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설치된 도시가스관 괜찮나

붉은 수돗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천 서구에서 시작된 적수 사태가 서울 문래동, 경기도 안성으로 확산하는 양산까지 감지된다. 그렇다면 문제는 수도배관뿐일까. 그렇지 않다. 주택용 도시가스배관에도 문제가 숱하다. 특히 매립형 도시가스배관은 한번 설치하면 점검을 할 수 없는 약점까지 안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도시가스 배관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2013년 허용한 매립형 가스배관은 점검과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사진=뉴시스]
2013년 허용한 매립형 가스배관은 점검과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사진=뉴시스]

5월 30일 시작된 인천 ‘붉은 수돗물(赤水·적수)’ 사태가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사태가 발생한 지 한달여가 흘렀음에도 뚜렷한 원인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한국환경공단 등으로 구성된 ‘수돗물안심지원단’이 6월 24일부터 인천시의 수질과 정상화 진행상항을 매일 알리고 있지만 논란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인천에서 시작된 적수 사태가 서울시 문래동, 경기 안산시 등으로 확산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수도관만이 문제가 아니다. 곳곳에 깔려 있는 숱한 ‘배관’도 문제덩어리다. 그중 대표적인 건 주택용 도시가스배관이다. 이 배관은 도시가스 공급규정에 따라 6개월에 한번씩 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배관에서 문제가 발견돼도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건물주나 소유주에게 위험성을 알리거나 보수·교체 등의 ‘개선권고’를 하는 게 고작이다. 주택용 도시배관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사용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주택용 도시가스배관은 사실상 ‘영구사용’할 수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이렇게 반박했다. “주택용 가스배관의 사용기한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정기점검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더구나 도시가스배관은 압력이 낮아 사고 위험성이 크지 않다.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더라도 가스공급차단 등의 조치를 통해 사고를 빨리 막을 수 있다.”

2013년 매립형 가스배관 허용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니다. 가스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시가스로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공기보다 가벼워 다른 가스에 비해 위험성이 적다”고 말했다. 하지만 위험성이 적다는 이유로 안전을 등한시하는 건 문제다. 도시가스 때문에 발생하는 사고가 적은 것도 아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143건의 가스사고 중 도시가스로 인한 사고는 31건으로 전체의 21.6%를 차지했다. 도시가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잠재적인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번 설치하면 점검이 어려운 도시가스배관도 있다. 2013년 7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설치를 허용한 ‘매립형 가스배관’이다. 1983년 도시가스사업법이 제정된 이후 도시가스배관의 설치 원칙은 ‘(배관을) 외부에 노출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더 안전하다는 논리에서였다. 이런 인식은 2010년대 들어 변했다.

아파트나 빌라 외벽에 있는 도시가스배관은 범죄자가 집을 침입하는 도구로 활용됐다. 복잡하게 얽힌 가스배관이 건물의 미관을 해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부가 도시가스배관을 벽·천장·바닥 등 건축물 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먼저 도시가스 사용시설의 시설·검사 기준의 매립 규정을 살펴보자. “‘매립배관’이란 건축물의 천장·벽·바닥 속에 설치되는 배관으로 배관 주위에 콘크리트·흙 등이 채워져 배관의 점검·교체가 불가능한 배관을 말한다. 다만, 천정·벽체 등을 관통하기 위해 이음부 없이 설치되는 배관은 매립배관으로 보지 않는다.”

시공 이후 배관 점검·교체 어려워

여기서 우려를 사는 부분은 ‘점검·교체가 불가능한 배관’이다. 한번 설치되면 배관을 직접 점검할 수 없어서다. 하지만 가스안전공사를 비롯한 도시가스 전문가들은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테인리스강관, 동관, 가스용 금속플렉시블 배관용 호스 등 녹이 슬지 않는 소재를 사용하면 된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가스 안전을 점검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가스 누출 여부와 배관의 상태는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안전성을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매립형은 이런 점검이 불가능하다.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다기능계량기가 가스 누출·지진·압력 변화 등을 확인하지만 만능은 아니다. 인천 적수 사태의 탁도계 고장처럼 기계의 오류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정기점검은 자주 이뤄지지 않는다. 매립형 가스배관이 설치된 공동주택은 특정가스사용시설로 분류된다. 특정가스사용시설은 매년 1회의 정기점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월 사용 예정량이 2000㎥ 미만이면서 가스배관이 매립형으로 설치된 곳은 검사 주기가 10년으로 길어진다. 매립형 가스배관을 허용한 게 2013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설치 이후 점검을 받은 곳이 한곳도 없을 수도 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매립형 가스배관의 현황을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배관을 직접 검사하는 현장엔 관련 자료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매립형 가스배관이 설치된 곳을 특정가스사용시설로 분류하고 있지만 세부사항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다. 익명을 요구한 화학공학과 교수는 “매립형 가스배관이 안전성 확보와 편의성 면에서 큰 효용성이 없는 걸 알면서도 개선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며 “좋은 취지로 관련법까지 개정했지만 아무도 따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꼬집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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