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그냥 쓸게요” 손님의 불만이 애먼 사장님을 짓눌렀다
“일회용컵 그냥 쓸게요” 손님의 불만이 애먼 사장님을 짓눌렀다
  • 심지영 기자
  • 호수 343
  • 승인 2019.06.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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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다녀보니…

“매장 내에서 다회용컵 사용문화가 정착돼가고 있다.” 지난 3일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의 성과다. 환경부에 따르면 1회용 컵의 수거량은 지난해 7월 206톤(t)에서 지난 4월 58t으로 줄었다. 1년 새 71.8%나 감소했다는데, 정말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커피전문점을 돌아다녀봤다. 

환경부와 21개 브랜드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지 1년이 지났다. [사진=연합뉴스]
환경부와 21개 브랜드가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지 1년이 지났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오전 10시, 우뚝 선 빌딩들이 모인 광화문 일대를 찾았다. 정확히 말하면 빌딩마다 들어선 커피전문점이 목적지다. 광화문역 4번 출구로 나와 대로를 따라 걸었다. 지난해 환경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은 16개 커피 브랜드는 스타벅스·엔제리너스·이디야커피·투썸플레이스·할리스커피 등 대형 커피전문점이 대다수다. 

광화문 D타워에 입점한 2층짜리 A커피전문점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평일 오전이지만 매장 안에 빈 좌석은 거의 없었다. 카운터로 다가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기자에게 A커피전문점 직원은 신신당부했다. “일회용컵에 담아 가시면 매장에선 드실 수 없습니다.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컵만 사용할 수 있으니 양해 부탁드려요.” 혹시나 싶어 매장 내 테이블을 훑었다. 1층부터 2층까지, 일회용컵이 올려진 자리는 찾을 수 없었다.

길 건너편의 B커피전문점을 찾았다. 이곳도 자발적 협약을 맺은 곳이지만 매장 내 테이블이 5개 정도만 들어갈 만큼 작은 곳이다. 남녀가 하나씩 차지하고 앉은 테이블에는 유리잔 2개가 놓여 있었다. B커피전문점의 점주는 “자율 협약을 맺은 이후 본사에서 수시로 점검한다”며 “환경부에서도 종종 계도하러 나온다”고 말했다. 

대로변이라 단속이 잦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옮겼다. 5호선을 타고 영등포시장으로 향했다. 3번 출구로 나오자 C커피전문점이 보였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테이블 3개가 눈에 띄었다.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은 모두 중장년층 손님이다. 이곳에도 일회용컵을 쓰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C커피전문점 직원은 “당연히 예전보다 일회용컵 사용량이 줄었다”며 “컵을 추가로 구매하진 않았지만 (자주 닦아야 하니) 설거지거리가 많아 힘들다”며 웃었다. 

1년 전, 환경부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단속을 강화한 직후 현장 곳곳엔 혼란이 일었다. 설거지 부담이 늘어나 커피전문점 직원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머그컵을 거부하고 테이크아웃 잔을 고집하는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흔했다. 테이크아웃 한다며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아들곤 매장에 앉는 얌체손님들도 많았다. 

규제 자리 잡았지만 실효성 떨어져

그로부터 1년, 일회용컵 줄이기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하다. 한 커피전문점의 점주는 “지난해 이맘때쯤엔 재활용 쓰레기봉투 50L짜리를 가득 채워서 버렸는데, 요즘은 20L짜리 봉투면 충분하다”며 “텀블러를 사용하는 손님도 하루에 최소 1~2명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손님들은 아직도 머그컵을 싫어하고, 설거지 부담도 크다.” 현장에서 만난 커피전문점 직원들은 여전히 1년 전과 똑같은 어려움을 털어놨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기로 자율협약을 체결한 업체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규제는 자리 잡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규제는 자리 잡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사실 롯데리아·맥도날드·KFC·버거킹·파파이스 5개 패스트푸드점도 자율협약을 맺은 곳이다. 이들 매장에서 탄산음료나 커피를 구매할 때 텀블러를 사용하면 2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숱하게 많다. 지난 11일 기자가 찾은 강남구 D패스트푸드점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충분했다. 기자는 콜라를 주문하면서 직원에게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요청했다. [※ 참고 : 독자 편의를 위해 1문1답으로 정리해봤다.] 

기자:  “(텀블러를 내놓으며) 콜라는 여기에 담아주세요.” 
직원: “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기자:  “그런데 왜 가격이 1700원인가요? 텀블러에 담으면 200원 할인되지 않나요?”
직원:  “(포스기를 한참 들여다보더니) 아, 개인컵 사용 할인이 따로 있었네요.”
기자:  “아 네.” 
직원 : “텀블러 가져오는 고객이 없어서 몰랐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선 자율협약 업체가 가파르게 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은 커피전문점은 협약에 별 관심이 없다. 공연히 협약을 맺어 손님을 불편하게 하느니, 과태료를 맞는 게 낫기 때문이다. 과태료는 영업장 면적과 위반 횟수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영업장 면적이 33㎡(약 10평) 미만인 소규모 매장의 과태료는 최소 5만원에서 최대 30만원에 그친다.

12일 그날, 기자가 만난 작은 커피전문점 사장도 그랬다. 광화문역 대로변의 뒷길 빌딩숲 1층엔 면적이 33m² 남짓한 작은 커피전문점이 여기저기 들어서있다. 그중 유독 손님이 많은 곳으로 다가갔다. 양복 입은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부담은 점주의 몫

뜻밖에도 그들이 들고 있는 건 투명한 플라스틱컵이었다. 매장 맨 안쪽 테이블에 앉은 남성 둘을 제외하면 전부 일회용컵을 사용했다. 사장은 “일회용컵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며 “잠깐 있다가 가겠다는데 어떻게 말리나”며 토로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E커피전문점 점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힘이 셀수록 규제도 잘 지켜지더라”며 “작은 커피전문점 사장 중에선 ‘차라리 과태료 내고 말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원한 작은 커피전문점 사장은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1년이 지났지만 머그컵을 싫어하는 손님은 아직도 많다. 그래도 머그컵을 드린다. 끝내 일회용컵을 들고 앉은 손님에겐 컵을 바꿔 주겠다고 제안한다. 불편하지만 어쩌겠나. 오래 장사하려면 어떻게든 법을 지켜야지.” 과태료도, 손님 얼굴에 담긴 불쾌함도 그 사장님의 어깨에 내려앉아 있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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