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매각 불발 이유, 넥슨엔 넥스트가 없다
넥슨 매각 불발 이유, 넥슨엔 넥스트가 없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345
  • 승인 2019.07.03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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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몸값 원인이지만
불투명한 미래가 발목

넥슨 매각이 무산됐다. 10조원이 넘는 몸값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회사가 매년 1조원 넘는 현금을 벌어들이고, 다양한 게임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하지만 넥슨의 미래를 따져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회사는 게임회사다. 그럼에도 몇년 새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한 게임이 전무하다. 넥슨의 넥스트가 없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넥슨 매각이 불발된 진짜 이유를 취재했다.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로 주목 받던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매각이 최종 불발됐다. 사진은 이정현 넥슨코리아 대표.[사진=뉴시스]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로 주목 받던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매각이 최종 불발됐다. 사진은 이정현 넥슨코리아 대표.[사진=뉴시스]

국내 인수ㆍ합병(M&A) 시장의 새 역사를 쓸 것으로 점쳐지던 ‘넥슨 매각’이 무산됐다. 이로써 김정주 NXC 대표와 오너 일가가 NXC 보유지분 전량(98.64%)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시작된 매각절차는 장기전에 접어들었다. 

NXC는 일본에 상장된 넥슨의 최대주주(지분 47.98%)다. 일본 넥슨의 시가총액만 15조원에 달해, 성사될 경우 거래 규모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종전 국내 M&A 시장 최고기록인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9조272억원)를 뛰어넘는 액수다.

실제로 넥슨을 노리는 기업은 많았다.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을 비롯해 국내 최대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와 카카오ㆍ넷마블이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그런데 6월 27일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넥슨 매각이 ‘없었던 일’이 됐다는 거였다. 김정주 대표는 매각 진행이 어렵다는 결정을 매각주관사인 UBS와 도이치증권에 통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넥슨의 미래 가치를 고려한 매각가격을 희망했지만,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그 기준이 너무 높다고 평가했다”면서 “당분간 재매각 시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설명은 넥슨의 실적과 함께 보면 납득하기 어렵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2537억2 100만엔(약 2조5296억원), 영업이익 983억6000만엔(약 9806억원), 순이익 1076억7200만엔(약 1조735억원)을 거뒀다. 2017년과 비교해 각각 매출 7.9%, 영업이익 8.6%, 순이익 89.7% 증가한 수치다. 연간 순이익이 1조원으로 현금 창출 능력이 뛰어난 데다 지표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풍부한 자체 지적재산권(IP)도 넥슨 만의 강점이다. 

중국에서도 유명한 ‘던전앤파이터’를 필두로 ‘서든어택’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마비노기’ 등 인지도 높은 게임이 즐비하다. 이는 넥슨이 국내 게임업계 1위 자리를 10년째 유지해온 원동력이다. ‘10조원+알파’의 몸값이 걸맞지 않다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거다. 

넥슨 매각 왜 무산됐나 

그럼에도 매각은 틀어졌다. 이유가 뭘까. 전직 넥슨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넥슨은 인기 IP를 다수 보유한 데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도 갖췄다. 국내 최고의 개발 인력이 모인 만큼 ‘한국 1위 게임사’란 타이틀은 당분간 유지할 공산이 크다. 그런데 넥슨이 여기서 한 단계 더 성장할 거라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래가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당장 성장동력이라 부를 만한 게임이 없는 게 넥슨의 현주소다.” 

실제로 넥슨의 게임 포트폴리오는 기형적이다. 넥슨과 그 자회사가 190여개국, 100여종이 넘는 게임을 서비스 중인데도 매출 절반 이상(52%)을 중국에서만 벌었다. 중국 매출 대부분은 자회사 네오플의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발생한다. 

현지 게임업체 텐센트가 유통을 맡고 있는 이 게임은 동시접속자 수가 300만명을 돌파하는 인기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넥슨은 텐센트로부터 1조원 규모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 절반이 넘는 매출의 정체가 텐센트의 로열티다.

위정현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중국 역시 트렌드에 민감한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던전앤파이터 하나만으로 지금과 같은 매출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면서 “만약 중국 사업이 부진할 경우 넥슨의 수익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게임시장의 중심이 PC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넥슨에는 부담이다. 모바일 게임 매출 비중이 22%에 불과해서다. 최근 4년간 전체 게임시장에서 모바일 게임은 10~20%대 고성장을 기록한 반면, PC 게임은 1~2% 성장에 그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게임 이용자 중 모바일 게임 이용자는 88.3%로, PC 게임 이용자(59.6%)에 비해 30%포인트 가까이 많았다.

넥슨도 이 시장에 깃발을 꽂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당장 모바일 게임 시장 흥행의 척도로 불리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상위 톱10에 넥슨 게임이 없다. 경쟁사인 NC소프트의 ‘리니지M’이 1위, 넷마블이 4개의 게임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나마 ‘피파온라인4 M’이 11위로 선전 중이다. 올해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으로 총 250억원을 투자했던 야심찬 신작 ‘트라하’는 20위권 밖으로 떨어졌다.

기대 모았던 신작 잇따른 실패 

시계추를 뒤로 돌려봐도 마찬가지다. 2017년 9월 출시한 ‘액스’는 출시 초반에만 흥행하다가 지금은 80위권에 머물고 있다.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 등 3개의 타이틀을 얻었던 ‘야생의 땅: 듀랑고’ 역시 매출 실적은 낙제점이다. 이밖에도 올해 ‘스피릿위시’ ‘린: 더 라이트브링어’ ‘런닝맨 히어로즈’ ‘크레이지아케이드 M’ 등을 출시했지만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없다.

위정현 교수는 “게임업계는 혁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흥행 타이틀 없이는 지속성장을 논하기 어려운 곳”이라면서 “넥슨은 대기업임에도 실험적이면서도 다양한 게임을 내놓았다는 점에선 칭찬할 수 있지만, 그 실험이 흥행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회사”라고 진단했다. 

이런 평가는 매각 작업이 무산돼 김정주 회장의 품으로 돌아온 지금도 바뀌지 않는다. 넥슨엔 여전히 미래를 보장할 핵심 콘텐트가 없다. 매각 실패보다 더 무서운 넥슨의 진짜 리스크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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