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아파트 할인분양

▲ 부동산 경기침체로 수많은 아파트가 떨이에 가깝게 판매되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새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행업체들이 ‘아파트 땡처리 분양’까지 나서자 시름은 충격으로 바뀌고 있다. 수도권 지역 중 부동산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인천 지역의 상황은 심각하다. 2011년 12월 무렵 입주가 시작된 인천의 한 아파트 현장을 찾아 그 단면을 들여다봤다.

인천광역시 A구에 들어선 51층 규모의 아파트 입구에는 빨간색•노란색 등 시각을 자극하는 색을 칠한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이 현수막에는 “사기분양에 한 번 죽고, 할인분양에 두 번 죽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현수막을 내걸은 곳은 이 아파트 주민들이 결성한 비상대책위원회다.

이 아파트는 최근 165㎡형(약 50평)을 최대 2억원까지 할인한 분양가로 입주민을 모으고 있다. 당초 분양가보다 30% 떨어진 수준이다. 99㎡형(약 30평)대의 경우 할인율은 약 15%다. 현재 입주한 주민들이 분양 받을 당시 가격은 평당 1100만~1200만원이다.

이런 분양가를 기준으로 하면 입주민들은 5000만원에서 2억원까지 재산가치가 하락한다. 이 아파트 비상대책위 관계자는 “총 630세대로 이뤄졌는데 200세대 정도가 미입주 상태”라며 “미입주세대 중 90% 이상이 계약해지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시행사가 할인 분양에 나선 것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수백억원의 적자를 볼 처지에 놓였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회사가 부도날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할인분양에 나섰다”고 밝혔다.

“새 집을 마련한 기쁨은 잠시고, 자고 일어나니 재산이 날아갔다”고 말하는 입주민들은 시행사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분양가 할인율 15~30% 보다 낮은 10%의 분양가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취재진이 아파트를 찾은 날, 입주민과 시행사측이 협상을 위한 회의를 벌였지만 2시간여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분노한 입주민이 회의장으로 뛰어들어 시위용 피켓을 휘젓는 일까지 벌어졌다.

50여 명의 입주민들은 “자신들을 밟고 지나가기 전에는 협상을 끝낼 수 없다”며 회의장 입구를 막고 드러누웠다.

이들이 아파트 천장을 보며 외친 구호는 역시 “사기 분양에 한 번 죽고, 할인 분양에 두 번 죽는다”였다. 떨어진 집 값 외에 입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이 하나 더 있었다. 아파트 관리비다.

총 세대수를 근거로 관리비를 내고 있어서 입주하지 않은 세대의 관리비까지 떠맡고 있다는 것. 이렇게 부담한 관리비가 지금까지 약 1억원이라고 입주민들은 주장했다.

여기에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까지 합하면 집이 아니라 ‘밑빠진 독’이 된다. 이같은 문제는 해당 아파트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인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파격 분양’ ‘충격 분양’ ‘초특가 할인’이라는 홍보문구를 내건 아파트 분양 홍보물들이 나부낀다.

늘어나고 있는 할인분양 홍보물만큼이나 한숨도 늘어나고 있다. ‘어렵게 마련한 인생 최대의 재산이 인생 최악의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눈물이 섞인 한숨이다. 사회 시스템은 이런 한숨을 거둘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강석 경인방송 기자 kangsuk0@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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