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소기업 직장인 재무설계

부모님에게 돈 관리를 맡기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이른바 캥거루족이 숱하다는 건데, 젊을수록 스스로 씀씀이를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독립할 터, 그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중소기업 직장인 김원중(가명 · 25)씨도 최근 부모님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결심했다. 하지만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때에는 매달 저축 비중을 정확히 정해둬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경제적으로 홀로서기를 할 때에는 매달 저축 비중을 정확히 정해둬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5년이 훌쩍 지나도 목돈을 모으지 못하는 직장인이 숱하게 많다.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이 없는 데다, 소비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장인 중에는 월급이 동이나 어려움을 겪는 ‘월급고개’를 경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금관리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조사 결과(2018년)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월급을 모두 소진하는 시기는 평균 급여일 16일 후였다. 다음 급여일이 돌아오기 전에 월급을 다 써버려 월급고개를 경험한다고 답한 사람은 65%가량이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지출하는 항목은 생활비(30.8%), 대출이자(14.5%), 외식비(9.7%) 등이었다. 직장인 중에 월급관리를 부모님에게 맡기는 이들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 직장인 김원중(가명ㆍ25)씨도 부모님이 월급관리를 도와준다. 덕분에 김씨는 적지 않은 돈을 매달 적금에 붓고 있었다. 정해진 생활비 내에서 생활해 과소비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다. 통신비와 보장성보험 등도 부모님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김씨는 직접 월급관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주위 지인들이 재테크를 통해 자금을 불려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불안감도 느껴졌다. 그는 “부모님 덕분에 과소비하지 않고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지만, 적금만 부어서 언제 돈을 모으겠나 싶다”면서 “요즘처럼 평생 직장이 없는 시대에는 돈 벌 때 잘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막상 돈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부보님에게서 경제적으로 독립해 스스로 가계부를 꾸릴 수 있을까.


Q1 지출구조

먼저 김씨의 지출 구조를 살펴봤다. 김씨의 급여는 월 280만원, 상여금은 연간 350만원이었다. 취업을 위해 지방에서 경기도로 올라온 김씨는 자취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월세 보증금 5000만원은 부모님이 지원해줬다. 월세와 공과금 등으로 매달 40만원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끼니를 거의 회사에서 해결할 때가 많아, 식비는 20만원가량이었다. 여기에 교통비 5만원, 모임비ㆍ여가비 등 문화생활비 명목으로 25만원을 쓰고 있었다. 

또 부모님 용돈ㆍ쇼핑ㆍ휴가비ㆍ카드 연회비 등으로 쓰는 돈이 연간 314만원이었다. 월 평균 26만원인 셈이다. 소비성지출은 총 116만원이었다. 비소비성지출로는 주택청약종합저축에 5만원씩 붓고 있었다. 학자금대출이자는 매달 4만원이었다. 시중은행 적금상품에 매달 100만원씩 투자하고 있었다. 

비소비성지출은 총 109만원으로 잉여자금 55만원은 통장에 모아두고 있었다. 김씨의 재무목표는 뚜렷한 편이었다. 5년 내에 전세자금 일부 마련, 5년 내 결혼자금 1500만원 마련을 계획하고 있었다. 또 여유가 된다면 수년 내 자동차를 구입할 생각이다.   


Q2 문제점

김씨 가계부의 첫번째 문제점은 매달 100만원의 거금을 적금 하나에 올인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이율이 낮은 시중은행 장기적금 상품에 가입해 있었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오히려 마이너스 투자가 될 우려가 있다.

더욱이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금 상품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예컨대 올해 들어 택시비ㆍ버스비가 줄줄이 올랐고 가공식품 가격도 치솟고 있다. 건강보험료도 2년 연속 인상됐다. 지난해 건보료가 6.24% 오른 데 이어 올해 인상률은 6.46%에 달했다.

이런 흐름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 고령화에 가속도가 붙은 만큼 정부가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에 비해 월급이 오르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금을 고수하는 건 그다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저축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회초년생의 경우 급여의 40~50%를 쓰지 않고 모으는 것이 좋다. 월급이 280만원인 김씨의 경우 140만~180만원씩 매달 모아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김씨의 저축 규모는 37.5%(105만원)에 불과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도 납입금을 줄일 여지가 있었다. 국민주택 청약의 경우, 1년 이상(12회 이상) 납입시 청약 조건이 충족되는 데다, 납입금 액수보다 납입 기간ㆍ횟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Q3 해결점

김씨는 부모님에게서 독립해 스스로 가계부를 꾸려나기로 했다. 먼저 통장에 마냥 모아두던 상여금으로 월 26만원(연간 314만원가량)에 이르는 비정기지출을 상여금(연 350만원ㆍ월 평균 29만원)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매달 월급에서 빠져나가던 비정기지출 26만원을 줄인 셈이다. 

장기적금 규모는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모임비ㆍ여가비 등으로 쓰는 문화생활비(25만원→20만원)는 5만원 줄이라고 조언했다. 주택청약저축도 최소 납입 기준은 2만원으로 낮춰 3만원을 절약했다. 이렇게 총 84만원 아꼈다. 여기에 잉여자금 55만원을 더한 139만원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부모님이 내주시던 통신비(6만원), 보장성보험(5만원)을 직접 납부하기로 했다. 김씨의 재무목표가 대부분 5년 이내(주택ㆍ결혼자금 마련)였으므로, 단기투자상품에 가입하도록 했다. 기존에 가입했던 시중은행 적금 대비 이율이 높은 상품에 나눠서 가입하도록 했다. 향후 해지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주택ㆍ결혼자금 마련을 위해선 단기펀드상품(50만원)에 가입했다.

혹시 모를 실직이나 퇴사 등에 대비해 중장기펀드에 40만원씩 모으기로 했다. 비상금 용도로 CMA통장에 20만원씩 저축하도록 했다. 잉여자금 18만원은 통장에 모아두도록 했다. 김씨의 경우 이율 낮은 장기적금 비중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투자상품에 골고루 가입, 물가상승에 대비했다. 또한 단점이던 낮은 저축 비중을 월급의 57.1%(160만원)로 끌어올려 미래에 대비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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