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변신에 성공한 기업列傳

 
제일모직의 주력은 패션이 아니다. 화학 분야다. 설탕기업으로 출발한 CJ그룹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사업부문은 식품이 아니라 유통이다. 급변하는 환경에 맞서 팔색조처럼 변신을 거듭한 기업의 사례를 살펴봤다.

제일모직을 떠올려보자. ‘모직’이라는 사명에서 알 수 있듯 주력이 ‘섬유•패션’으로 보인다.

갤럭시•빈폴•로가디스•구호 등 널리 알려진 패션브랜드도 많다. 하지만 제일모직의 주력사업은 뜻밖에도 섬유•패션이 아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사업은 TV•휴대전화•컴퓨터•냉장고에 사용되는 합성수지를 생산•판매하는 케미칼(42.9%) 부문이다. 이 회사가 패션사업으로 올리는 매출은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

제일모직은 전자재료도 생산한다.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편광필름, 반도체 페이퍼를 연마해 주는 EMC(Epoxy Molding Compound)를 생산해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전자재료의 매출비중은 전체의 26.3%에 달한다. 제일모직이 전자재료사업을 본격화한 것은 2002년 구미에 IT생산단지를 준공하면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앞으로 전자재료사업을 주력사업으로 계속 키워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패션기업에서 화학기업으로 변신한 제일모직이 다시 IT기업으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 전문기업 삼성SDI는 2차전지 전문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1970년 설립된 삼성SDI는 진공관과 브라운관을 주로 생산했다. 하지만 15여년전 부터 액정표시장치(LCD), 벽걸이TV(PDP),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사업에 뛰어들어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 들어 2차 전지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삼성SDI는 기업의 DNA를 통째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2차 전지를 비롯한 에너지사업(기타 포함)의 매출비중은 52%로, 디스플레이(48%)를 뛰어넘었다. 

10년 단위로 주력사업도 바뀐다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세계적인 IT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1970~1980년대까지 삼성전자의 주력은 백색가전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는 반도체, 그 이후에는 휴대전화가 주력사업이다.

▲ 삼성전자는 최근 생명공학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 있는 최첨단 방사선치료기기로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사진=삼성의료원)
현재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매출 비중은 전체의 70%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휴대전화를 대체할 만한 신사업으로 생명공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 10년 후 삼성전자의 주력은 ‘생명공학’으로 바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설탕을 생산•판매하는 제일제당에서 출발한 CJ그룹은 최근 유통부문이 강화되고 있다. CJ그룹 대표계열사인 CJ제일제당•CJ푸드빌•CJ프레시웨이 등 식품사업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약 4조2700억원(37.1%)이었다. 반면 CJ오쇼핑•CJ GLS•CJ대한통운•CJ올리브영 등 유통사업 계열사의 매출액은 이보다 3100억원이 많은 4조5800억원(39.8%)을 달성했다. CJ그룹 설립 이래 다른 사업부문의 매출이 식품사업을 앞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 경영컨설팅 전문가는 “환경변화 속도가 빨라져 먼 미래보다는 몇 년 안에 닥칠 미래를 준비해야 변수가 적고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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