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공공분양단지 분양대행비 분석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된 것은 건설 비용뿐만이 아니다. 모델하우스를 열기 전부터 나눠주는 물티슈나 부채, 때론 음료수까지…. 이 모든 것이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된다. 홍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민간분양만의 얘기가 아니다. 공공분양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분양대행 비용이 얼마나 쓰이는지 알 수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공공분양 단지 분양대행비를 분석해봤다.

공공분양 아파트 분양 대행 계약 시에도 적정 기준은 없다.[사진=뉴시스]
공공분양 아파트 분양 대행 계약 시에도 적정 기준은 없다.[사진=뉴시스]

아파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에 건설비만 있는 건 아니다. 아파트를 유통하는 데도 비용이 필요하다. 모델하우스를 만들거나 운영하는 비용, 라디오나 방송을 통해 광고하는 비용, 현수막을 달고 안내 직원을 고용하는 비용이 모두 유통을 위한 비용이다. 그럼 아파트 유통업무는 누가 맡고 있을까.

사업을 계획하는 시행사나 실제로 아파트를 만드는 건설사는 대부분 유통업무를 외부 대행사에 위탁한다. 2018년 6월 ‘건설업 면허’ 등록으로 이슈가 됐던 ‘분양대행사’가 대표적 예다.

가령, 모델하우스에서 고객에게 아파트 내외부를 설명하는 안내 직원이나 청약 상담을 담당하고, 내부질서를 유지하는 이들은 모두 분양대행사가 고용한다. 아파트 분양 관련 카탈로그를 배포하고 현수막을 다는 것도 모두 분양대행사의 업무다. 대행 업무의 상당수가 홍보나 상담이다 보니 대부분의 대행 비용은 인건비로 구성되고, 이는 분양가에 고스란히 전이된다.
 

그런데도 이 비용은 베일에 싸여있다. 공공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분양대행비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훈식 의원실이 정리한 자료를 단독입수해 공공분양 아파트 단지 5곳의 분양대행 비용을 들여다봤다. 2019년 상반기에 분양한 단지들로, 수원 고등지구 수원역 푸르지오,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 세종자이e편한세상, 평택고덕A7블록 신혼희망타운 등이다.

시행사는 모두 한국토지주택공사(LH)였고, 대다수 계약방식은 ‘1세대당 수수료 지급’이었다. 민간 분양 아파트에서도 흔히 쓰이는 대행 방식이다. 문제는 같은 대행 방식으로 계약을 맺었음에도 단지의 수수료 산정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표준품셈’ 없는 분양대행비


3472세대를 분양한 ‘수원 고등지구 수원역 푸르지오자이(2019년 1월 분양)’의 총분양가는 1조5468억2590만원. 이중 분양 대행 수수료로 책정된 금액은 22억6000만원 수준이다. 한 세대를 분양할 때마다 평균 65만원의 수수료가 나간다.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5월 분양 1000세대)의 수수료는 가구당 평균 105만원이다.

수원 푸르지오자이보다 35만원 많다. 하지만 같은달 분양한 세종자이e편한세상(1200세대)의 가구당 수수료는 수원 푸르지오보다 9만원 적은 54만원이다.

 

단지별 수수료가 일정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수수료 액수를 정하는 기준이 없어서다. LH 등 공기업에서 진행하는 공공공사의 경우 표준품셈이나 표준시장단가를 근거로 적정 공사비가 책정된다. 하지만 분양 대행 계약은 기준으로 삼을 만한 근거가 없다.

다른 공공계약과 비슷하게 최저가 입찰을 하거나 기술평가를 통해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과 계약을 할 뿐이다. LH 역시 내부적으로 분양 대행 수수료 기준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행 수수료가 천차만별인 또다른 이유는 계약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건별 수수료, 용역 계약, 단가 계약 등은 대부분 분양 대행을 맡는 업체가 낙찰을 받으면 적절한 방식의 계약을 선택해 공기업에 제안한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가격에 맞춰 그대로 계약을 체결한다. 실제로 감일스윗시티 B3·B4 블록과 평택 고덕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다른 3개 단지와 달리 건별 수수료 방식이 아닌 용역계약, 단가계약을 체결했다. 시스템에 허점이 있으면 ‘꼼수’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가 붙은 공공분양 단지는 상대적으로 높은 홍보비가 책정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가 붙은 공공분양 단지는 상대적으로 높은 홍보비가 책정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수수료를 결정하는 별다른 기준이 없으니, 분양대행사가 대행 수수료를 올리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예컨대, 미분양이 장기화하면 대행 수수료를 높이는 식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아파트 분양률에 따라 수수료가 높아진다”면서 “분양률이 낮을 때 판 아파트와 높을 때 판 아파트는 같은 단지, 같은 면적이라고 해도 수수료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노려 일부 대행업체에서는 의도적으로 미분양 물량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다른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있는 단지는 수수료 수준이 높고, 상대적으로 잘 팔릴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수수료는 낮다”면서 “시장 논리에 따르기 때문에 수수료가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아파트를 분양 받는 과정에서 홍보비가 얼마나 쓰였는지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건설사나 시행사가 홍보 비용으로 쓰이는 ‘수수료’를 100% 공개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수수료가 오르면 분양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 밑단에 수수료를 더 받기 위한 꼼수와 수수료를 더 챙기겠다는 탐욕이 도사리고 있다면 규제해야 마땅하다. 지난해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 건설업 면허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건 숱하게 많다. 분양 대행비도 그중 하나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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