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브랜드 붙은 공공분양 아파트의 홍보비 비싼 까닭
민간 브랜드 붙은 공공분양 아파트의 홍보비 비싼 까닭
  • 최아름 기자
  • 호수 345
  • 승인 2019.07.0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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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분양 사각지대와 LH의 실책

‘공공분양’이지만 사실상 민간분양과 다를 바 없는 현장이 숱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사로 참여하지만 대부분의 사업 결정권이 민간 건설사에 있는 곳들이다. 그렇다보니 공사나 설계와 관련한 내용이 아니라면 LH에 감독·관리 권한도 사실상 없다. 특히 민간 건설사가 집행하는 분양대행비가 그렇다. 민간 건설사가 참여하는 공공분양 아파트의 ‘홍보비(분양대행비)’가 유독 비싼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공공분양 사각지대에 펜을 짚어넣었다. 

분양대행 계약을 결정하는 것은 공기업이 아닌 민간이다.[사진=뉴시스]
분양대행 계약을 결정하는 것은 공기업이 아닌 민간이다.[사진=뉴시스]

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소유다. 건물은 민간 건설사가 짓고, 브랜드도 자신들의 것을 붙인다. 그런데도 엄연한 공공분양이다. 공기업이 시행사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분양대행비도 ‘브랜드 없는’ 공공분양 수준일까. 그렇지 않다. 똑같은 공공분양 아파트라도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가 붙으면 분양대행 계약 규모도 커진다.

분양대행은 청약 또는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일이다. 대부분 분양대행사의 일감이다. 그래서 시공사 또는 시행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해 대행을 진행한다. 더스쿠프(The SCOOP)는 ‘주민도 모르는 아파트 분양대행비, 대체 얼마일까(제344호)’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2019년 상반기에 분양한 공공분양 아파트 단지 중 5곳의 분양대행계약을 들여다봤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훈식 의원실이 정리한 자료가 근거였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수원역푸르지오자이’ ‘신흥역 하늘채 랜더스원’ ‘세종자이e편한세상’은 1채를 판매할 때마다 분양대행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각 단지별로 체결된 계약 규모는 22억원(3472세대), 10억5000만원(1000세대), 6억4800만원(1200세대)이었다. 흥미롭게도 이들 아파트엔 ‘푸르지오’ ‘자이’ ‘e편한세상’이라는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가 붙어 있다.

반면 민간 건설사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은 ‘하남감일스윗시티 B3, B4 블록’ ‘평택고덕A7블록 신혼희망타운’은 건별 수수료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용역 계약을 체결한 ‘하남감일스윗시티 B3, B4 블록’(1173세대)의 분양 대행 수수료는 4494만원이었다. [※ 참고: ‘평택고덕A7블록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인건비 계약을 체결해 전체 분양대행비를 산정하기 어려워 제외됐다.]

 

언뜻 봐도 민간 브랜드가 붙은 아파트의 분양대행비가 비싸다. 왜일까. 가장 큰 원인은 모델하우스 비용이다. 민간 사업자가 시행사로 함께 참여하는 ‘민간참여 공공건설사업’에선 모델하우스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간 브랜드가 붙지 않는 공공분양 아파트에는 해당하지 않는 항목이다. 이는 모델하우스를 설치하거나 부지를 임대하는 비용부터 모델하우스 내 미술 장식품을 설치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민간 브랜드가 붙은 공공분양 아파트의 분양대행비가 비싼 것만이 아니다. LH의 감독이 사실상 어렵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이유가 있다. 민간참여 공공건설사업에서 LH의 업무는 ▲토지 투자, 설계, 사업 승인과 관련한 인허가 ▲ 분양가 심사 등의 업무, 건설사업 감독, 준공검사, 사용 검사, 평가 업무 등에 불과하다. 민간 건설사가 참여하는 분양대행계약 등과 관련해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공공분양이라는 말이 붙지만 공기업이 개입하는 부분은 토지 관련 업무가 전부다.[사진=뉴시스]
‘공공분양’이라는 말이 붙지만 ‘공기업’이 개입하는 부분은 토지 관련 업무가 전부다.[사진=뉴시스]

사업의 세부기준을 LH가 지정하는 것도 아니다. 분양대행계약 방식 등 중요한 기준도 민간 건설사가 자체적으로 결정한다. 당연히 홍보 분야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어떻게’ 투입할지는 전적으로 민간의 몫이고,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공공분양보다 분양대행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양 대행사가 일감을 따내기 위해 시행사 등에 소위 말하는 ‘뒷돈’을 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됐다”면서 “관행처럼 자리잡았기에 오히려 돈을 받지 않는 업체가 이상한 취급을 당할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LH에 공식적인 감독권한은 있다. ‘민간참여 공공건설사업’의 경우 LH는 청렴 협약을 지킬 것을 민간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민간 건설사가 사업비를 조달하는 분야와는 관계가 없다. 민간참여 공공건설사업을 두고 ‘무늬만 공공’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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