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어느 정도이기에…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다. [사진=뉴시스]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다. [사진=뉴시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2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사의 사적 심부름을 해준 직장인 172명 중 83.7%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답했다. 이들이 상사의 사적 심부름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이유는 ‘상사와의 친밀감(65.7%)’ ‘실수해도 봐주는 특혜(17.5%)’ ‘상사의 총애와 신뢰(0.6%)’를 얻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도 싫어하는 직장 내 갑질을 긍정적으로 여긴 아이러니한 결과다. 

하종강 성공회대(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심부름 행위 자체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얻는 개인의 효용이 크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상사에게 인사 평가 권한이 없었다면 저런 답변이 나왔겠나.” ‘밥벌이’를 위해 갑질을 ‘견디는’ 직장인이 훨씬 많다는 거다. 

실제로 갑질 등 직장 내 괴롭힘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인의 60~70%가 직장 내에서 괴롭힘으로 피해를 겪은 적이 있었다. 앞서 나온 취업포털 커리어의 설문조사에서도 상사의 사적 요구를 받은 직장인 중 15%가 이를 거절했다가 불이익을 당했다. [※참고: 괴롭힘을 경험한 직장인 비율 66.3%(한국노동연구원·2017년 기준), 73.3%(국가인권위원회·2017년 기준)] 

직장 내 괴롭힘을 고발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년간(5월 기준) SNS·이메일·밴드를 통해 들어온 제보는 총 2만2810건으로, 하루 평균 62건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이 1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반길만 한 일이다. 무엇보다 사상 최초로 법률에 ‘직장 내 괴롭힘’ 개념을 규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경우’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봤다. 

문제는 한계점이 숱하다는 점이다. 우선 가해자를 직접 처벌하지 않아 법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사용자가 피해를 신고하도록 돼 있어,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엔 신고조차 이뤄지질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프리랜서처럼 불안정한 고용 상태인 경우 신고 후 재계약을 보장받을 수 없다. 교묘하게 행해지는 정신적·신체적 괴롭힘을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한계도 있다. 직장갑질119는 “법률 개념에 파견·용역·사내하청·특수고용직원 등 간접고용 노동자를 명시해야 한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의 신원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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