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기에 빠진 라면

라면 시장은 더이상 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라면 시장은 더이상 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라면시장이 정체기에 빠졌다. 실적은 2016년 이후 2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다. 정체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줄어든 인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연령대별 라면 취식 빈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라면의 연간 취식 빈도수가 줄어들었다(2018년 기준). 19~29세의 연간 취식 수는 70회에 달했지만 60세 이상은 26회에 그쳤다. 농심 관계자는 “라면의 주요 소비층은 젊은층”이라면서 “10~20대 인구가 크게 줄면서 라면시장이 정체기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라면 제조사들이 신제품 개발에 소홀했던 게 정체기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면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제품을 많이 내지 않아도 꾸준히 팔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최근 SNS 레시피 제품, 특이한 콜라보 제품 등이 쏟아지는 건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함이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2015~2016년엔 연평균 15개 안팎에 그쳤던 라면 신제품 수가 2017~2018년엔 30개로 껑충 늘어났다. 라면 제조사들이 ‘신제품의 부재’를 정체기의 원인으로 꼽았다는 방증이다. 

라면 인기가 떨어지는 데 가정간편식(HMR)과 배달음식의 인기가 한몫했다는 흥미로운 주장도 있다. 라면을 끓여먹느니 HMR이나 배달음식을 편하게 이용하겠다는 소비자가 부쩍 늘었다는 게 근거다. “농심의 경쟁자는 배달의 민족”이란 뼈있는 농弄까지 나도는 이유다.

물론 “HMR과 배달음식이 라면을 위협할 수준까지 성장한 건 아니다”는 주장이 일반적이지만 “소비자가 입맛에 맞춰 고를 선택지가 늘어났으니 (라면도)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의 말을 들어보자. “라면 시장은 장기적으로 성장 불가능하다. 10~20대 인구수는 계속 줄어드는데 먹거리는 너무 많아졌다. 신제품을 내도 기존 제품의 수요가 줄어들지 전체 소비량이 늘진 않을 거다.” 국민의 ‘소울푸드’도 시대의 변화를 피하진 못하는 모양이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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