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대 종언 고했나
줄어드는 TV 보급량
TV 대체하는 스마트폰
OTT, TV 감소의 원인

LCDㆍLEDㆍOLEDㆍQLED…. 각종 TV 제품을 둘러싸고 기술 논쟁, 품질 논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그런 논쟁에 얼마나 큰 가치가 있을진 의문이다. 정작 TV를 가장 위협하는 건 경쟁 모델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OTT 서비스 확대, 1인가구 증가 등의 요인은 이런 추세를 부추길 공산이 크다. TV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TV와 손안의 TV의 상관관계를 취재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은 TV 시장 규모가 줄어든 원인 중 하나다.[사진=연합뉴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은 TV 시장 규모가 줄어든 원인 중 하나다.[사진=연합뉴스]

TV가 귀했던 시절이 있었다. TV가 있는 집엔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다함께 TV를 봤다. 가구당 1대 이상의 TV가 놓이기 시작한 건 불과 30년 전이다. 한국전력거래소의 가전기기보급률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이 돼서야 가구당 1.04대의 TV가 보급됐다. 그 이후부턴 TV보급 대수가 빠르게 늘었고, TV 앞에 모이는 사람 수는 점차 줄었다.

증가세를 그리던 TV보급 대수는 2009년 기세가 꺾였다. 2006년 1.46대였던 가구당 TV보급 대수는 2009년 1.43대로 감소했고, 2013년엔 1.23대까지 떨어졌다. 사람들은 다시 TV 앞으로 모여들었을까. 그렇지 않을 공산이 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가 TV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어서다.

우연하게도 TV보급대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2006~2009년은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린 때와 맞물린다. 그래서인지 TV시장의 규모도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TV시장 규모는 2010년 1178억 달러(약 136조원)에서 2017년 852억 달러(약 98조원)로 쪼그라들었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패널 면적이면 모르겠지만 대수 기준으로 따지면 TV 수요가 정체되고 있는 게 맞다”면서 “컴퓨터와 스마트폰, 태블릿PC가 TV를 대체하면서 세컨드 TV의 필요성이 사라진 게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방송 콘텐트를 소비하는 형태가 바뀌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업체 메조미디어는 지난해 만 15~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TV 시청시간이 어떻게 변화(전년 대비)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58.3%가 ‘줄었다’고 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TV 대신 모바일 기기를 이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밖에 또다른 이유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트를 볼 수 없기 때문’ ‘책상이나 침대 등 원하는 곳에서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언뜻 다른 이유처럼 보이지만 결국 TV보다는 모바일 기기로 방송 콘텐트를 보길 원한다는 얘기다.  

여기엔 유튜브ㆍ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ㆍ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 서비스의 영향력이 커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OTT 서비스를 이용하면 각종 방송 콘텐트를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할 수 있어서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서비스와 친숙하다. 방송 콘텐트를 시청할 때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는 비중이 10대(51.3%)ㆍ20대(51.2%)와 40대(36.0%)ㆍ50대(39.1%)가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메조미디어 통계). 이는 OTT 시장이 커지고, 세대가 지날수록 모바일 기기가 TV 자리를 대체할 시간이 앞당겨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처음부터 스마트폰이 TV의 대체품으로 등장한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TV와 스마트폰은 콘텐트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고 주장해왔다. 스마트폰은 혼자서 이용하는 반면, TV는 다수가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거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이 TV를 대체하고 있는 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1인가구’에서 찾았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1인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국가에선 스마트폰이 TV를 대체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인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2010년 414만 가구였던 국내 1인가구 수는 지난해 579만 가구로 부쩍 늘었다(통계청 자료).

남 연구위원은 “특히 한국에선 결혼할 때 TV를 구매하는 비율이 높다”면서 “혼인율이 감소하고 1인가구가 느는 게 스마트폰이 TV를 대체하는 현상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위원의 분석이 정확하다면 국내 TV시장의 규모는 앞으로 더욱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과 같은 증가 추세라면 오는 2035년엔 1인가구 수가 763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서다. 전체 가구 중 34%가량이 1인가구인 셈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TV의 위상

물론 모바일 기기가 TV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 전문가들이 말했듯 TV는 TV만의 독보적인 위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자리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은 높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TV시장을 둘러싼 다양한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가령, TV제조사들이 살아남는 방법은 얼마나 비싼 TV를 파는지에 달려있을 것이라든가, 가구당 구매하는 TV 대수가 줄어드는 만큼 관여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 등이다. 1966년, LG의 전신인 럭키금성이 국내 최초의 TV를 출시한 이후 TV 시장은 빠르게 변했다. 앞으로 TV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어떤 가능성이든 열려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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