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부부 재무상담 上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부는 종종 세대 차이로 갈등을 겪는다. 살아온 시대가 다른 만큼 생각하는 바도 판이하기 때문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부부도 서로 다른 경제관념 탓에 다툼이 잦아졌다. 더 아끼자는 남편과 여유를 갖자는 아내. 누구의 말이 타당할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이들의 사연을 들어봤다. ‘실전재테크 Lab’ 28편 첫번째 이야기다.

부부가 목돈을 모을 때는 어떤 용도로 쓸지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부가 목돈을 모을 때는 어떤 용도로 쓸지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기철(50·가명)씨는 요새도 주변 친구들로부터 ‘도둑놈’ 소리를 듣는다. 아내 한미경(37·가명)씨보다 나이가 열세살이나 많아서다. 13년 전,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씨는 졸업을 기념해 떠난 해외 여행지에서 이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듬해 결혼했다.

금세 아이도 생겼다. 결혼한 지 1년 만에 첫째딸(12)을 낳았다. 취업을 준비하던 한씨는 직장을 포기하고 자녀 양육에만 힘쓰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씨의 걱정도 부쩍 늘었다. 첫째가 대학에 들어갈 때 이씨는 60대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이를 좀 늦게 갖더라도 맞벌이를 해서 충분히 노후자금을 모으려고 했다”면서 “최대한 저축하려고 노력했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부의 월소득은 580만원. 중소기업을 다니는 이씨가 430만원, 한씨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150만원을 번다. 소득의 상당부분을 저축해온 이씨 덕분에 부부는 109㎡(약 33평)짜리 아파트(서울 강북구 우이동·3억8000만원)도 갖고 있다.

이씨는 12살·8살인 두딸의 이름으로 각각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었고, 현재 1200만원씩 모아놨다. 이밖에 10만~50만원씩 가족들 이름으로 된 통장에 입금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한씨는 이런 이씨의 노력을 존중하지만 한편으론 부부의 삶에 좀 더 투자하길 원한다. 결혼하고 바로 아이를 가지는 바람에 신혼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십수년간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아온 게 한씨 마음 한구석에 응어리로 남은 듯했다. 한씨는 “가장 큰 고민이었던 주택도 마련했으니 해외여행도 다니고 외식도 자주 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인지 요새 한씨는 식비·용돈 등 지출을 늘리고 있다. 최근엔 남편을 설득해 중형차도 할부 구입했다. 대중교통으로 두 딸과 이동하는 게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긴 것도 이맘때부터다. 은퇴가 가까워져 불안해하는 이씨는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려고 하는 반면, 올해 둘째를 초등학교에 보내 한숨 돌린 한씨는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꿈꾸고 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대화는 자주 말다툼으로 번졌다.

특히 모아놓은 청약예금(총 2400만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이씨는 자녀들의 대학자금으로 목돈을 쓰길 원했다. 두딸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이씨가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이 목돈은 대학자금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면서 “무조건 그대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모아둔 돈을 그냥 방치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리가 연 2.0%에 불과한 청약통장보다는 다른 투자상품을 활용해 원금을 불리는 게 더 합리적이란 이유에서다. 이밖에 목돈의 일부를 집을 넓히는 용도로 쓰고 싶은 마음도 갖고 있다. 좀처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두 사람은 재무상담을 통해 결정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이씨 부부의 지출 구조를 한번 살펴보자. 소비성지출로 부부는 공과금을 30만원씩 낸다. 휴대전화 요금제, 인터넷, TV 등 통신비는 25만원을 지출한다. 정수기 렌털비는 3만원이고, 생활비에 120만원씩 쓴다.

두 딸의 방과 후 교육비와 학원비는 74만원이다. 유류비·교통비로는 35만원을 지출한다. 차 할부금은 30만원씩 낸다. 보험료는 총 39만원이다. 직장을 다니는 이씨가 35만원, 한씨가 30만원씩 용돈으로 쓴다. 마지막으로 자녀들 용돈(총 5만원)을 더하면 소비성지출은 총 426만원이다.

비정기지출은 명절비(3만원), 재산세(5만원), 여행비·휴가비(26만원), 자동차 세금·보험료(20만원) 등 54만원이다. 금융성상품으로는 이씨(20만원)·한씨(50만원)·두 자녀(각 10만원) 이름으로 된 적금통장이 있고, 이씨의 개인퇴직계좌에도 10만원씩 저축한다. 부부는 월 580만원을 남김 없이 저축하고 있었다.

부부의 가계부 곳곳에 지출을 줄이기 위한 흔적이 보였다. 특히 네 식구가 모두 스마트폰을 쓰고 있음에도 할부금이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가성비가 좋은 중저가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한 결과였다. 고가의 스마트폰 할부금은 5.0~6.0%의 수수료를 받고 있어 가능하면 빨리 갚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휴대전화 할부금을 할인받으려다 보니 서로 다른 통신사를 쓰고 있는 것은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요새는 가족간 요금제를 결합하면 통신료를 적잖이 아낄 수 있다. 이씨 부부는 하나의 통신사로 통일하고, 묶음 요금제를 적용받기로 했다. 이로 인해 통신비는 25만원에서 13만원으로 12만원을 절약했다.

식비가 포함된 생활비(120만원)는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요새 한씨는 주말만 되면 SNS에서 소개하는 맛집을 검색한 다음 자녀들과 함께 방문한다. 그러다 보니 식비는 물론이고 유류비도 늘어났다. 무턱대고 생활비를 줄이면 무럭무럭 자라는 자녀들 식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부부는 2주간 100만원으로 생활해 본 뒤 2차 상담에서 더 줄일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1차 상담에서 이씨 부부는 가볍게 지출을 줄여 봤다. 그 결과, 생활비(20만원), 통신비(12만원) 등 총 32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저축이 습관화된 덕분에 다른 상담자들에 비해 불필요한 지출이 많지 않다는 점은 박수를 쳐 줄 만하다. 다음 시간엔 좀 더 효과적으로 소비를 줄여 잉여자금을 더 늘려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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