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틴팅 규제해야 하는 이유

자동차는 규제가 많다.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야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든지, 안전벨트를 매야 한다든지, 교통신호를 지키라든지, 음주운전이나 과속을 하지 말라든지 등의 조건을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으면 벌칙을 부과한다. 안전을 위해서다. 자동차 틴팅(일명 썬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틴팅은 실질적인 규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왜일까.

자동차 사고 예방을 위해 틴팅 규제는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사고 예방을 위해 틴팅 규제는 필요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는 태생적으로 사고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조금이라도 잘못 다뤘다간 순식간에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다. 그만큼 위험한 물건인 셈이다. 그래서 각종 법제도를 통해 자동차와 운전자를 까다롭게 규제한다. 

대표적인 규제법이 도로교통법이다. 이 법에는 자동차 유리의 투과율 기준도 별도로 책정해놓고 있는데, 역시 안전 때문이다. 이 법 시행령 제28조 ‘자동차 창유리 가시광선 투과율의 기준’에 따르면 자동차 앞 유리 투과율이 70% 미만, 운전석 좌우 옆면 창유리 투과율이 40% 미만이면 규제(뒷유리 투과율 기준은 2008년 삭제)를 받는다.

자동차 틴팅(일명 선팅)을 진하게 하면 법에 저촉된다는 얘기다. 실내가 너무 어두워서 전후좌우에 있는 차량을 보지 못한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해외 선진국들도 틴팅 농도를 규제한다. 틴팅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 

틴팅 규정이 만들어진 건 2006년이다. 예전에는 일정 거리에서 실내의 탑승객을 인지하지 못하면 단속하는 추상적인 규정을 적용하다가 법을 개정한 후 장비를 이용한 투과율 기준으로 바꿨다. 

 

하지만 자동차 틴팅 규제는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다. 현재 국내에서 운행되는 자동차는 약 2300만대에 달하고, 틴팅을 하지 않은 자동차는 거의 없다. 농도만 다를 뿐인데, 그중엔 실내가 안 보일 정도로 짙게 틴팅한 차들도 적지 않다. 법이 금지한 수준으로 틴팅한 차량이 눈에 띄게 많다는 거다. 반대로 말하면 법 규제에 따라 실제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그럼 자동차 틴팅을 단속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첫째는 경제적인 문제다. 사실 규제가 만들어진 후 경찰청은 강력한 단속을 계획한 바 있다. 그런데 기존 차량의 틴팅을 제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장착하는 비용보다 더 비싸다보니 단속만 하기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둘째는 개인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져서다. 빛 투과율을 낮추면 운전자를 식별할 수 있는데, 범죄자가 아닌 이상 왜 특정차량 운전자의 얼굴이 보여야 하느냐는 의견도 설득력이 없진 않다. 

 

셋째는 짙은 틴팅이 주는 차량 내부 온도를 낮춰준다는 주장이다. 여름철 폭염이 심할 때 에어컨을 틀면 연료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때 틴팅을 짙게 하면 이런 연료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참고 : 물론 짙은 틴팅이 열을 더 잘 막아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농도가 더 낮으면서 차량 내부를 식혀주는 틴팅 필름도 많다.]

그럼에도 안전을 생각할 때 짙은 틴팅은 부정적인 면이 꽤 많다. 내부가 너무 어두우면 어두운 터널이나 지하 주차장 진입 시 운전자가 외부를 제대로 볼 수 없어 위험할 수 있다. 심지어 반사 틴팅을 하는 경우 낮에 햇빛이 반사되거나 야간에 다른 차량의 불빛이 반사되면 제3자의 안전까지 침해할 수 있다. 유명무실화된 틴팅 규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준치가 넘는 틴팅 필름의 유통도 막아야 한다.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경제적인 문제나 편의성보다는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앞 유리는 옆 유리와 달리 시야가 가려지면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기능성을 강조한 투명한 선팅 이외엔 모두 위험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사용자와 단속기관의 공감대도 필요할 것이다. 충분한 공감대 없이 안전만을 강조해 밀어붙이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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