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라인 투톱 전격 교체

새로운 경제 투톱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과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은 현장의 소리를 경청해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분명하게 구분해줘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줄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새로운 경제 투톱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과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은 현장의 소리를 경청해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분명하게 구분해줘야 한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줄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경제라인 투톱을 전격 교체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정책을 주도해온 김수현 정책실장, 윤종원 경제수석을 경질한 것이다. 경제실적 부진에 대한 문책 성격이 짙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임명된 지 7개월 만에 물러났다. 윤종원 경제수석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정책 성과를 강조하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작금의 경제 상황은 자못 심각하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7개월 연속 감소세다. 1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이 38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국내 제조업 투자는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각종 규제와 높은 인건비 등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 한국을 떠나는 제조업체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미미했던 월별 취업자 증가수가 올 들어 확대됐다지만, 재정을 풀어 노인 공공 알바를 늘린 것이 주된 요인이다. 경제의 허리인 40대 취업자는 줄곧 감소세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내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등장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내년부터 잠재성장률이 1%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학계 진단도 나왔다. 

국내외 경제예측기관들이 한국 경제를 보는 시선도 따갑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췄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5%로 전망했던 것을 2.0%로 한꺼번에 0.5%포인트나 낮췄다. 

정부는 하반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리란 기대감을 안고 있지만 수출ㆍ투자ㆍ고용 등 주요 지표는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이 때문에 김수현 실장과 윤종원 수석의 조합에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특히 청와대 사회수석 출신으로 거시경제 전문가가 아닌 김 실장에게 책임론이 쏠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경제청문회를 국회 복귀 조건으로 내걸고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 실장의 출석을 요구해왔다.

돌려막기 인사라는 한계가 있지만 청와대 정책실장을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물로 바꾼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청와대 인사 발표 브리핑대로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은 학계ㆍ시민단체 경력이 있어 민생의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알 만한 인물이다. 2년여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직하며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청와대는 경제라인 투톱 교체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핵심 경제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래도 7월 초 나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이 새 정책사령탑의 정책 기조를 가늠할 첫 무대가 될 것이다.

김상조 정책실장은 임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고 하면서도 “환경변화에 부응해 정책을 보완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유연성도 필수”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정책의 성공을 위해 일관성과 유연성이라는 상반된 두 기준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성과가 확인된 부분은 강화하고, 시장의 기대를 넘는 부분은 조정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정책실장으로서 경청과 협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은 “경쟁력과 생산성이 정책의 기본이 되게 하고, 문제의식과 아이디어를 가지신 분을 찾아 만나겠다”고 말했다. 

신임 투톱의 첫 발언에 주목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탈원전 등 부작용이 드러난 정책을 고집하지 말고 유연성을 발휘해 조정 보완하기 바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의 ‘타다’ 설전이 보여주었듯 신산업과 기존 산업이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와 각종 규제완화 방안을 포함한 쟁점 사안들에 대해선 미적대지 말고 이해관계자들 간 토론을 거쳐 정부가 조기 결정해야 한다. 

투톱의 공언대로 현장의 소리를 경청해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분명히 구분해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불확실성이 줄고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여야 5당 원내대표들에게 전달했다는 ‘의원님께 드리는 상의 리포트’를 일독할 필요가 있다.

상의 리포트는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 핀테크산업 육성,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의료산업 선진화 등 숱하게 거론됐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거나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17대 과제가 담겨 있다. 내각의 홍남기 경제팀도 더 분발해야 한다. 청와대 투톱과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못지 않은 ‘원팀(One Team)’을 이뤄 한국 경제를 다시 뛰게 하라.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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