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리상품 이자 분석해보니…

재테크 전문가들은 때가 되면 이런 말을 늘어놓는다. “저금리 시대엔 복리적금만큼 자산을 불리기 좋은 것도 없다.” 이자만 붙는 단리에 비해 원리금에 이자가 따라오니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논리여서 금융소비자가 혹할 만도 하다. 하지만 복리가 마술을 부리지 못할 때도 숱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복리상품의 마술과 거짓말을 취재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복리상품이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복리상품이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사진=뉴시스]

저금리 국면이다. 지난해 11월 인상 이후 6개월째 동결 상태인 기준금리(1.75%)가 조만간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감돈다. 돈을 빌리는 입장에선 저금리시대는 환영할 일이다. 낮아지는 금리만큼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줄어서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선 만족할 만한 수익을 만들어낼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연이율 2% 안팎에 불과한 적금상품으론 돈을 불리는 게 쉽지 않다. 대내외 이슈로 변동성이 커진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시기 재테크나 금융전문가들은 ‘복리의 마법’을 활용해 자산을 늘리라고 조언한다. 복리의 효과를 보여주는 금융법칙도 있다. ‘72의 법칙’과 ‘100의 법칙’이다. 72 법칙은 복리로 자산이 두배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하는 공식이다. 연 3.0%의 이율로 원금이 두배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복리의 경우 24년(72÷3), 단리의 경우 33.3년(100÷3)이 걸린다는 것이다.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 단리와 달리 원리금에 이자가 따라오니 목돈을 만들기엔 금상첨화인 셈이다.

하지만 복리상품으로 목돈을 만들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시중은행의 복리상품을 찾는 건 쉽지 않다. 금감원의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국내은행 18곳(수출입은행 제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적금상품(3년 만기·가입대상 제한 없음) 78개 중 월 복리상품은 5개에 불과했다.

[※ 참고: 5개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KEB하나은행의 주거래하나 월 복리 적금(최대금리 연 3.3%), 제주은행의 모아모아 월 복리 적금(최대금리 연 2.70%), NH농협은행의 NH직장인월 복리적금(최대금리 연 2.78 %), KDB산업은행의 KDB Hi자유적금(최대금리 연 2.10%) SH수협의 Sh월 복리자유적금(최대금리 2.10%).]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에 없는 것도 있다”면서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더스쿠프(The SCOOP)의 전수조사 결과, 금감원의 금융상품 정보 이외에 추가된 복리식 적금상품은 IBK기업은행의 IBK월 복리자유적금과 대구은행의 복리적금, KB국민은행의 ‘KB국민첫재테크적금’ 세개뿐이었다. [※ 참고: KB의 복리상품은 가입대상이 만18세 이상~만 38세 이하로 제한돼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어렵게 복리적금 상품을 찾아도 구조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저금리 영향으로 금리가 낮다. 상품의 만기도 대부분 3년으로 짧아 복리효과를 사실상 누릴 수 없다. 복리의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건데, 최대금리가 3.3%로 가장 높은 KEB하나은행의 ‘주거래하나 월 복리적금’을 살펴보자.

이 상품에 최대 납인한도인 월 50만원씩 3년간 납입한다고 가정할 때 만기 지급액은 세전 1894만5830원(원금 1800만원+이자 94만5830원)이다. 이자로만 94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같은 조건으로 단리 적금에 가입해도 세전 1891만5750원(원금 1800만원+이자 91만5750원)을 챙길 수 있다. 복리적금과 단리적금의 이자 차이가 3만80원(94만5830원-91만5750원)에 불과한 셈이다. 복리적금보다 차라리 이율이 높은 일반적금이 낫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찾기도 어렵고, 이자도 별로고

시중은행 관계자는 “복리적금으로 실질적인 이자혜택을 노리기 위해서는 가입 기간이 길고 금리가 높아야 한다”며 “복리상품에 가입하기 전에 실질적인 금리효과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적금의 납입기간이 짧다면 복리적금보다는 이율이 높은 단리적금이 유리할 수 있다”면서 “복리가 무조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저금리를 이길 수 있는 복리적금 상품을 선택할 때도 전략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무전문가는 “복리적금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7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복리만 보고 상품에 가입했다간 되레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다 보니 복리를 앞세워 마케팅을 하는 금융회사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상품의 금리와 만기를 모두 살펴보지 않으면 복리의 마술이 아닌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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