불리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투자상품을 찾을 때 ‘높은 수익률’에만 집착한다. 하지만 좋은 재테크란 자신의 목적에 걸맞은 특징을 가진 투자상품을 고르는 것이다. 수익성은 맨 나중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투자상품 고르는 법을 소개한다. ‘실전 재테크 Lab’ 28편 마지막 이야기다.

투자상품을 고를 때는 수익성보다 자신의 재무목표에 적합한지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자상품을 고를 때는 수익성보다 자신의 재무목표에 적합한지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노후 대비와 자녀 교육비를 동시에 준비할 정도로 여유 있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다. 보통은 교육비 마련이 먼저이고 노후는 그다음이다. 본인들보다 자식을 우선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녀들이 취직해 스스로 돈을 벌 무렵이 돼서야 뒤늦게 노후를 걱정하기 시작한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최근엔 아예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부부들이 부쩍 늘었다. 신혼 2년차인 최지성(35·가명)씨와 한은영(37·가명)씨 부부도 자녀 계획이 없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자신들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이제 30대 중반이 된 부부는 벌써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 있었다. 지난 상담에서 ‘내 집 마련’ ‘노후 준비’ ‘재테크’를 재무목표로 삼았고, 조기 은퇴해 50대부터 연금으로 생활할 계획도 세웠다.

부부는 나름의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평소 화려했던 소비습관을 확 바꿔 지출 줄이기에 도전했다. 즐겨 타던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50만원에 달하는 외식비는 과감히 없앴다. 지인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든 불필요한 보험을 해지하고 미용실 방문·여행 횟수도 줄여나갔다. 그 결과, 부부는 1·2차 상담에서 소비성지출(294만원), 비정기지출(35만원)등 총 329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월 소득이 638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하게 지출을 줄인 셈이다.

그럼 최씨 부부를 위한 본격적인 재무 솔루션을 시작해보자. 먼저 집 마련을 위해 주택청약예금을 기존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분양권 당첨률을 조금 더 높이기 위해서다. 부양가족이 없는 최씨 부부는 연말정산 시 인적공제가 없는데, 주택청약예금을 이용하면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인 근로자에 한해 납입금액의 40%(최대 240만원)를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재무목표인 노후 준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상담자의 대부분은 안전하다는 이유만으로 예금·적금에 ‘올인’하는데, 그보다는 재무목표에 걸맞은 투자방법을 선택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재무목표 달성 시점이 1년 내인지 10년 뒤인지, 기간 내에 목표 금액을 채우려면 수익률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따져야 효과적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


최씨 부부가 노후 대비를 위해 연금저축펀드(30만원)를 가입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상품은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의 상품으로 수익률에 따라서 납입금 대비 많은 금액의 연금자원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수익률이 높은 만큼 원금손실의 위험이 있다. 기본 납입 기간이 5년 이상이라는 점, 55세 이후부터 10년간 연금으로만 수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씨 부부는 연금을 보장하는 금융상품(변액연금보험·월 40만원)에도 가입했다. 필자가 추천한 변액연금보험은 여러 종류의 펀드로 묶여 있는 상품인데, 장점은 펀드 간 자금 이동이 언제든지 가능하고 수수료 없이 중도인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덤으로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지만 앞서 설명한 상품들처럼 원금이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 최씨 부부는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으면서 변액연금보험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부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테크하기를 원했다. 필자가 장기투자에 적합한 적립식펀드(50만원)를 추천한 이유다. 이 상품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평가금액이 달라진다. 처음 10만원을 넣으면 펀드 통장에 10만원(평가금액)이 찍히지만 다음달에 10만원을 추가로 넣으면 19만원이 될 수도, 21만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가금액일 뿐 실제로 원금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 펀드를 해지하고 환급받았을 때 비로소 이득인지 손해인지가 결정된다. 초반에 평가금액이 낮게 산정되더라도 꾸준히 납입하다 보면 빛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언젠간 오르겠지”란 생각만 갖고 있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최씨 부부는 가입할 적립식펀드를 충분히 분석한 뒤에 재테크를 시작하기로 약속했다. 확정금리형 상품에도 가입하기로 했다. 투자에 안정성을 꾀하기 위해서였다. 부부는 월 50만원씩 정기적금에 넣기로 결정했고, 적금 만기가 될 때마다 전세자금을 상환하는 데 쓰기로 했다.

부부는 발행어음(50만원)과 달러저축(50만원)도 들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인데,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리고 이자를 주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수익률은 펀드보다 낮지만 확정금리(2.5~3.0%)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최씨 부부가 가입한 달러저축의 원리는 이렇다. 원화를 입금하면 달러예금통장에 달러로 환전돼 입금된다. 만기가 되면 다시 원화로 환전해 인출하는데, 이때 이자와 함께 환매 차익을 볼 수 있다. 환매 차익은 비과세이며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법도 적용된다. 수시로 바뀌는 환율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CMA 통장(39만원)도 가입했다. 고객이 맡긴 예금을 어음이나 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수익률은 연 0.1~0.2%에 불과하지만 입금·출금이 자유롭고 하루만 돈을 맡겨도 이자가 지급된다. 공과금 자동납부·급여이체·인터넷뱅킹 등 은행업무도 가능하다. 부부는 만약을 대비해 CMA통장을 비상금 용도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것으로 최씨 부부의 재무상담이 모두 끝났다. 잉여자금(329만원)은 내 집 마련(기존 10만원에 20만원 추가)·노후준비(70만원)·재테크(239만원) 용도로 활용했다.

지금부터는 두 사람의 의지가 중요하다. 329만원이나 지출을 줄이면 평소 생활과의 괴리감이 커져 쉽게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신혼인 만큼 풍족하게 살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최씨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앞으로의 난관을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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