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TSMC, 살아난 추격본능과 만만찮은 아성
삼성전자 vs TSMC, 살아난 추격본능과 만만찮은 아성
  • 고준영 기자
  • 호수 344
  • 승인 2019.06.27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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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1위 위협하는 삼성
미세공정 기술 엎치락뒤치락
TSMC 규모에는 한참 뒤처져

삼성전자가 퀄컴,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위탁생산물량을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비메모리 반도체를 육성하겠다고 밝힌 지 두달여 만에 올린 쾌거다.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찬가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기세를 막아선 TSMC의 아성도 만만치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전자와 TSMC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살펴봤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강자다. 삼성전자가 TSMC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사진=연합뉴스]
TSMC는 파운드리 시장의 절대 강자다. 삼성전자가 TSMC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사진=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던 삼성전자가 다시 추격자의 위치에 섰다. 국내 반도체기업들의 불모지로 꼽히는 비非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통상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미국 기업들의 텃밭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은 60.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굳이 수치를 들이밀지 않아도 인텔, AMD, 퀄컴,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미국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위상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추격해야 할 대상은 당연히 미국 기업이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경쟁상대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곳은 흔히 들어왔던 미국 기업이 아니다. 줄곧 대만의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와 경쟁구도를 그린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이 기업은 또다른 비메모리 강자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설계와 생산이다. 삼성전자처럼 설계와 생산을 함께 하는 곳도 더러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와 생산을 전담하는 파운드리(Foundry)로 구분된다. 앞서 거론된 미국 기업들은 전부 설계 기술로 유명한 곳들이다. 반면, TSMC는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올 1분기 파운드리 매출만으로 전체 반도체기업 순위 3위에 올랐다. 

삼성전자가 TSMC와 비교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설계 분야는 품목이 워낙 다양한 데다, 각 품목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강자들이 많다. 가령, 인텔과 AMD가 양분하고 있는 CPU(컴퓨터 중앙처리장치)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사실상 없다. 아직 국내에선 설계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하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선 삼성전자도 경쟁력이 있다. 파운드리는 메모리 반도체와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다. 이종환 상명대(시스템반도체공학) 교수는 “파운드리는 공정기술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공정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파운드리에선 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만의 파운드리 기업 중에도 메모리 반도체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설계 기술보다 미세공정 기술을 필요로 하는 파운드리에 유리하다.[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설계 기술보다 미세공정 기술을 필요로 하는 파운드리에 유리하다.[사진=연합뉴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다.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2017년까지만 해도 TSMC(55.9%ㆍ이하 트렌스포스)와 삼성전자(7.7%)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차이는 48.2%포인트였다. 하지만 1년여 만인 올 1분기 두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29.0%포인트(TSMC 48.1%ㆍ삼성전자 19.1%)로 좁혀졌다.

격차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근 삼성전자가 고객사들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IBM의 위탁생산물량을 확보한 데 이어, TSMC의 고객사였던 퀄컴과 엔비디아와의 계약도 따냈다. 아울러 업계에선 인텔도 삼성전자에 위탁생산을 맡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TSMC도 여전히 애플과 화웨이, AMD, 브로드컴, 자일링스 등 탄탄한 고객사들을 확보하고 있다.

기술격차도 많이 따라잡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신 기술인 7나노(㎚ㆍ10억분의 1m) 미세공정으로 양산할 수 있었던 곳은 TSMC가 유일했다. 하지만 올 4월 삼성전자도 7나노 미세공정의 제품을 양산하는 데 성공하면서 추격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더구나 삼성전자가 개발한 7나노 공정엔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이 도입됐다. 이는 TSMC가 도입한 기존 기술(불화아르곤)보다 한단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삼성전자가 호실적을 일군 배경엔 이 미세공정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을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TSMC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삼성전자가 기술수준은 따라왔지만 수율을 높이거나 단가를 낮추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두 기업의 파운드리 규모가 월등하게 차이난다는 점도 TSMC가 유리한 부분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말이 좋아 2위지 시장점유율에선 TSMC가 압도적으로 앞선다”면서 “시스템반도체가 다품종 소량생산이라고 하지만 퀄컴의 통신칩, 엔비디아의 GPU 등은 범용화된 제품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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